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한결 기자] 최근 한국거래소는 금융당국과 함께 기술특례상장 설명회를 진행하며 홍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기술특례상장으로 증시에 들어온 기업 주가는 10곳 중 7곳이 공모가를 밑도는 등 실망스러운 성적을 보였죠. 결국 투자자 피해로 이어지고 있음에도 거래소의 사후관리는 턱 없이 부족하다는 평가입니다.
거래소, 기술특례상장 실적 급급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올해 기술특례상장 제도를 알리는데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6월부터 7월까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과 공동으로 '찾아가는 기술특례상장 설명·상담 로드쇼'를 진행했는데요. 강남, 여의도, 오송, 용인, 판교, 구미, 익산 등 지역에서 총 8회에 걸쳐 열렸습니다. 거래소는 일회성으로 기획됐던 로드쇼를 분기별로 정례화한다고 밝혔습니다.
7월 6일 강남 디캠프에서 열린 찾아가는 기술특례상장 로드쇼 (사진=한국거래소)
10년간 기술평가 특례상장사공모가 대비 주가 현황
(그래픽=뉴스토마토, 자료=한국거래소, 김성주 의원실)
제도 개선과 홍보가 맞물리며 기술특례상장의 관심이 높아졌지만 정작 기술특례로 상장한 기업들의 주가는 절반 이상 공모가를 밑돌고 있습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거래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기술평가 특례상장으로 증시에 입성한 기업은 164개인데요. 지난달 27일 기준 108개(66%)의 기업이 공모가를 밑도는 주가를 보였습니다. 주가가 공모가 대비 -30%인 기업은 84개(51%), -50%인 기업은 63개(38%)입니다. 낙폭이 가장 컸던 기업 1,2위는
파멥신(208340)과
엔지켐생명과학(183490)으로 공모가 대비 하락률은 각각 98%, 97%로 집계됩니다. 해당 자료는 공모가와 현재 주가를 단순 비교한 수치입니다.
낮아진 허들로 증시에 들어왔지만 특례 받은 기술력이 매출로 전환하지 못하면서 주가는 부진했다는 평가입니다.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특례상장 기업 중 상당수는 상장 후 장기간이 지난 후에도 큰 폭의 적자를 보이고 있었으며 자신이 보유한 기술력을 매출로 전환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엔지켐생명과학, 파멥신 기술특례상장 후 주가 현황 (그래픽=뉴스토마토, 자료=한국거래소)
거래소 관계자도 "아무래도 특례상장은 기존 상장 기준보단 완화된 것이기 때문에 공모가를 하회할 가능성은 당연히 많다"며 "미래가치를 보는 상장 루트이기 때문에 특례를 받은 기술 자체가 (투자자에게 좋은 판단을 받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거래소, 증권사에 책임 떠넘겨"
이익이 없지만 기술력이 뛰어난 기업에게 상장 문호를 열어줘 증시에서 자금조달을 가능하게 해주는 기술특례상장은 첨단기술을 보유한 기업의 성장을 도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특례를 받은 기술이 주가에 힘을 주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여기에 최근 금융당국이 기술특례상장 허들을 낮춰 무차별 상장에 따른 투자자들의 피해가 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큽니다.
특히 주관사인 증권사에게 책임을 강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는데요. 기술특례상장 기업이 상장 후 2년 내 거래정지, 상장폐지 등 부실화될 경우 해당 기업을 주관한 증권사는 이후 기술특례상장을 주선할 때 6개월 환매청구권(풋백옵션)을 부여해야 합니다. 풋백옵션이란 주가가 공모가 90% 밑으로 하락할 경우 공모 청약자가 공모가의 90% 가격으로 주관사에 되팔 수 있는 권리입니다.
김성주 의원은 "정부가 특례상장 제도를 확대하면서 주관사에 책임을 떠넘길 것이 아니라, 현행 제도를 제대로 점검하고 문제점을 바로잡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시장에선 투자자 보호를 위한 정책 보완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도 나옵니다. 이경준 혁신IB자산운용 대표는 "우량한 기업들은 이미 많이 상장한 상황이라 추가적으로 상장기업을 늘리려고 하면 결국 미래가치로만 판단하여 기업을 상장해야 하고 이에 따라 매년 새로운 제도가 등장하고 있다"며 "다만 이런 제도를 악용하는 경우가 심심찮게 있어 상장 이후 투자자 보호 등에 강력한 보완 정책 역시 필요한 상황" 이라고 말했습니다.
상장전 기업평가 능력 강화 필요
기술특례상장과 관련해서도 상장전 기업평가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술특례상장의 문턱을 낮추는 것은 필요한 방향성이지만 확실한 기술이 없는 기업이 증시에 들어오는 것은 걸러져야 한다"며 "괜찮은 기업을 걸러낼 수 있는 판단능력, 평가능력을 개선해 가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상장 이후엔 투자자들에게 기술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있습니다. 강소현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업의 기술력 발전 정도, 경쟁사의 발전, 산업의 발전 등 충분히 투자자들도 이해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거래소는 제도 개선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추이를 지켜본 후 보완을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거래소 관계자는 "시간을 두고 제도 개선에 대한 경과를 지켜본 후 투자자에 의한 자정기능이 되지 않는다면 제도적 보완이 필요할 것"이라며 "(상장 전 기업 평가는) 거래소의 본업으로 지속적으로 들여다보며 판단 중이고 기술력에 대한 공시는 정성적인 판단이기 때문에 통상적인 자율공시로 커버가 될 것이라고 판단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한국거래소 (사진=신대성 기자)
김한결 기자 alway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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