[뉴스토마토 김유진 기자] 우리나라 경기가 부진에 빠졌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진단이 넉 달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반도체 외에도 제조업 부문의 생산 감소가 지속되고 있는데다, 재고율도 지난해 8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문제는 하반기 경기 전망이 밝지 않다는 점입니다. 주요기관들도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줄줄이 하향 조정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정부도 하향 조정 가능성을 사실상 공식화하면서 당초 1.6%에서 0.1%포인트 내려간 1.5% 관측이 안팎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1일 '6월 경제동향' 보고서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제조업을 중심으로 부진한 상황이나, 경기 저점을 시사하는 지표들이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KDI는 지난 3월부터 4개월 연속으로 우리나라 경기 상황을 '부진'으로 진단하고 있습니다.
최근 경제지표를 보면 올해 4월 전산업 생산은 0.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월(2.2%)과 비교하면 1.4% 줄어든 수치이며 전산업 생산이 감소세로 나타난 것은 지난해 11월 이후 5개월만입니다.
우리나라 경기가 부진에 빠졌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진단이 넉 달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4개월째 '부진'…경제 청신호 안 보여
4월 제조업 출하는 7.0% 줄었으며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71.2%로 한달 전보다 0.8%포인트 하락했습니다. 제조업 재고율은 전월보다 13.2%포인트 오른 130.4%로 1985년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5월 수출액은 522억4000만달러로 전년 동월보다 15.2% 감소했습니다. 수출액 감소세는 8개월째 지속되고 있습니다.
품목별로 보면 석유제품(-33.2%)과 석유화학(-26.3%)이 가격 하락으로 감소폭이 확대된 반면 반도체(-36.2%)는 수출 금액 감소폭이 축소됐습니다.
국가별로 보면 대중국 수출이 여전히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대중국 수출액은 지난 3월 -33.1%에서 4월 -26.5%, 지난달 -20.8%로 집계됐습니다.
중국을 제외한 국가 수출액은 3월 -7.6%, 4월 -10.8%, 5월 -13.6% 인 것과 대조해보면 높은 셈입니다.
4월 소매판매는 전월(0.1%)보다 낮은 -1.1%로 나타났습니다. 계절조정 전월 대비로도 2.3% 줄어들며 부진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KDI 측은 "반도체는 생산 감소폭이 축소되었으나 재고가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여전히 위축된 모습"이라며 "건설업은 아파트 공사종료를 앞두고 마무리 작업이 집중됨에 따라 높은 증가세를 유지했으나 주택경기 부진을 감안할 때 지속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습니다.
우리나라 경제가 4개월 연속 '부진'하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그래픽은 국내외 기관의 경제성정률 수정 전망치.(그래픽=뉴스토마토)
줄줄이 성장률 '하향'…내달 정부 발표도 하향 관측
하반기 경기전망도 밝지 않습니다. 해외를 비롯해 국내 경제 전문기관들은 잇따라 하향된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발표했습니다.
앞서 지난 4월 국제통화기금(IMF) 한국 경제의 성장률 전망치를 1.7%에서 1.5%로 낮춘 바 있습니다. 같은 달 아시아개발은행(ADB)도 한국경제 성장률을 1.5%로 진단했습니다. 이어 지난달 25일은 한국은행이 1.6%에서 1.4%로 조정했습니다.
지난 7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1.6%의 전망치를 1.5%로 낮춘 데 이어 한국경제연구원도 9일 1.5%에서 1.3%까지 낮춘 겁니다.
정부도 하향 조정 가능성을 사실상 공식화한 상태입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8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정부는 올해 성장률 전망을 1.6%로 전망했지만 6월 말이나 7월 초에 새로운 성장률 전망치를 제시하면서 여러 상황 변화나 각종 데이터, 연구기관의 견해를 종합해 수정 전망할 것"이라며 "1.6% 전망을 소폭 하향조정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에 따라 정부 안팎에서는 기존에 전망했던 1.6%에서 0.1%포인트 낮춘 1.5%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기획재정부는 올 경제성장률 수정 전망치를 다음 달 중 '2023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발표할 예정입니다.
남상집 한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제조업 수치가 안 좋은 것은 수출과도 연결이 된다. 우리나라 수출이 10개월 이상 적자를 기록하는 상황에서 상황이 개선될 수 있는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며 "일부 기관들이 성장률을 1.4~1.5%로 전망하는 것도 긍정적으로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 "경제라고 하는 것은 항상 성장하기 때문에 국내총생산(GDP)이 우상향하고 은행 금리는 우하향한다"며 "그래서 올 연말까지 굉장히 어려운 한 해가 되겠지만 내년부터는 금리도 내리기 때문에 기업들이 좀 참고 좀 더 견뎌야 되겠다"고 말했습니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 "1.5% 이하라면 현상 유지가 어렵다고 보인다. 현재 상저하고가 될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 상황이 개선 될 수 있는 모멘텀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세종=김유진 기자 y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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