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 바닥 친 반도체 업황…육성 정책 마련할 때
입력 : 2023-10-18 06:00:00 수정 : 2023-10-18 06:00:00
그야말로 봄을 기다리는 심정입니다. 반도체 업황의 추운 겨울이 끝나는 게 머지않았다는 얘긴데요. 올해 들어 적자 행진이던 반도체 사업이 삼성전자를 필두고 내년 상반기 흑자 전환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업계에서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삼성전자 올 3분기 잠정실적이 예상보다 선방하면서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바닥을 찍었다는 '바닥론'이 제기됩니다. 이에 따라 내년 1~2분기에는 흑자 전환에 무게가 실리는데요.
 
대내외적으로도 반도체 반등 조짐을 언급하면 조심스럽게 업황 회복론도 나오고 있습니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10월호'에서 "반도체 등 제조업 생산·수출의 반등 조짐, 서비스업·고용 개선의 지속 등으로 경기 둔화 흐름이 점차 완화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 13일(현지시간) 모로코 마라케시의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장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반도체 업황은 회복 국면에 진입했고, 물가(상승률)도 선진국이 5~6%인데 한국은 2~3%로 중동문제 등 아직 불확실성이 있지만 회복 국면에 진입하기 시작한 것 같다"고 했습니다. 
 
추 부총리는 한국경제의 반도체 의존도를 수긍한 뒤 "반도체는 산업의 쌀이고 생명수 같은 것이라 우리 반도체가 선전하고 있다는 것은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라고도 했는데요. 반도체 수출이 저점을 다지고 4분기 본격 회복 궤도에 오를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6일(현지시간)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반등할 조짐을 보이는 데다 인공지능(AI) 붐도 일고 있어 SK하이닉스나 삼성전자 같은 반도체업체들이 수혜를 볼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다만 마냥 '반도체의 봄'을 기대할 때 만은 아닌 상황입니다. 지금이야 말로 반도체 분야에서 한국 경제의 초격차 기술 경쟁력 키워야 할 때입니다.
 
특히 경쟁국인 미국, 중국, 대만 등과 비교해 우리 정부의 반도체 지원은 미흡한 수준입니다. 일본은 50년 이상 묶은 그린벨트 규제를 풀어 반도체, 배터리 등 첨단 공장을 짓는가 하면,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기업인 TSMC를 키운 대만은 반도체 육성을 위해 토지 임대료 면제 등 각종 정책을 동원하고 있습니다.
 
반면 우리 정부가 약속한 반도체특화단지는 구체적인 로드맵은 나오지도 않은 상황입니다. 지난 7월 선정한 경기 평택·용인, 경북 구미 등 반도체 특화단지의 필수 기반시설에 들어갈 국가 예산은 아직 한 푼도 배정되지 않았는데요. 정부는 구체적인 사업 계획이 나오면 지원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만 내놓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이 "반도체는 '산업의 쌀'"이라며 "반도체 산업은 우리 생사가 걸린 문제"라고 강조했던 것과도 거리가 먼 모습입니다.
 
"안된다는 생각을 버려라. 일에 착수하면 물고 늘어져라. 서적을 읽고 자료를 뒤지고 기록을 남겨라. 철저하게 습득하고 지시하고 확인하라." 
 
삼성전자에서 예전에 아침마다 큰 소리로 외치던 '반도체인의 신조'의 일부입니다. 지금도 여전히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에 곳곳에서 찾아 볼 수 있는 문구인데요. 창시자가 누구인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에 공식적으로 첫 발을 디딘 1980년대부터 회자돼온 것으로 전해집니다. 
 
30여 년 전 미국과 일본 주도의 반도체 사업을 따라가기 바빴던 삼성전자의 반도체 기술은 이제 세계적으로 알아주는 수준이 됐습니다. '메모리반도체 세계점유율 1위', '글로벌 반도체 세계 1위'를 달성하기 위해 '반도체인의 신조'를 수없이 외치며 글로벌 시장에서 고군분투했을지 공감되는 대목입니다.
 
한국경제의 반도체 기술을 민간 기업의 노력만으로 초격차를 유지하기에는 너무 어려운 글로벌 환경에 직면했습니다. 반도체 인재 양성과 선제적 투자는 당장의 과제입니다. 민간 기업에서 시장원리로 이뤄지지 않은 부분은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지원하는 '기업 마인드'를 갖춰야 함이 중요해진 시점입니다.
 
"큰 목표를 가져라." 반도체인의 신조 중 첫 번째로 등장하는 문구입니다. 반도체 업계가 큰 목표를 갖고 글로벌 시장에서 활약할 수 있도록 토양을 마련해주는 정부의 역할을 기대해봅니다. 
 
임유진 재계팀장 limyang8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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