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향자 한국의희망 창당준비위원장이 26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한국의희망 창당발기인대회에서 창당선언문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윤혜원 기자] 양향자 무소속 의원과 금태섭 전 민주당 의원, 정의당 등 정치권 안팎에서 신당을 창당하겠다는 선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무당층을 공략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되는데요. 제3지대가 총선에서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켜 유의미한 의석수 확보까지 달성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 시각이 나옵니다.
‘양당 정치 타파’ 들고 나온 제3지대론
양 의원은 26일 신당 ‘한국의희망’을 창당했습니다. 한국의희망 창당준비위원장을 맡은 양 의원은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열린 창당 발기인 대회에서 “진영논리와 부패에 빠진 나쁜 정치, 낡은 정치, 특권 정치를 바꾸지 않으면 새로운 시대는 영원히 오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양 의원은 양당 중심 정치의 대안으로서 새로운 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는데요. 그는 “새로운 시대로 이끌 정치가 그 본질을 잃으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변방으로 밀려났다”며 “거대 양당이 이끄는 정치는 그저 권력 게임이자 이권 다툼”이라고 규정했습니다.
이어 “한국의희망은 기존 정치와 다른 세 가지 정치를 추구한다”며 “진영논리와 부패에 빠진 ‘나쁜 정치’를 ‘좋은 정치’로, 낡고 비효율적인 정치를 과학기술에 기반한 ‘과학 정치’로, 그들만의 특권을 버리고 국민 삶을 바꾸는 실용 정치, ‘생활 정치’로 바꾸겠다”는 포부를 전했습니다.
제3지대를 향한 의지를 드러낸 것은 양 의원뿐만이 아닙니다. 최근 금 전 의원은 오는 9월까지 신당 창당을 마무리하겠다고 했습니다. 정의당 내 ‘세 번째 권력’의 공동대표 류호정 의원이 금 전 의원과 포럼을 개최하며 양측의 연합 가능성도 제기됐죠. 정의당도 전날 혁신 재창당을 추진하겠다고 했습니다. 노동·녹색 등 세력과 연합해 재창당을 도모한다는 방침입니다.
금태섭 전 의원이 지난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다른 미래를 위한 성찰과 모색 포럼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30% 육박’ 무당층 공략…“인물·비전 부족”
제3지대론에 불을 지핀 이들이 하는 말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양당 정치에 균열을 내겠다는 구상입니다. 금 전 의원은 “유권자들은 내년 총선에서 1, 2당 자리를 차지할 세력을 기대하지는 않지만, 기존 정치 문제를 정면으로 지적하고 고쳐나갈 수 있는 세력이 등장하면 얼마든 선택을 고려할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도 “기존 양당 체제나 진보 정치에 실망하고 개별화된 많은 분이 정의당 비전 속에 함께할 수 있다면 모시겠다”고 언급했죠.
무당층의 비율이 30%에 육박한다는 점은 제3지대론에 힘을 싣는 근거 가운데 하나로 꼽히고 있습니다. 한국갤럽이 지난 20~22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당 지지도 조사(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결과, 양당 모두 지지하지 않는 무당층은 29%에 달했습니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제3지대론 바람이 돌풍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입니다. 찻잔 속 태풍으로 그칠 수 있다는 전망까지 제기됩니다. 양당 정치의 폐해를 놓고는 그간 많은 문제 제기가 이뤄진 만큼 제3지대론이 등장할 명분은 있지만, 이런 명분을 실현할 비전이나 인물이 부족하다는 지적입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국민의힘과 민주당에 대한 국민의 실망감이 강해 양당 정치의 대안으로서 제3지대가 나설 명분은 있다”면서도 “양 의원과 금 전 의원은 양당정치와 싸워온 역사를 지닌 인물이라기보다, 양당 내 비주류로서 신당 창당의 동력이 부족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박 평론가는 “명확한 정책적 비전이 있기보다 두 거대 정당에 대한 분노에 편승하려는 면도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힘들 것”이라며 “정의당이 양당 정치와 대척점을 만들어왔지만, 그들은 진보 세력이지 제3지대라 보기는 힘들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지난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윤혜원 기자 hwy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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