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유진·오세은 기자] 재계가 2분기 기업 실적 발표 시즌에 돌입했습니다. 업종별로 반도체, 석유화학, 철강은 적자 속 회복세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다만 스마트폰 부품계열사는 IT(정보통신) 기기 수요 약세로 실적에 적신호가 켜졌습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반도체, 석유화학, 철강 등의 부진한 실적이 예상되는 가운데 상반기 실적이 바닥을 찍은 뒤 반등할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업계에선 삼성전자의 2분기 잠정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웃돌거나 부합하는 실적을 거둔 것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3분기에 턴어라운드(실적 개선)를 점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 서초사옥(사진=연합뉴스)
반도체 적자 규모 1분기보다 줄어든 것으로 추정
삼성전자는 2분기 연결 기준 잠정 매출액은 60조원으로 전 분기보다 5.9% 감소하고, 영업이익도 6000억원으로 6.3% 줄었다고 지난 7일 밝혔습니다. 부문별 세부 실적이 공개되지는 않았으나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에서 3조∼4조원대 규모의 적자를 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업계 전반적으로는 2분기 D램 출하량 증가 등을 감안하면 반도체 적자 규모가 1분기(-4조5800억원)보다는 줄어든 것으로 추산됩니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부문이 재고자산평가손실이 1분기보다 줄어들면서 바닥을 찍고 개선세로 돌아선 것으로 추정한다"며 "PC와 모바일 중심으로 고객사 재고가 정상 수준에 근접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3분기부터 공급 축소와 수요 회복 효과가 동시에 나타나면서 D램 평균판매가격 상승 시점이 앞당겨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SK하이닉스의 경우 2조원 이상 영업 적자라는게 시장 전망치입니다. 다만 D램 출하량 증가와 재고 감소로 시장의 예상보다는 웃도는 실적을 내며 사실상 2분기가 바닥일 거란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업계에선 2분기에는 D램과 낸드 출하량이 증가세로 전환하고, 재고도 줄어든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석유화학·철강업계도 1분기 대비 2분기 기대감 솔솔
불황의 늪에 빠졌던 석유화학 업계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전반적인 업황 반등 속도는 더디지만 원가 하락, 수요 회복 등의 영향으로 실적 개선 흐름은 가시화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롯데케미칼은 작년 2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4분기 연속 적자를 냈으나, 올해 2분기에는 1년 만에 흑자로 전환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립니다. 정경희 키움증권 연구원은 "롯데케미칼의 2분기 실적은 28억원으로 흑자 전환할 것으로 추정한다"며 "기초유화군 손실을 롯데정밀화학과 첨단소재 이익,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연결로 상쇄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습니다. LG화학은 2분기 8000억원대의 영업이익으로 전년동기 대비 비슷한 수준을 지킬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석유화학 부문에서만 2분기 100억~300억원대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추산됩니다.
철강업계도 1분기보다는 개선된 실적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포스코홀딩스의 2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1조2000억원대로, 1분기(7047억원)대비 68.3% 증가한 수준입니다. 현대제철의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3900억원대로, 1분기(3339억원)와 비교하면 19.0% 늘어난 수치입니다.
전기차 시장의 가파른 성장세에 힘입어 호실적을 냈던 자동차와 배터리 업계도 2분기 순조로운 실적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반면 삼성전기, LG이노텍 등스마트폰 부품계열사의 2분기 실적은 내리막이 예고됩니다.
LG이노텍의 고배율 광학식 연속줌 카메라 모듈. 광학식 연속줌 모듈은 DSLR이나 미러리스와 같은 전문 카메라와 주로 적용되던 망원 카메라 기능을 스마트폰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든 초소형 부품. (사진=LG이노텍)
2분기 영업익 삼성전기 1900억원 LG이노텍 237억원 전망
반면 삼성·LG그룹의 부품 계열사인
삼성전기(009150)와
LG이노텍(011070)의 2분기 실적이 엇갈릴 전망입니다. 두 회사 모두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분기 영업이익이 크게 하락하나, 삼성전기는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의 신제품 출시 영향으로 경기 침체 속에서도 선방했다는 평가입니다. 반면, LG이노텍은 주요 고객사인 애플의 아이폰14 시리즈 판매 둔화로 영업이익이 크게 출렁일 것으로 관측되고 있습니다.
KB증권에 따르면 삼성전기의 2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2조800억원, 1904억원으로 추정됐습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5%, 영업이익은 47% 감소한 수준입니다.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IT 기기 수요 둔화 등으로 회사 전체 실적을 견인하는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수요가 준 탓이지만, 샤오미나 오포 등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신제품 출시에 따른 카메라모듈 공급이 MLCC 수요 둔화를 방어했다는 평가입니다. 대부분의 전자제품에 들어가 ‘전자산업의 쌀’로 불리는 MLCC는, 전자회로가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전류 흐름을 조절하고 부품간 전자파 간섭을 막아주는 초소형 부품입니다.
반면, LG이노텍의 2분기 매출은 3조4000억원, 영업이익은 237억원으로 예상됐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은 9% 하락했지만 영업이익은 92%나 낙폭한 전망치입니다. 하나증권은 매출 3조3000억원, 영업손실 450억원으로 추정했습니다.
LG이노텍은 아이폰14 판매 둔화 직격탄
주요 고객사인 애플의 아이폰14 시리즈 판매 부진 영향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애플은 매년 10월 신제품을 공개하기 때문에 LG이노텍도 3분기와 4분기가 계절적 성수기이고 1분기와 2분기는 계절적 비수기입니다. 그러나 작년 2분기는 아이폰13 시리즈 출시 효과가 상반기까지 이어지면서 지난해 2분기 매출 3조7025억원, 영업이익 2899억원을 기록하며 호실적을 거뒀지만, 아이폰 14시리즈는 시장 예상보다 지지부진하면서 LG이노텍 실적도 출렁이고 있습니다.
더욱이 지난해 4분기 애플의 아이폰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폭스콘 정저우 공장 가동이 중단되면서 수요와 공급 불균형이 발생했고, 정체현상이 상반기에 풀릴 것으로 보였으나 상반기까지 아이폰14 시리즈 판매량이 시장 예상치를 하회하면서 LG이노텍 2분기 실적도 내려앉은 것으로 풀이됩니다. LG이노텍은 애플에 스마트폰용 카메라 모듈 73% 수준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아이폰14 판매량은 3958만대로 지난해 1분기 아이폰13 판매량(44530만대)과 비교해 13% 줄었습니다. 다만, 삼성전기·LG이노텍의 실적은
삼성전자(005930)·애플의 하반기 스마트폰 신제품 출시로 3분기에는 반등이 점쳐지고 있습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애플이 오는 10월 아이폰15 시리즈 신제품을 선보일 전망이어서 3분기 실적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아이폰15 카메라 업그레이드 등의 영향으로 평균판매가격 상승도 전망된다”고 밝혔습니다.
임유진·오세은 기자 limyang8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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