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버스요금도 300원 오른다고 고시했는데 최저임금은 240원 올리며 노동자 임금의 최저수준을 보장했다고 스스로 자축할 수 있는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27일 내년도 최저임금의 심의과정과 인상규모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 재심의를 요구했습니다. 최임위는 지난 19일 내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2.5% 인상한 9860원으로 의결했습니다. 이는 최저임금 제도 도입 이후 두 번째로 낮은 인상률입니다.
민주노총은 이날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심의 초기부터 정부의 고위인사가 9800원 선에서 최저임금이 결정될 거라는 예언이 그대로 이뤄진 결정이었다”며 “역대 최장기간 심의를 했음에도 미리 정한 가이드라인에 맞추듯 표결 처리됐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최저임금법 제4조에서는 ‘근로자의 생계비, 유사 근로자의 임금, 노동생산성, 소득분배율’을 고려해 정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지만 처음부터 무시됐다”며 법적인 최소한의 최저임금 결정 기준이 고려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27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에서 열린 2024년 최저임금 결정 이의제기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안창현 기자)
민주노총은 이번 최저임금안이 실질적인 임금 삭감이라는 입장입니다. 내년부터 최저임금법에 따라 정기상여금과 현금성 복리후생비 등이 전액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돼 최저임금은 올라도 실제 월급은 깎이는 현상이 나타난다는 겁니다.
최저임금 사각지대…제도개선 시급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내년부터 산입범위가 100%로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상황에서 최저임금은 인상이 아닌 삭감”이라며 “최임위 기초 심의자료인 비혼단신실태생계비 평균 241만원에도 못미치는 금액으로 최소한 물가상승률조차 반영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현행 최저임금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주장도 내놨습니다. 박 부위원장은 “플랫폼·프리랜서 특고노동자 등이 증가하며 최저임금조차 적용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최저임금 사각지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최임위에서 지속적으로 관련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논의를 요청했으나 외면됐다”며 이에 대한 논의와 재심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이의제기가 받아들여져 최임위 재심의가 이뤄질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현행 최저임금법에 따르면 근로자·사용자 대표자는 최저임금안이 고시된 날로부터 10일 이내로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이의를 제기할 수 있고, 장관이 이를 받아들일 경우 최임위 재심의를 요청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 1988년 최저임금제가 시행되고 재심의가 이뤄진 사례는 없습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도 전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최임위가 경제 상황과 고용 여건, 국민 여론을 감안해 독립적으로 결정했기 때문에 존중해야 한다”면서 “재심의를 요청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의제기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이번 최저임금안은 최저임금법에 따라 장관이 다음달 5일까지 내년도 최저임금을 확정·고시하고, 내년 1월1일부터 적용됩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