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 주택' 전세보증 강화해야…LTV는 '갭투자' 방지
저가 연립·다세대 주택일수록 미반환 위험↑
"보증기관 손실률 줄여 안전망 확대해야"
'갭투자' 방지…LTV 활용 혼합보증 제안
2023-09-12 15:16:06 2023-09-12 18:31:24
 
 
[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깡통 전세·역전세난으로 보증금을 떼이는 일이 없도록 한 '전세보증금반환보증제'의 문턱을 낮춰야한다는 국책연구기관의 분석이 나왔습니다. 특히 저가 주택 등 최대한 많은 전세계약자에게 제공하되, 보증료율을 현실화·차등화해야한다는 제언입니다.
 
또 임차인의 보증금 보호와 임대인의 갭투자 등을 막기 위해서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활용한 반환보증이나 결제대금예치서비스(에스크로·Escrow) 보호를 검토해야한다는 조언입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2일 '전세보증금반환보증 제도 개선 방안' 보고서를 통해 "전세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서는 전세보증금반환보증 제도의 보증료율을 현실화·차별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전세보증금반환보증은 임대인이 보증금을 상환하지 않을 때 보증 기관이 대신 갚아주는 제도입니다. 보증 기관은 일정 비율의 보증료를 받고 사후적으로 보증 사고가 발생했을 때 임대인의 보증금 반환 의무를 이행하고 추후에 임대인에게 구상권을 청구합니다.
 
최근 '깡통전세·역전세' 등으로 인한 보증 사고의 증가로 보증 가입 기준이 강화되면서 저가의 연립·다세대 주택에 사는 취약 임차인의 보증금을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KDI가 지난해 거래된 모든 전세 계약의 보증금을 해당 주택의 공시가격으로 나눈 결과, 공시가격이 높아질수록 전세가율은 하락했습니다. 전세가율은 매매가보다 전세금의 비율을 의미합니다. KDI는 매매가격 대신 공시가격으로 계산했습니다.
 
계산 결과를 보면, 공시가격 5000만원 이하의 아파트와 연립·다세대 주택의 공시가격 대비 전세가율은 각각 137%, 151%를 기록했습니다. 해당 수치는 공시가격이 커지는 것에 따라 점점 낮아져 공시가격 5억원 이상에서 각각 67%, 73%로 파악됐습니다.
 
임대보증금이 반환되지 못할 위험은 전세가율이 높을수록 커지는데, 주로 서민이 거주하는 저가의 연립·다세대 주택일수록 미반환 위험이 커지는 셈입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2일 발표한 '전세보증금반환보증 제도 개선 방안'이란 보고서에서 "전세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서는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제도의 보증료율을 현실화·차별화하고 이를 중심으로 전세 관련 보증 제도를 통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사진은 서울 시내 아파트 일대. (사진=뉴시스)
 
또 보증제가 임대인의 상환 능력 등 보증금을 반환할 수 없는 위험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꼽았습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전세보증금반환보증과 임대보증금반환보증 등 두 가지의 반환보증 제도를 운용 중입니다. 임대보증금반환보증은 민간임대주택법에 의해 등록된 임대 사업자가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나 전세보증금반환보증은 임차인이 선택해 가입합니다.
 
HUG의 전세보증금반환보증 보증료율을 보면 보증 금액과 부채 비율에 따라 아파트는 0.115%에서 0.128%, 아파트 외 주택은 0.139%에서 0.154%입니다. 한국주택금융공사(HF)의 경우는 0.04%로 HUG보다도 더 낮은 수준입니다.  
 
반면 임대보증금반환보증 보증료율을 보면 임대 사업자의 신용평가 등급과 부채 비율에 따라 법인은 0.073%에서 1.590%, 개인 사업자는 0.099%에서 0.438%로 범위가 넓습니다.
 
문윤상 KDI 거시·금융정책연구부 연구위원은 "보증료율 자체가 현실화해 있지 않기 때문에 두 기관에서는 보증을 통해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두 기관의 손실률을 줄이기 위해서는 보증료율을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전세대출·반환보증이 확대되면서 전세보증금을 활용한 갭투자의 해결 방안으로는 현행 주택담보대출에 적용, LTV를 활용한 혼합보증 제도를 예로 제시했습니다. 전세가율이  LTV 규제 이하 지역은 일반적인 전세보증금반환보증 제도를 활용합니다.
 
이에 따라 전세가율이 LTV 규제 이상이면 해당 LTV까지 반환보증으로 보호하는 식입니다. 그 이상의 보증금에 대해서는 제3자 보관의 보증금 보호인 에스크로 적용을 제안했습니다.
 
문 연구위원은 "다만 임대인의 입장에서 보증금이 제3의 기관에 묶여 있다면 전세를 놓을 유인이 없어지게 된다"며 "혼합보증 제도는 반환보증이 필수로 자리 잡았을 경우 전환할 수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검토될 필요가 있고 중간에 전세 제도가 어떻게 변하느냐에 따라 이런 아이디어가 채택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습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2일 발표한 '전세보증금반환보증 제도 개선 방안'이란 보고서에서 "전세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서는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제도의 보증료율을 현실화·차별화하고 이를 중심으로 전세 관련 보증 제도를 통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사진은 서울 시내의 한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상담 창구. (사진=뉴시스)
 
세종=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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