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수민 기자] 변호사 선임 문제로 파행을 빚었던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쌍방울그룹 대북 송금 의혹' 재판이 한 달여 만에야 정상적으로 진행됐습니다. 새로 선임된 이 전 부지사의 변호인은 "조만간 이 전 부지사가 입장 표명을 할 것"이라고 예고했습니다.
수원지법 형사11부(신진우 부장판사)는 5일 이 전 부지사의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 등에 관한 45차 공판을 진행했습니다. 이 전 부지사는 새롭게 변호인으로 선임된 김광민 변호사 그리고 국선변호사 두 명과 함께 출석했습니다.
김 변호사는 공판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조만간 이 전 부지사가 입장 표명을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대북 송금 의혹과 관련해 이 전 부지사의 진술이 번복돼 논란이 됐는데, 이와 관련해 의사를 밝힐 것이란 취지입니다.
재판 장기화 전망
앞서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에 관여한 사실을 전면 부인하던 이 전 부지사는 검찰 조사에서 일부 입장을 바꿔 "쌍방울에 방북을 추진해달라고 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검찰은 이런 진술이 담긴 피의자 신문조서를 재판부에 증거로 신청했습니다. 해당 조서에는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에게도 관련 사항을 보고했다'는 이 전 부지사의 진술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 전 부지사의 진술을 변호인이 공개적으로 증거 능력을 부인하면서 재판은 다시 장기화될 전망입니다. 김 변호사는 "이 전 부지사는 1년 가까이 구속상태로 50번 정도 검찰 출석을 했다"며 "구속기간이 불합리하게 장기화해 있고 그 과정에서 우연이든 의도됐든 김성태 전 회장과 검찰 조사 시 마주치면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 과정에서 진술이 이뤄져 임의성(자발성)을 인정할 수 없지 않겠냐는 것이 피고인의 입장"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 전 부지사의 구속 만료일은 다음 달 13일입니다. 김 변호사에 따르면 검찰이 추가 수사 건으로 계속 소환을 요청하고 있는 만큼 이 전 부지사에 대한 추가 구속영장이 발부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한편 이날 재판에선 이 전 부지사의 증거인멸교사 혐의 관련 쌍방울 임직원 두 명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뤄졌습니다.
이 중 한 증인은 '쌍방울이 이 전 부지사에게 법인카드를 제공했다'는 언론 보도 이후 2021년 11월 쌍방울 사옥의 PC를 교체하라는 쌍방울 측의 지시를 받고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훼손한 혐의로 앞서 재판에 넘겨졌던 인물입니다.
그는 PC를 교체한 사실은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컴퓨터에서 이화영을 검색한 사실이 있느냐'는 검찰 측 질문엔 "그 당시 (사무실에) 있던 사람들이 시켰으면 했을 것 같은데 실제로 검색했는지에 대해선 기억이 안 난다"며 부인했습니다
쌍방울그룹 뇌물 의혹을 받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지난해 9월27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수원지방검찰청 청사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수민 기자 su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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