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쏟아지는 유증…증권사발 오버행이 온다
유증 기업 투심 바닥…실권주 폭탄 주의
실권 떠안은 증권사, 최대 40% 할인에 보호예수 없어
신주 상장 일정 주목…저렴한 신주 당일 '패대기' 가능
2023-07-10 06:00:00 2023-07-10 06:00:00
[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올해 하반기 대규모 유상증자에 따른 증권사발 오버행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유상증자를 진행하는 기업들을 중심으로 투심이 얼어붙고 있지만, 대부분 상장기업들이 증권사와 실권주 잔액인수 계약을 체결하고 있어섭니다.
 
잔액 인수 계약은 실권 수수료율에 따라 유증 참여자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증권사가 물량을 떠안는 부분이라 신주 상장과 동시에 장내에 풀릴 개연성이 높습니다. 시장에선 보호 예수도 없는 물량인 만큼 사실상 오버행(잠재적 매도물량)을 기정사실화 하는 것으로 인식합니다. 증시 전문가들은 실권주 인수수수료가 높은 기업들의 신주 상장일에 급격한 변동성 확대가 염려된다고 조언합니다. 
 
하반기 잇따르는 유증…실권주 폭탄 터지나
 
1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주주배정 또는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현재 진행하고 있는 상장기업은 총 22개 기업으로(코넥스 제외) 발행 규모는 3조2355억원에 달합니다. 유증 기업들은 대부분 주관사와 잔액인수 계약을 체결하고 있습니다. 
 
현물출자 방식의 현대지에프홀딩스를 제외한 21개 기업 중 실권주 인수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곳은 셀리드(299660), BGF에코머티리얼즈(126600), 에스디바이오센서(137310) 3곳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18개 상장사는 유증 흥행여부와 상관없이 예정된 신주를 모두 발행할 예정이죠. 
 
유상증자 청약에서 미달한 실권주의 경우 발행되지 않는 것이 원칙이지만, 유상증자를 주관하는 증권사와 잔액인수 계약을 체결할 경우 발행 예정 신주를 모두 발행할 수 있습니다. 주관사는 실권주에 대한 일정 수수료를 받고 잔여 물량을 모두 받아가게 됩니다.
 
잔액인수 계약이 체결된 실권주의 경우 오버행 우려가 더욱 큰 편입니다. 통상 주주배정 유상증자나 일반공모 유증의 경우 유증 흥행을 위해 높은 할인율을 제공하는데요. 3자배정 등의 방식은 10%까지만 할인이 가능하지만, 공모 유증은 최대 30%까지 할인율을 적용할 수 있습니다. 만약 실권주가 발생할 경우 증권사들은 유상증자 발행가보다도 저렴한 가격에 실권주를 인수할 수 있습니다. 
 
실권주 수수료 높은 곳 '주의'
 
실권주에 대한 인수인의 잔액인수 수수료가 지나치게 높은 곳은 특히 주의가 필요합니다. 잔액인수 수수료가 높은 경우 발행 주관사가 해당 기업의 리스크를 그만큼 높게 보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어섭니다.
 
하반기 유상증자를 계획하고 있는 기업 중 실권주 인수수수료가 가장 높은 곳은 엘앤케이바이오(156100)로 17%의 수수료를 책정했습니다. 이밖에 노을(376930), 피플바이오(304840), 에이스테크(088800), 에스씨엠생명과학(298060), 피씨엘(241820), 진원생명과학(011000) 등이 15%의 수수료가 책정됐습니다. 
 
이들 기업은 유상증자에서 모두 25%의 높은 할인율을 제공했는데요. 주관사들은 청약 미달로 발생하는 실권주를 40%가량 할인된 가격에 매입하는 셈입니다. 만약 기준주가가 1만원인 기업이 유증 발행가로 25% 할인율을 제공했을 때, 15%의 잔액인수 수수료가 붙는다면 증권사 입장에선 주가가 6365원(36.35%, 7500원에서 15%할인)까지 급락해도 손해를 면할 수 있죠. 
 
잔액인수 방식은 상장사 입장에선 실권주에 대한 리스크를 줄이고 자금조달을 수월하게 해주지만, 증권사 입장에선 영업용 순자본 비율이 낮아지고 주가 하락에 따른 손실도 발생할 수 있다는 리스크가 존재하죠. 증권사 입장에선 리스크 최소화를 위해서도 최대한 빠르게 주식을 매도할 필요가 있습니다. 
 
유상증자의 경우 대주주 및 주관사에도 의무보유 확약 조건이 붙지 않기 때문에 발행된 신주는 언제든 시장에 출회 될 수 있는데요. 지난해 유상증자 흥행실패로 대규모 실권주가 발생했던 엔지켐생명과학(183490)의 경우 실권주에 대한 오버행 이슈가 1년 넘게 지속된 바 있습니다. 
 
신주 상장일 '주목'…유증기업 변동성 확대 우려
 
유상증자를 추진하는 기업들에 대한 주가가 하락하고 있다는 점도 증권사발 오버행 우려를 키우는 요인입니다. 실권주 발생 여부는 해당 기업에 대한 시장 평가로 볼 수 있는데요. 급격한 주가 하락은 유증 흥행에 걸림돌이 될 소지가 큽니다.
 
노을은 유증 공시 다음날 주가가 하한가(29.91%)까지 떨어졌으며, 엘앤케이바이오(-22.92%), 옴니시스템(057540)(-21.41%), 에이스테크(-21.38%), CJ CGV(079160)(-21.10%), 엔브이에이치코리아(067570)(20.63%), 에스씨엠생명과학(21.19%) 등이 내렸습니다. 오버행 우려가 가장 큰 CJ CGV의 경우 2008년 이후 15년 만에 주가가 1만원 밑으로 떨어졌습니다. CJ CGV의 발행예정 신주는 7470만주로 발행주식총수(4772만8537주)의 156.51%에 달합니다.
 
유증을 공시한 21개 기업(현물출자 제외)이 공시 다음날 평균 하락률은 13.93%인데요. 유증공시 직후 주가가 상승한 기업은 잔액인수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보로노이가 유일합니다.
 
실권주 잔액인수 수수료가 높은 상장사 중 신주 상장예정일이 가장 빠른 곳은 엘앤케이바이오로 8월11일 신주상장이 예정됐습니다. 이밖에 엔브이에이치코리아(8.16), 진원생명과학(8.23), 에스씨엠생명과학(9.27), 피씨엘(10.2), 에이스테크(10.10), 노을(10.12), 피플바이오(11.9) 순으로 예정돼 있습니다.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한 신주의 경우 상장일 이전 2거래일부터 권리공매도가 가능한데요. 상장 일정에 맞춰 저렴한 신주 물량 출회에 따른 높은 변동성에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실권주 잔액인수 계약의 경우 자금을 조달하는 상장사 입장에선 위험부담을 줄일 수 있지만, 청약 실패 시 저렴한 실권주 물량이 시장에 풀리면서 오버행 이슈가 더 커질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여의도 전경. 사진 = 뉴시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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