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가격이 오르지 않은 먹거리가 있을까요? 서민 음식이라는 것도 이제는 다 옛말입니다."
물가 상승률 둔화에도 불구하고 먹거리 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는데 따른 한 전문가의 우려입니다.
실제로 최근 먹거리 물가는 상승세가 가파르기도 하지만, 품목을 가리지 않고 전방위적으로 오르고 있습니다. 농·축·수산물은 물론이고 가공식품까지 줄줄이 오르면서 소비자들의 주머니가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는 것이죠.
거시적인 통계 지표 흐름은 그리 나쁘지 않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3.3%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는데요. 이는 지난 2021년 10월 3.2% 이후 1년 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입니다.
이 같은 물가 상승률 둔화는 석유류가 주도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석유류는 1년 전 대비 1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이는 3년 만의 최대 낙폭입니다.
문제는 먹거리인 가공식품과 외식 물가가 각각 7.3%, 6.9%로 전체 물가 상승률의 두 배가 넘는다는 점입니다.
통계를 자세히 살펴보면 상황이 더욱 좋지 않습니다. 세부 품목 112개 중 27.7%인 31개는 물가 상승률이 10%를 웃도는 것으로 집계됐는데요.
잼이 35.5%로 가장 높고 치즈 21.9%, 어묵 19.7%, 라면 13.1%, 피자 12.2%, 커피 12%, 빵 11.5%, 햄버거 10.3%, 김밥 10.1% 등도 높았습니다. 소비자들이 외부에서 접할 수 있는 먹거리들 대부분이 10%대의 높은 물가 상승률을 보인 것이죠. 이러니 체감하는 먹거리 물가가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이렇게 먹거리 물가 지표가 오르면서 식품 프랜차이즈 기업들도 너 나 할 것 없이 제품 가격 인상 행렬에 동참하는 모습입니다. 라면, 치킨, 햄버거 시장에서 기업들은 치열한 눈치싸움 끝에 리딩 업체가 선제적으로 가격을 인상하면, 이에 줄줄이 따라가는 양상을 보이고 있죠.
물론 기업들은 경기 침체가 이어지고 원부자재 가격이 상승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항변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국제유가가 요동치고 원자잿값 불안이 지속되면서, 이 같은 변수가 시차를 두고 어느 정도 제품 가격에 반영되고 있다는 논리죠.
그러나 지난해와 비교하면 확실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변수는 이미 상수로 변한지 오래고, 실제로 전 세계적인 원자잿값도 점차 진정되는 추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최근 국제유가 안정으로 물가 상승률 둔화가 뚜렷한 추세 흐름을 보이는 것이 단적인 예죠.
결국 최근 물가 상승에는 기업의 탐욕도 한몫한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습니다. 이윤 추구가 기업의 핵심 가치인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수긍하기 어려울 정도로 과도하게 인상된 가격을 토대로 매출이 증가하고 이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유발된다면, 이는 다시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먹거리는 인간 생활의 세 가지 기본 요소인 '의식주' 중에서도 핵심으로 통합니다. 다른 제품을 다루는 기업들과 달리 식품 기업이라면 더 높은 차원의 윤리 의식이 요구되는 이유죠. 먹거리가 서민의 삶과 너무나 밀접히 맞닿아있는 점을 감안한다면, 정부 역시 식품 기업들에 막연한 가격 인상 자제만 당부할 것이 아니라 보다 실효성 있는 가격 안정 방안을 내놓고 이를 업계와 공유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김충범 산업2부팀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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