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코리아·한국지엠, 임단협 원점…추석 넘기나
임단협 잠정합의안 찬반 투표서 부결
지난해 무분규 타결…실적 개선 임금 인상 이견
2차 잠정합의안 내놓지 못해
비자레알·드블레즈 사장, 역할 중요
2023-09-18 06:00:00 2023-09-18 06:00:00
[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르노코리아자동차와 한국지엠의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이 원점으로 돌아갔습니다. 노사가 임단협 잠정합의안을 만들었지만, 조합원 투표에서 부결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업계에서는 추석 이후 다시 교섭에 돌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지엠은 최근 노사가 마련한 임금 잠정합의안이 노조의 투표에서 부결됐습니다. 노사가 합의한 성과급 1000만원과 기본급 7만원 인상안에 대해 12~13일 조합원 6829명을 대상으로 찬반 투표를 벌인 결과 과반인 4039명(59.1%)이 반대했습니다.
 
잠정 합의안이 부결되면서 노조는 중앙쟁의대책위원회를 열어 향후 교섭 방향 및 파업 일정 등을 결정할 전망입니다. 노조는 앞서 11~13일 부분 파업을 예정했으나 사측과 잠정 합의를 이루면서 이를 철회한 바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추석 이후에나 본격적인 교섭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GM 한국사업장 헥터 비자레알 사장이 취임 이후 처음으로 창원공장을 방문해 글로벌 전략 모델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 생산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사진=뉴시스)
 
노조 "낮았던 임금 올려라"…지난달 취임 비자레알 사장 나서야
 
한국지엠 노조는 3년 만에 흑자로 돌아선 만큼 그간 낮은 임금을 이제라도 올려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실제 한국지엠은 지난해 영업이익 2758억원을 기록했습니다. 2020년 3093억원 적자, 2021년 3766억원 적자를 기록한 후 3년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한 것입니다.
 
하지만 사측은 불확실한 경영 환경을 이유로 난색을 표하며 임단협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한국지엠 노사는 2년간 무분규를 달성했습니다. 모두 추석 전 교섭에 타결한 것입니다. 
 
이번 파업을 추석 전 서둘러 해결하기 위해 헥터 비자레알 한국지엠 신임 사장이 나서 노사관계를 신속히 안정시켜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비자레알 한국 GM사장은 지난달 1일 취임했습니다.
 
앞서 헥터 비자레알 사장은 교섭에 한 차례 참석한 바 있습니다. 당시 사측은 기본급 5만원 인상, 타결 일시금 500만원, 제조 및 운영 경쟁력 향상 격려금 100만원 등 을 제시했지만, 노조는 "수용불가"라고 되받아쳤습니다. 이에 비자레알 사장은 "지속적인 논의를 기대한다"며 "노조측 요구를 경청하겠다"고 자세를 낮추기도 했습니다.
 
스테판 드블레즈 르노코리아자동차 사장이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르노 익스피리언스' 기자간담회를 마친 뒤 건물 앞 광장에 마련된 전시 및 시승존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노조 챙기는 드블레즈 사장의 '역할론'
 
르노코리아의 상황도 여의치는 않습니다. 르노코리아도 한국지엠과 마찬가지로 호실적에 따른 임금 인상분이 갈등의 쟁점이 되고 있습니다. 르노코리아의 최근 영업이익은 2020년 -797억원, 2021년 -81억원 2022년 1848억원으로 지난해 적자를 탈출하며 분위기 전환에 나섰습니다.
 
이를 두고 르노코리아 노사는 지난 7월 기본급 10만원 인상과 생산성 격려금 100만원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잠정합의안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찬반투표에서 임금 인상률이 낮다는 이유로 결과 찬성표가 47.4%에 그쳐 부결됐습니다. 이후 르노코리아 노사는 지난 8월 재교섭에 나섰지만, 이후 교섭이 언제 이뤄질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추석 전 타결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르노코리아도 스테판 드블레즈 사장의 역할이 중요한 상황입니다. 드블레즈 사장이 취임한 이후 노사 관계가 좋아지고 있어서 입니다. 실제 2018년 이후 르노코리아 노사는 임단협 과정에서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면 회사는 직장 폐쇄로 맞서며 노사 관계가 양보 없는 분위기로 흘러갔습니다.
 
하지만 드블레즈 사장이 취임했던 지난해 4년 만에 무파업으로 임단협을 마무리하면서 노사 관계가 협력하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는 상황입니다. 드블레즈 사장은 2022년 3월 르노코리아 대표이사 사장에 취임한 이후 르노코리아 노조를 직접 방문하기도 했습니다. 
 
드블레즈 사장은 2022년 9월 조인식에서는 "노사 간의 경쟁이 아닌 고객이 만족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 시간과 노력을 더욱 집중하며 르노코리아의 향후 10년 먹거리를 결정할 오로라 프로젝트도 반드시 성공시키자"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올해 잠정합의안이 부결된 만큼 새 합의안을 마련하는 것은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다만 내년에 신차 출시를 앞두고 있는 데다 전기차 생산 등을 위한 투자 가능성도 열려 있다는 점에서 노조의 협력을 이끌어낼 가능성도 나옵니다.
 
업계 관계자는 "추석 전 임단협 타결을 최대한 노려보려고 하겠지만, 쉽지 않을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교섭이 장기화되면 생산 차질에 문제가 생기는 만큼 최대한 빠른 시일내에 교섭을 마무리 할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