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장성환 기자] EBS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연계 교재 변형 문제를 다루는 사설 학원 강의에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히자 관련 강의의 폐강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그러자 해당 강의를 잘 활용하던 수험생들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특히 지방 수험생들의 경우 인터넷 강의만 없어지고 암암리에 현장 강의가 이뤄져 자신들만 배우지 못할까 봐 전전긍긍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국세청 세무조사에 EBS 단속 방침까지…몸 사리는 학원들
18일 입시업계에 따르면 대형 학원 일부 강사들이 EBS 수능 특강이나 수능 완성 교재 변형 문제를 다룬 강의를 폐강하고 있습니다. EBS가 이러한 유형의 강의를 단속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입니다.
EBS는 지난달 26일 "EBS 수능 연계 교재를 변형해 불법으로 유통하고 있는 사교육 업체에 대한 사례를 제보받아 교육당국과 연계해 대응할 방침"이라고 알렸습니다.
최근 정부는 사교육 업체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습니다. 국세청이 메가스터디·시대인재·종로학원·유웨이를 상대로 특별 세무조사에 들어간 데 이어 공정거래위원회도 대형 입시 학원과 입시 교재 출판사에 조사관을 보내 현장 조사를 벌였습니다.
여기에 EBS까지 교재 불법 활용에 대한 단속 움직임을 보이자 학원들이 몸을 사리고자 EBS 수능 연계 교재 변형 문제 강의를 폐강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한 입시업체 관계자는 "이전 정부에서도 사교육 문제로 학원에 강한 압력을 가해 교재에 EBS 관련 단어를 쓰지 못하게 하는 등의 제재가 있기는 했지만 이번 정부는 특히 압박 강도가 센 것 같다"면서 "EBS 수능 연계 교재 변형 문제를 다룬 온라인 강의는 앞으로도 제공할 수 없을 듯하다"고 설명했습니다.
EBS가 수능 연계 교재를 다룬 학원 강의들에 대한 엄정 대응 방침을 밝히자 관련 강의들이 잇따라 폐강되고 있습니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서점에 EBS 수능 완성 교재가 진열돼 있는 모습.(사진 = 뉴시스)
강의 잘 활용하던 수험생은 불만 토로…지방 수험생은 더 걱정
수험생들은 걱정이 앞섭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올해 수능에서 EBS 교재 '연계 체감도'를 높이겠다고 공언해 EBS 수능 연계 교재 변형 문제를 다룬 강의가 더 중요해졌지만 선택의 폭은 줄어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수능은 EBS 교재에 나온 그림·지문·도표 등을 변형해 출제하는 '간접 연계' 방식이라 상당수 수험생들이 학원에서 제공하는 EBS 수능 연계 교재 변형 문제 강의를 활용하고 있었습니다.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인 이 모 군은 "학원 강의의 경우 국어 과목을 예로 들면 EBS 교재에 나온 작품의 다른 부분을 가르쳐 주거나 EBS 교재와 다른 변형 문제를 제공해 줘서 좋다"며 "EBS 교재 문제가 그대로 수능에 출제되거나 EBS에서 따로 변형 문제 강의를 제공해 주는 것도 아닌데 학원 온라인 강의까지 없어지면 난감하다. 학생 개인이 일일이 작가 작품을 찾아보거나 문제를 변형해 만들어 볼 수 없지 않은가"라고 토로했습니다.
수험생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경제적 부담 때문에 온라인 강의만으로 수능을 준비하던 학생들만 피해를 보게 됐다", "이렇게 한다고 학생들이 EBS 강의만 들으면서 수능 대비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이제 EBS 교재 변형 문제를 배우려면 과외를 해야 하나" 등의 반응이 쏟아졌습니다.
지방에 거주하는 수험생들은 더 불안하기만 합니다. 학원들이 단속을 의식해 온라인 강의는 폐강하면서도 현장 강의에 온 학생들에게만 몰래 변형 문제나 정보를 제공해 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입니다.
경북의 한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수험생 정 모 군은 "안 그래도 수도권과 지방의 교육 정보나 질의 격차가 큰 상황인데 그나마 그 차이를 줄여주던 온라인 강의마저 위축되고 있으니 지방 수험생들은 어떻게 하라는 건지 모르겠다"면서 "방학 때라도 서울에 있는 학원의 현장 강의를 등록해 다녀야 하나 고민"이라고 말했습니다.
EBS 수능 연계 교재 변형 문제를 다룬 학원 강의들이 폐강되자 수험생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사진은 서울의 한 스터디카페에서 학생이 온라인 강의를 듣고 있는 모습.(사진 = 뉴시스)
장성환 기자 newsman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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