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우석 법률전문기자] 지난달 21일 ‘신림동 묻지마 칼부림 살인사건’을 시작으로, 3일 ‘서현역 흉기난동’ 등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테러 또는 살인예고가 전국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런 소식에 국민 불안감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을 반영하듯 온라인 쇼핑몰의 호신용품 판매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약 2~3배가량 늘었다고 합니다.
한국여성의전화 등 전국의 여성·시민사회단체는 6일 오후 부산 연제구 부산지방법원 앞에서 '성폭력 피해자의 정당방위 인정을 위한 재심 개시 촉구 기자회견'하는 모습<사진=뉴시스>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구입한 호신용품. 다만 잘못 사용하면 범죄자가 될 수 있는데요. 그 이유는 대법원 판례상 공격형 호신용품을 사용할 경우에 정당방위가 인정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정당방위 요건은
우리나라 형법은 제21조 제1항에서 ‘현재의 부당한 침해로부터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을 방위하기 위해 한 행위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정당방위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 정당방위상황 △ 방위행위 △ 상당한 이유 등이 인정돼야 합니다.
여기서 법원은 ‘상당한 이유’를 엄격하게 해석하고 있습니다.
정당방위, 얼마나 엄격하게 인정하나
정당방위와 관련해 유명한 사건이 있습니다. 이 사건만 보아도 법원이 얼마나 엄격하게 정당방위를 인정하는지 알 수 있는데요. 이른바 ‘최말자씨 사건’입니다.
1964년. 당시 18세이던 최씨는 자신을 강간하고 있는 당시 21세 남성 노모씨의 혀를 깨물어 혀 일부가 절단된 일이 발생했습니다. 이에 검사는 최씨를 중상해죄로 기소했고, 법원은 최씨의 정당방위를 인정하지 않고 징역형을 선고했습니다.
이러한 사례가 또 있습니다. A가 B로부터 갑작스럽게 뺨을 맞는 등 폭행을 당하자, A가 B에 대항하기 위해 깨어진 병으로 B를 겨눈 경우, A를 협박죄로 처벌한 예(91도80)도 있습니다.
이처럼 법원은 정당방위를 인정하는데 소극적입니다. 법원에서 정당방위가 인정된 사례는 형법 제정 이후 총 14건에 불과합니다. 상당성 요건을 엄격하게 해석하기 때문입니다.
정당방위가 인정되기 어려운 이유는 상당성뿐만이 아닙니다. 공격형 호신용품을 사용해 방어를 하다 보면, 방어행위인 동시에 공격행위의 성격을 가진 싸움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 싸움의 경우에는 판례가 정당방위 또는 과잉방위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정당방위, 국민 법감정에 반해
미국은 다릅니다. 총기 소지가 헌법에사 허용된 미국은 정당방위 인정 범위가 넓습니다. 한국은 반대로 매우 소극적입니다. 앞서 본 사례처럼 법원은 정당방위를 매우 엄격하게 해석하기 때문에 국민의 법감정과 괴리가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신림동 묻지마 칼부림 살인사건’과 같은 상황에서도 공격형 호신용품 사용을 자제하고 도망만 가야한다는 것이 이해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시대변화에 맞는 정당방위 법해석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대법원 전경<사진=뉴시스>
최우석 법률전문기자 wschoi@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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