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무 깜깜이 시찰도 모자라…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도 3무
오염수 시찰단, 시료 채취·조사 명단·언론 검증 전무
방류 단계서도 무능·무대책·무책임…"일본 정부냐"
2023-06-16 06:00:00 2023-06-16 06:00:00
15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관련 브리핑에서 취재진 질문에 대한 답변이 이어지고 있다. 왼쪽부터 윤현수 외교부 기후환경과학외교국장, 범정부 태스크포스(TF) 기술독립검토위원장인 허균영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박구연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 송상근 해양수산부 차관, 신재식 원자력안전위원회 방사선방재국장.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김광연·장윤서·윤혜원 기자] 정부의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대응을 놓고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3무(시료 채취·시찰단 명단·언론 검증 전무)로 일관했던 정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전문가 현장 시찰단'의 '깜깜이 시찰'도 모자라 도쿄전력 방류를 앞두고 일본 정부의 입장만을 대변하는 3무(무능·무대책·무책임)로 일관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정부는 15일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관련해 첫 일일브리핑을 진행했습니다. 이날 브리핑에는 박구연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 송상근 해양수산부 차관과 민간 전문가인 허균영 범정부 태스크포스(TF) 기술독립검토위원장(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등이 참석했습니다. 도쿄전력이 오염수가 배출될 해양방출설비 시운전을 하는 등 방류 카운트다운에 돌입한 상황에서 국민적 우려를 불식하기 위한 자리였습니다. 
 
오염수 방류 코앞인데정부, '무능·무대책·무책임' 일관
 
하지만 정부는 언론 보도를 반박하고 '오염수가 방류돼도 안전하니 안심하라'는 논리를 펴는 데만 시간을 할애했습니다. 근본적으로 국민적 불신과 우려를 잠재우기보다는 '검증됐으니 안심하라'는 논리만 폈습니다. 박 차장은 일본 도쿄전력이 오염수를 섞지 않고 윗물만 시료를 채취해 대표성이 부족하다는 의혹이 최근 일본 내부에 있었던 것에 대해 사실이 아니며 국제원자력기구(IAEA) 최종 확증 모니터링에 활용한 오염수 시료는 균질화 작업을 거친 시료로 확인됐다고 강변했습니다.
 
우리 해역이나 수산물에 미칠 영향도 미미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송 차관은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인한 방사능 유출이 우리 해역에 유의미한 영향을 주지 못했다. 우리 바다는 안전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유국희 원자력안전위원장이 15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현장 시찰단 단장인 유국희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도 오염수 방류가 국내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는 현황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을 하지는 않는 모습이었습니다. 유 위원장은 이날 오후 국회 정무위원회 현안질의에 출석했는데요. 
 
이 자리에서 박재호 민주당 의원이 "국민들이 궁금해하는 것을 괴담이라고 하면 되느냐"고 지적하자 유 위원장은 "필요한 자료를 요청해 받아 검토하고 있고, 검토 과정에서 추가로 볼 자료가 생겨 추가 요청해 검토 중"이라고 답했습니다. 지난달 진행된 후쿠시마 현장 시찰에 대해서도 "당시 확인한 것과 과학적으로 정밀분석해야 할 부분이 있다"며 말을 아껴 혼란을 잠재우지 못했습니다.
 
이번 방류에 대한 정부의 태도는 여전히 확실치 않습니다. 이날 민주당 소속 백혜련 정무위원장이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를 찬성하는, 일본과 인접한 아시아 국가가 있느냐"고 묻자 방문규 국무조정실장은 "우리나라도 찬성하는 게 아니다"라고 답했습니다. 백 위원장이 재차 "찬성 국가가 있느냐"라고 질의하자 방 실장은 "미국과 유럽 등에서 긍정적인 (입장)"이라고 했습니다. 이에 백 위원장은 "유럽과 미국이 아닌, 일본과 인접한 아시아 국가를 물었다"라고 재질의했고 방 실장은 "과학적으로 접근하라는 (입장)"이라고 즉답을 피했습니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앞두고 15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에서 농수산물검사부 농수산물안전성검사팀 연구원들이 수산물 방사능 안전성 검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본 대변인 자처"더 기름 부은 정부 대응책
 
이날 정부 관계자들이 앞다퉈 적극 해명에 나섰지만, 시종일관 일본 입장을 대변한 자리였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조성렬 북한대학원대 초빙교수는 본지와 한 통화에서 "일본정부가 일일 브리핑하는 것도 아니고 우리 정부가 일일 브리핑을 해야 하느냐. 한국 정부가 일본 정부 지휘를 받는 것도 아니고 그런 면에서 정상적이지 않다"며 "전 세계가 우려하고 일본 국민도 우려하니까 일본 정부가 그러는 것(브리핑하는 것)은 그럴 수 있는데, 우리 정부가 그러는 것은 정상적인 모양이 아니다"고 꼬집었습니다. 
 
민주당도 "대한민국 정부는 일본 정부의 주장을 그대로 답습하며 '일본 정부의 대변인'을 자처했다"고 맹비난했습니다. 이소영 원내대변인은 "정부는 오염수가 방류되어도 안전하니 안심하라고 한다"며 "방사능 영향에 대해 엄밀히 따져 묻기보다 덮어놓고 믿으라는 정부의 모습에서 국민들은 더 큰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민주당은 이날 국민의힘에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검증 특별위원회 구성에 협조할 것을 요청했습니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21일부터 26일 후쿠시마 현지로 원전 오염수 조사를 위한 현장 시찰단을 파견했지만, 국민적 불신만 가중했다는 비판을 들어야 했습니다. 시찰단은 일본의 오염수 시료 채취 제한으로 인해 도쿄전략이 채취한 오염수만 받아 분석했습니다.
 
또 처음 시찰단 명단과 도착·출국 일정이 비밀에 부쳐지면서 야권으로부터 '스텔스 시찰단'이라는 비아냥을 들어야 했고, 언론 의혹 보도에 대한 발 빠르고 정확한 해명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들었습니다.
 
김광연·장윤서·윤혜원 기자 fun35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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