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5일 서울 종로구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열린 한미동맹 70주년 특별전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수능 이외에도 방송통신위원장과 국민권익위원장 인사부터 노란봉투법(노동조합·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여부 등 정국의 뇌관이 될 사안들이 줄지어 대기하고 있습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이동관 대통령 대외협력특별보좌관의 방통위원장 지명을 강행할 경우, 여야의 강대강 대치가 당분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동관 지명 '카운트다운'…여야 '정면충돌'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전날 참모들로부터 인사 관련 보고를 받고 이번 주 후반 방통위원장, 권익위원장, 또 일부 장관과 중폭의 차관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가정보원 내부의 인사 파동으로 여권 안팎에서 거취 문제가 거론됐던 김규현 국정원장은 유임할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인사 과정이라는 게 항상 결과와 일치하지도 않기 때문에 조금 신중하게 접근 필요가 있다"며 말을 아꼈습니다.
이 가운데 윤 대통령은 이르면 오는 29일 신임 방송통신위원장에 이 특보를 지명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특보 지명은 예견된 화약고로 평가됩니다. 이 특보의 이명박정부 당시 '언론 장악' 연루 의혹을 비롯해 아들의 고교 시절 학교폭력(학폭) 논란이 여전히 사그라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최근 이 특보의 지명을 반대하는 대자보가 전국 대학가에 붙으면서 논란이 확산되는 모양새입니다. 또 이 특보가 과거 한 종합편성채널에 출연해 당시 검찰총장이었던 윤 대통령을 두고 "패거리 문화를 갖고서 수사를 제대로 했겠냐"고 거세게 비판한 영상이 뒤늦게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야당에선 이 특보 지명 공식 발표 전부터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도 언론도 반대하는 오기인사는 그만해야 한다. 국민도 이미 이동관 심판을 끝냈다"며 "언론장악은 물론, 자녀 학폭 은폐 의혹도 있는 이 특보는 방통위원장은 물론 특보 자격도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전현희 현 권익위원장의 뒤를 이을 후임 인사를 놓고도 여야 충돌이 불가피해보입니다. 신임 권익위원장에는 검찰 출신의 김홍일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가 거론되고 있습니다. 김 변호사는 대검 중수부장 때 2011년 부산저축은행 비리 수사를 총괄했습니다. 김 변호사는 검사 시절 윤 대통령과 여러 번 호흡을 맞춰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부 요직에 검사 출신 인사들이 곳곳에 기용된 상황에서 또 한 명의 검사 출신이자, 윤 대통령의 측근 인사가 권익위의 수장으로 오는 데 대한 야당의 반발이 극심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와 관련해 전현희 위원장은 이날 퇴임을 하루 앞두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검사 출신이 부패 방지 총괄 역할에는 적임자지만, 권익위의 가장 중요한 역할인 국민권익 구제와 사회적 갈등을 해결 등 역할도 못지않게 중요하게 생각했으면 한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2018년 3월22일 당시 이동관 대통령 대외협력특별보좌관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서울 논현동 자택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노란봉투법 처리 초읽기…또 '거부권 정국'
여기에 하청·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이 원청과 직접 교섭하고, 파업 등 쟁의행위에 대한 기업의 무분별한 손해배상 소송을 제한하는 이른바 노란봉투법의 처리를 놓고도 여야 대립이 격화될 전망입니다. 야당은 30일 노란봉투법의 국회 본회의 처리를 예고한 상황입니다.
다만 야당이 압도적 의석수를 앞세워 본회의에서 법안을 처리한다고 해도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또다시 행사하는 상황이 온다면 여야 간 극한 대치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노란봉투법은 기존 우리 법들을 마치 지키지 않아도 되는 듯한 취지의 입법이 될 수 있어 좀 더 심각하게 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사실상 노란봉투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시사한 겁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총선이 다가올수록 여야 간 갈등은 심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지금 윤 대통령조차 협치에 전혀 관심이 없고 내년 총선 전략 자체가 야당을 최대한 압박해서 이기겠다는 생각이라서 오히려 없는 이슈도 더 만들어 내지 않을까 생각된다"며 "결국은 국민들에게 양자에 대한 선택을 강요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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