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민우 기자] 인구구조 고령화로 2040년부터 한국경제 성장률이 0%대로 추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더욱이 매년 역대 최저 기록을 갈아치우는 출산율까지 회복은커녕, 2070년에는 노동자 1명이 65세 이상 노인 1명을 부양하는 상황에 놓일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전문가들은 고령화에 대한 정부의 '위기 의식'이 부족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지금처럼 대통령직속위원회가 아닌 인구청 등 인구정책을 총괄하는 부처를 신설해 노동공급·수요책 및 경제 저성장에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5일 한국경제학회의 '한국경제 성장의 현황과 도전' 보고서를 보면 반세기가 넘도록 이어지던 한국경제 성장은 지난 2000년 들어 둔화하기 시작했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GFC) 이후 한국 경제성장률은 점차 낮아져 장기적으로 0%대 저성장의 늪에 빠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보고서에는 한국경제 성장둔화의 주된 원인을 '인구구조 고령화'로 지목했습니다. 고령화에 따라 생산가능 인구가 급감하고 노동생산성을 비롯해 근로자의 업무 능력, 자본투자금액, 기술 등을 반영하는 총요소생산성(TFP)도 감소한다는 설명입니다.
TFP 향상 동반, '노동수요' 늘려야
인구추계를 토대로 한국의 미래 경제성장률을 분석한 결과, 성장률은 2030년 1.7%로 감소한 후 2040년 0.97%로 떨어집니다.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해 2050년 0.79%, 2060년 0.44%, 2070년 0.38%까지 추락할 전망입니다.
정부는 경제성장률 하락 방지를 위해 노동공급을 높이는 정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노동수요를 어떻게 늘릴지에 대한 대책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해결책으로 여성 경제활동참가, 정년 연장, 외국 노동력 활용 등을 제시하고 있는데, 이는 모두 공급 측면에 관련된 정책이라는 것입니다.
노동생산을 늘리기 위한 창업률보다 창업 이후 성장이 가능한 환경을 만드는 등 TFP 향상 동반의 질 좋은 일자리 정책이 필요하다고 피력했습니다. 창업률은 상대적으로 높게 유지되고 있지만 연혁이 10년을 넘기는 젊은 기업의 비중이 낮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5일 한국경제학회의 '한국경제 성장의 현황과 도전' 보고서를 보면, 한국경제 성장둔화의 주된 원인은 인구구조 고령화다. 사진은 서울 한 병원 신생아실 모습. (사진=뉴시스)
"국가차원 관리…'인구청·처' 필요"
내년 국내 외국인 비중은 처음으로 인구 전체의 5%를 넘어설 전망입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다인종·다문화' 국가에 진입하는 것입니다. 노동공급 부족을 외국인으로 메울 수 있도록 외국인 이민·고용 정책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입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외국인 노동력 활용은 불가피하다고 본다"며 "취업을 위해 입국했다가 단기간만 머무르고 떠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런 사람들에 대한 수요 관리를 국가 차원에서 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국내 외국인이 250만명을 넘어서며 한국은 사실상 다인종 국가가 된 상황이지만, 여전히 저임금 일자리와 부족한 노동력을 때우는 데만 외국인 노동자를 쓰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국내로 들어온 외국인과 내국인이 충돌하지 않는 선에서 외국인이 장기간 한국에서 일하고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이민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인구소멸과 경제활동 인구 감소에 대한 위기 인식도 부족하다. 적어도 인구청, 인구처 등 기관을 만들어 인구구조 문제에 대한 국가적 관심을 갖고 정책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며 "항구적으로 문제가 될 떄까지 왔으면 더 이상 위원회 규모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하루빨리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임금피크제'…"직무개발 뒷받침돼야"
한국의 호봉제 임금체계의 후폭풍으로 도입된 게 임금피크제입니다.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생산성을 높이고, 기업 입장에서도 인건비 절감, 새 직원 채용 등을 통해 지속 성장하는 구조를 목표로 시행됐습니다. 그러나 임금피크제가 오히려 청년취업 길을 막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습니다.
노진철 경북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해외의 경우 임금피크제를 잘 안 쓴다. 빨리 그만두고 퇴직금이나 연금을 받으면서 노후를 즐기는 쪽으로 바뀌기 때문이다"며 "오히려 노동조합이 퇴직 연한을 앞당기기 위해 싸운다"고 설명했습니다.
노 교수는 "한국만 반대인 이유는 기본급이 낮기 때문이다. 노후생활을 위한 연금 등이 대부분 기본급에 의해 결정이 되는 구조에서 불안한 노후가 직장생활을 유지하게 하는 것"이라며 "정부가 퇴직 이후를 제대로 보장해 주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55~58세 정도의 나이가 있는 직원들의 인건비를 줄이고 아낀 돈으로 청년들을 취업시키자는 취지로 만들었는데, 반대로 생산성이 떨어진 근로자의 은퇴만 연장해 오히려 기업 부담을 키우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며 "고령자가 새로운 기술에 적응하고, 생산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직무개발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임운태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 직업훈련 체제는 엉망이다. 젊은 인력을 뽑아 쓰면 50~60대 연령대 사람들은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다"며 "향상·전직 훈련 등을 통해 숙련도를 높이거나 더 좋은 일자리로 갈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현재 한국의 연공 중심 임금체계를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오계택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근로자의 근속 연수나 나이에 따라 임금이 오를 경우 임금수준과 생산성 격차가 증가해 고용을 연장하기 어려운 상황이 될 수 있다"며 "그러나 임금과 생산성이 현행화되어 있는 직무 중심 임금체계로 전환할 경우 고용연장에 따른 기업의 부담이 약하기 때문에 고용연장에 유리한 면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5일 한국경제학회의 '한국경제 성장의 현황과 도전' 보고서를 보면, 한국경제 성장둔화의 주된 원인은 인구구조 고령화다. 사진은 길거리 노인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이민우 기자 lmw383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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