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대성 기자] 한국의 워렌 버핏으로 불리는 하우스 VIP자산운용이 대량 매수한 종목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올 들어 추가로 사들인 종목들이 시장에서 주목받지 못하는 소외주들이기 때문입니다. VIP운용은 올해 공모펀드 시장에도 진출,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됩니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VIP자산운용은 지난 2일
글로벌텍스프리(204620) 지분 5.80%를 단순투자 목적으로 보유했다고 공시했습니다. 꾸준히 주식수를 늘리다가 지난달 5%를 넘었습니다. 지난달에는
KCC글라스(344820) 지분을 5.15% 신규 공시했습니다.
글로벌텍스프리는 국내 사후면세점 시장에서 점유율 1위(60%)를 차지하고 있는 부가세 환급업무 대행사입니다. 시내 환급 창구와 가맹점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습니다. 최근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실적 개선이 기대돼 주목받고 있는데요.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외국인 입국자 수는 157만명으로 2019년 1분기(361만1000명) 대비 43% 회복했습니다.
증권업계에선 국세 환급 대행사업을 영위하는 글로벌텍스프리가 정부의 우호적인 정책으로 하반기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또한 다른 리오프닝 관련 회사와 달리 영업이익이 팬데믹 이전보다 크게 증가하고 있는 점을 들어 실적과 주가 상승을 예상했습니다.
곽민정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올해 하반기 방한 중국 관광객 수는 2019년 대비 40% 회복될 것"이라며 "글로벌텍스프리 수수료 매출의 20% 이상 차지하는 대만과 일본 관광객 수는 70% 이상 회복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KCC글라스에 대해서는 저평가 매력을 강조합니다. VIP자산운용 관계자는 "주가수익비율(PER) 6~7배가 되는 상황이라 밸류에이션 매력도가 높다"면서 "해당 업체 고객사가 현대차인데 고부가 차량 판매 증가와 내년부터 인도네시아 판유리 생산공장도 수도 이전이 맞물려 매출 성장이 기대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처럼 VIP자산운용은 현재 증시에서 철저하게 소외되어 있는 종목들에 주로 투자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7일 VIP자산운용이 5% 이상 지분을 보유해 공시한 종목은 14개입니다. 지분율 순서대로
아세아(002030)(10.74%),
풍산홀딩스(005810)(8.95%),
HL홀딩스(060980)(7.93%),
아세아시멘트(183190)(7.66%),
디지털대성(068930)(6.80%),
유니테스트(086390)(6.31%),
현대에이치티(039010)(6.08%),
매일유업(267980)(5.85%),
글로벌텍스프리(204620)(5.80%),
동국제약(086450)(5.31%),
엘앤씨바이오(290650)(5.26%),
SBS(034120)(5.17%),
KCC글라스(344820)(5.15%),
한솔케미칼(014680)(5.02%)입니다.
VIP자산운용 관계자는 "해당 종목들은 공모펀드와 일임자산, 사모펀드 등에 모두 포함되어 있는 종목들"이라며 "특별히 테마성으로 투자하진 않고 개별종목마다 산업 내에서도 저평가돼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특정섹터를 보고 투자를 하는 것이 아니라, 밸류에이션 매력이 있으면 산다는 설명입니다.
이중 가장 최근에 신규로 공시한 종목이 글로벌텍스프리입니다. 또 풍산홀딩스 지분을 기존 7.80%에서 8.95%로 늘렸고, KCC글라스도 신규로 5% 보유공시를 냈습니다. 지난 6월에는 HL홀딩스 지분을 기존 6.26%에서 7.93%로 늘렸습니다. 반면 나이스정보통신과 KSS해운 지분은 줄였습니다.
소외된 종목에 투자하다 보니 성과가 바로 나타나는 것은 아닙니다. 이들이 투자하고 있는 주요 종목 중 아세아(28.67%), 풍산홀딩스(23.14%), HL홀딩스(19.67%), 아세아시멘트(8.53%), 유니테스트(28.29%), 현대에이치티(4.76%), 글로벌텍스프리(27.78%), 엘앤씨바이오(54.11%), KCC글라스(12.45%), 한솔케미칼(1.51%) 등은 올해 주가가 올랐습니다. 반면 디지털대성(-11.98%), 매입유업(-20.93%), 동국제약(-16.02%), SBS(-25.33%) 등은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VIP자산운용 측은 아직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는 기업들이지만 장기적으론 목표수익률에 도달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VIP자산운용 관계자는 "저희는 시장을 보고 투자하는 하우스가 아니다 보니 기본적으로 가치투자와 바텀업을 주로 하는 편"이라며 "2차전지가 테마성으로 올라가는 상황이지만 저희는 방식대로 묵묵히 운용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시장에 따라서 중장기적으로 보면 저희가 목표하는 수익률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습니다.
VIP자산운용은 지난 2월 사모재간접 투자 방식으로 공모펀드 시장에도 뛰어들었습니다. 이때 처음 선보인 'VIP The First 증권투자신탁 1호' 펀드는 현재 10.3%의 수익률을 기록 중입니다. 뒤이어 4월에 출시한 'VIP한국형가치투자' 펀드는 국내 최초로 수익률에 따라 운용보수가 달라진다는 점으로 주목받았습니다. 이 펀드는 VIP자산운용이 연금 시장에 도전하겠다며 내놓은 개방형 펀드상품으로 현재 7.6% 수익률을 기록 중입니다.
김민국 VIP자산운용 대표는 "공모펀드가 시장의 신뢰를 잃어버린 이유 중 하나가 고객이 손실이 나도 운용사는 보수를 꼬박꼬박 떼어 간다는 점"이라며 "이번 펀드는 손실이 날 경우 회복될 때까지 운용보수를 받지 않음으로써 고객에 대한 책임감과 수익률에 대한 자신감을 동시에 보여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최근 VIP자산운용 지분신고 종목.(표=뉴스토마토)
신대성 기자 ston947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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