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홈플러스가 12년 만에 매출 역성장 고리를 끊었지만 내막을 살펴보면 그리 밝지 못한 모습입니다. 영업적자가 전년 대비 2배가량 늘면서 내실을 챙기지 못했기 때문이죠.
이 같은 손실 증가는 온·오프라인 투자 확대, 브랜드 마케팅 강화 등 조치에 따른 것입니다. 장기적으로 기업 경쟁력을 높여야 하는 홈플러스 입장에서는 어느 정도 불가피한 측면도 있습니다.
하지만 오프라인 유통 채널에서 대형마트의 비중이 점차 낮아지는 등 업황 자체가 침체기에 진입한 점은 홈플러스의 향후 전망을 어둡게 만드는 요인입니다. 비단 이번 실적 성과를 떠나 높은 부채비율로 인한 상시적 리스크를 안고 있는 점도 홈플러스의 약점이라는 분석입니다.
15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결산법인인 홈플러스는 2022 회계연도(2022년 3월 1일~2023년 2월 28일) 매출이 6조6006억원으로 전 회계연도(6조4807억원)보다 1199억원 증가했습니다.
홈플러스 총매출이 반등한 것은 12년 만의 일입니다. 홈플러스 관계자도 "유통 업계에서 매출은 이익의 선행지수로 인식된다"며 "이번 매출 성장으로 향후 이익 개선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영업손익을 살펴보면 여전히 암울한 실정입니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영업손실이 2602억원으로 집계됐는데요, 이는 전년 1335억원 대비 무려 2배가량 급증한 수치입니다. 아울러 당기순손실도 전년 372억원에서 4458억원으로 대폭 늘었습니다.
홈플러스는 선제적 투자가 영업손실 확대에 영향을 줬다는 입장입니다. 경쟁력 강화를 위한 온·오프라인 투자 확대, 브랜드 마케팅 강화, 악성 재고 처리를 통한 재고 건전성 확보 등이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죠.
실제로 홈플러스는 체질 개선의 일환으로 전국 18개의 오프라인 매장을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으로 리뉴얼한 상태입니다. 리뉴얼에 투입된 비용만 1000억원에 달하며, 온라인 배송 확대에 500억원, 25주년 TV 광고비 200억원 등 일회성 비용 증가도 손실 증가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문제는 홈플러스의 이 같은 개선 노력에도 불구하고 대형마트 시장 업황 자체가 좋지 못하다는 점입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유통 업태별 매출동향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을 포함한 유통 채널들 중 대형마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14.5%로 전년(15.7%)보다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같은 기간 동안 백화점이 16.8%에서 17.8%로 오르고, 편의점이 16%에서 16.2% 증가한 것과는 사뭇 대조적입니다. 오프라인 채널에서 대형마트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특히 메가푸드마켓이 타사와 비교해 획기적인 차별성을 갖추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홈플러스가 이를 토대로 확실한 실적 반전을 이룰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합니다.
홈플러스의 부채비율이 지나치게 높은 점도 리스크라는 분석입니다. 올해 2월 말 기준 홈플러스의 자본총계는 8712억원 수준인데요, 부채총계는 8조2245억원으로 부채비율이 무려 944%에 달합니다.
이는 1년 전 664%보다도 무려 280%포인트나 증가한 것입니다. 정부는 기업의 적정 부채비율을 200% 이하로 잡고 있는데, 이를 무려 4배 이상 초과하는 수치인 셈이죠. 단기간 내 해결될 수 있는 규모가 아닙니다.
한 경영학과 교수는 "대형마트 업계가 이커머스 시장에 무릎을 꿇었다 봐도 무방한 상황"이라며 "홈플러스의 경우 메가푸드마켓 이상의 고객을 유인할 수 있는 킬러 콘텐츠 확보가 절실하다. 그렇지 않다면 오프라인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높이기 쉽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서울 강서구 소재 홈플러스 본사 전경. (사진=홈플러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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