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공백에 KT 투자도 '주춤'
신사업 관련 KT 투자활동, 역시나 위축
상반기 경기둔화와 경영계획 일환이라지만
SKT AI·UAM, LGU+ 스타트업 투자 진행
차기 대표 선임 후 AI 위주로 투자 본격화될 듯
2023-08-21 16:59:30 2023-08-22 09:09:39
[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최고경영자(CEO) 공백은 역시나 작지 않은 흔적을 남겼습니다. KT(030200)의 상반기 투자 진행이 지지부진했던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통신3사가 공동출자한 법인 설립을 제외하면, 상반기에 진행된 투자는 베트남 의료법인에 국한됩니다. 베트남 헬스케어 사업은 구현모 전 KT 대표가 주도해 온 사업입니다. 미래성장 차원에서 진행된 상반기의 새로운 투자는 제로에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인수합병(M&A), 지분투자, 전략적 업무협약(MOU) 등이 기업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주요 지표라는 점을 감안하면, KT의 경영전략이 반년 동안 사실상 표류상태였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차기 CEO의 어깨가 무거워지는 대목입니다. 
  
광화문 KT 사옥. (사진=뉴스토마토)
 
KT 반기보고서를 보면 6월30일 기준 타법인 출자는 2건으로 집계됐습니다. 지난 2월 KT헬스케어 베트남 법인에 130억원을, 3월에는 통신대안평가준비법인에 65억원을 투자했습니다. 
 
통신대안평가준비법인은 통신3사가 65억원씩 출자해 지분 26%씩을 확보하는 사업입니다. 개인 신용 관련 비금융정보를 수집·평가해 그 결과를 제3자에게 제공하는 사업을 본격화하기 위해 합작법인 설립을 준비하고 있는데, 3사 모두 대등한 지분을 확보해 KT 주도의 투자와는 거리가 있습니다. KT 헬스케어 베트남 건은 구 전 대표가 이끈 사업입니다. 구 전 대표는 통신업 외에 B2B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디지털 헬스케어사업을 주요한 부분으로 키워왔습니다. 결국 올해의 경영계획을 고도화하기 위한 투자는 전무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3월28일 박종욱 사장을 중심으로 비상경영체제로 전환되면서 CEO 공백이 현실화된 셈입니다. 이에 대해 KT는 "경영계획에 따라 투자가 몰리는 해도 있고, 아닌 해도 있다"며 "단순 투자 건수만으로 경영공백을 논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입장입니다. 특히 "상반기의 경우 경기 둔화가 맞물리면서 투자 진행이 더뎠다"는 설명도 내놨습니다.  
 
재계에서는 현 사태에 대해 CEO 부재에 따른 결과라는 평을 내놓고 있습니다. 한 관계자는 "기업의 일반적 구조상 보유하고 있는 투자금 가운데 기업활동 유지를 위한 비용 부분은 따로 떼어놓지만, CEO만이 집행할 수 있는 비용은 이와 별개로 유지된다"며 "KT의 경우 이렇게 당장 쓸 수 있는 돈만 끌어다 쓰면서 기업의 현상 유지는 해왔지만, CEO가 재가를 내릴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손을 쓸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상반기 적극적인 투자 활동이 없었음에도 KT가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대폭 줄어든 것도 이를 방증합니다. 2분기 기준 KT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조8055억원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해 2분기 2조8217억원 대비 36%가량 줄어들었습니다. 
 
CEO 공백으로 투자가 지지부진한 KT와 달리 SK텔레콤(017670), LG유플러스(032640)는 경쟁적으로 신사업에 투자를 진행했습니다. 
 
SK텔레콤은 유영상 대표가 미래사업으로 점찍은 인공지능(AI)과 도심항공교통(UAM)에 집중했습니다. 지난 4월 AI 스타트업 스캐터랩에 150억원의 지분투자를 단행했고, 6월에는 기체 제조사 미국 조비에비에이션에 1억달러, 한화로 약 13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했습니다. 이 투자로 SK텔레콤은 조비 기체를 국내에 독점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LG유플러스는 황현식 대표가 플랫폼 기업 전환을 시도하고 있는 만큼 다양한 스타트업 위주의 투자에 나섰습니다. 마케팅 솔루션 기업 인덴트코퍼레이션, 케이팝 콘텐츠 관련 스타트업 카운터컬처컴퍼니, 에듀테크 기업 그로비교육 등  광고·콘텐츠 유망 기업 투자에 집중했습니다. 플랫폼 기능과 콘텐츠 고도화에 나서겠다는 계획입니다. 
 
업계에서는 오는 30일을 기점으로 KT의 차기 대표가 결정되고 경영정상화에 시동을 걸면서 KT의 투자활동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KT가 지난 6월 향후 5년간 AI영역에 7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도 진행던 만큼 새 CEO 체제하에서 AI 사업과 관련된 굵직굵직한 투자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실제 지난달의 경우 KT는 그룹 차원에서 AI 인프라 소프트웨어 기업인 모레에 150억원 투자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AI 비즈니스의 근간이 되는 AI 반도체와 클라우드 등 인프라부터 고객에게 제공되는 AI응용 서비스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제품과 서비스인 AI풀스택 사업 가속화를 위한 결정으로, KT의 AI 사업 고도화 일환으로 풀이됩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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