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국제감산 여파로 원유값이 오르면서 정유사와 화학사들 간 수익성 희비가 엇갈립니다. 석유제품 수요가 양호해 정제마진이 좋아진 정유사들과 달리 중국 경기부진 탓에 제품가를 올리기 힘든 화학사들이 치솟는 원가 압박을 받고 있습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HD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 등 정유사들은 최근 급등한 원유가격에 힘입어 실적이 개선될 전망입니다. 중동산 두바이유의 경우 근래 70달러대에서 80달러대로 올랐습니다.
당장 원유 가격이 오르면 정유사들은 재고평가이익이 실적에 보태집니다. 여기에 정제마진도 강세입니다. 사우디와 러시아가 원유 감산한 영향이 주된 배경으로 풀이됩니다. 양국은 석유제품 공급도 둔화돼 정제마진에 긍정적입니다.
석유제품 수요가 많아지는 성수기에 접어들어 정유사는 영업이익을 늘릴 호기를 만났습니다. 각사의 정유설비 정비작업이 마무리 된 상태에서 수익을 늘릴 것으로 보입니다. 공급이 늘어날 순 있지만 최근 쉘과 엑슨모빌 등의 정유설비 사고는 반사이익을 제공합니다. 각각 가스누출과 화재사고로 일부 공장 가동을 멈췄습니다.
중국에선 정유설비 정비를 마치고 공급이 늘어날 듯 보이지만 정부로부터 할당받는 새로운 수출량이 아직 정해진 바 없습니다. 국내외 정유사들이 관련 동향에 촉각을 세우고 있습니다.
정유사들과 달리 LG화학,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 등 석유화학업체는 원유 가공 나프타를 원료로 쓰는 에틸렌 생산설비(NCC)의 수익성이 약해졌습니다. 중국 리오프닝 둔화 등 수요 부진 탓에 원가 인상분을 제품가에 반영하기 힘든 형편입니다.
나프타 시세가 상승 기조이지만 에틸렌이나 프로필렌 시세는 원가 인상분에 비해 상승 기조가 약합니다. 이 때문에 원료와 제품간 가격차(스프레드 마진)는 축소된 상태가 길어집니다.
지난달 국내 에틸렌-나프타 스프레드는 톤당 170달러였습니다. 지난 4월 235달러를 찍었다가 다시 100달러대로 떨어졌습니다. 지난해 상반기 200~300달러대를 보였던 데서도 기저효과가 커 제조사들의 실적 부진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업체들이 NCC 가동률을 높이기 어려운 상황으로 전해집니다. 정비기간을 길게 가져가면서 가동을 멈춘 때도 있었는데 부진한 시황이 길어지며 부담이 쌓이고 있습니다. 석유화학 주요 수출시장인 중국은 리오프닝효과가 기대에 못미치는 데다 달러 대비 위안화 약세로 매수 주문이 감소한 것으로 파악됩니다.
한편, 정유사들 역시 주력 화학사업인 화학섬유 계열 방향족 시황은 부진합니다. 마찬가지로 중국 등 수요 부진 영향을 받고 있어 방향족 사업이 정유업 회복세를 일부 갉아먹을 듯 보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에서 프로필렌 설비 결함이 많아 관련 수요가 강세를 보일 때도 있었다”며 “실적 방어를 위해 제품별로 재고 등 수급조절이 가능하지만 제한적인 대처”라고 전했습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