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간 빈 상장사, 주식 걸고 돈놀이…피해는 소액주주 몫
환매조건부계약, 소유권 이전 받아 숏셀링
이자수익에 차익거래까지…주가 하락 유도
2023-11-17 06:00:00 2023-11-17 06:00:00
 
[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급전이 필요한 상장사 대표들이 찾는 대출 상품이 있습니다. ‘환매조건부 주식매매계약’이라는 상품인데요. 주식담보대출과 비교해 금리도 낮고 담보유지비율도 낮은 편이라 사업상의 필요에 따라 또는 상속세 마련 등 급전이 필요한 경우 매력적입니다. 다만 해당 계약이 주가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공매(숏셀링)와 유사한 계약 형태 때문입니다. 일각에선 대주주와 계약 관계인 외국계 운용사가 돈놀이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에쿼티퍼스트, 환매조건부계약…공매도와 유사
 
 
환매조건부 주식매매계액은 주식의 환매(나중에 다시 사는 것)를 조건으로 돈을 빌리는 일종의 대출 상품입니다. 사실상 주식담보대출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다만 주담대와 비교해 주식담보유지비율이 상대적으로 낮고 금리도 낮은 편입니다. 국내에서 주식환매조건부 주식매매계약을 주사업으로 하는 곳은 ‘에쿼티스퍼스트홀딩스코리아’라는 미국계 운용사가 있는데요. 
 
에쿼티퍼스트는 홈페이지를 통해 3~4%대의 금리로 대출을 제공하며 담보인정비율은 60~70%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담보유지비율이 140~166% 수준이라는 겁니다. 주담대의 경우 대출을 제공하는 금융사나 채무자의 신용도에 따라 다르지만 담보유지비율은 통상 150~200% 수준이 일반적이며, 경우에 따라 300%에 육박하기도 합니다. 이자율 역시 경우에 따라 10%를 넘어서는 경우도 허다하죠. 
 
주담대와의 가장 큰 차이는 주식의 소유권에 있는데요. 주담대의 경우에는 주식을 담보로할 뿐 주식의 소유권이 변경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환매조건부 주식매매계약의 경우에는 나중에 다시 사들이는 조건이 붙어있을 뿐(소유에 준하는 보유) 매매 시점 주식의 소유권은 매수자에게 넘어가게 됩니다. 
 
환매조건부 주식매매계약이 주담대보다 낮은 금리와 담보유지비율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 역시 바로 소유권 덕분입니다. 운용사는 소유권을 이전받은 주식을 매매해 운용하며 리스크 헷지를 합니다. 에쿼티스퍼스트도 대출 실행 후 주식을 매도한 이후 저점에 매수하는 식의 매매를 반복하다 계약 만료일에는 동일한 수량의 주식을 돌려줍니다.
 
환매조건부 계약 기업, 주가하락…해지될 경우 하락폭 키워
 
시장에선 환매조건부 주식매매계약이 공매도와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데요. 나중에 갚아야 할 주식을 매도하기 때문입니다. 운용사 입장에선 확정 이자율(3~4%) 함께 주식운용 수익도 얻게되는데요. 주식을 모두 매도한 이후 환매일 전까지 매도 시점보다 저점에 매수하면 차익 거래를 통해 더 많은 수익 달성도 가능해집니다. 
 
성격은 공매도와 유사하지만, 계약기간 동안 주식의 소유권이 운용사에 넘어가 실제 주식을 보유하게되는 만큼 공매도에는 해당하지 않는데요. 많은 상장사들이 환매조건부 주식거래계약 체결 이후 주가가 큰 폭 하락하곤 합니다. 
 
바이오다인의 경우 지난 8월16일 에쿼티스퍼스트와 25억원 규모의 환매조건부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며 12만주(지분 1.94%)를 넘겼는데요. 계약체결 당시 5만9400원이전 주가가 전일 4만7150원에 마감하며 3개월간 20.62% 하락했습니다. 이밖에 푸드나무(1월27일, 2.98%), 씨티케이(작년 5월18일, 1.55%)  등도 환매조건부 주식매매계약 체결 후 3개월간 주가가 20% 넘게 하락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주가하락 등으로 환매조건부 주식매매계약이 해지됐을 경우입니다. 올해 FSN(214270)올리패스(244460) 등의 환매조건부 주식매매계약이 해지됐는데요. 최근 올리패스의 경우 환매조건부 주식매매계약이 하락폭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하한가 직후 외국인 보유 비중이 0%로 줄어든 데다, 단일계좌에서 대규모 물량이 쏟아졌기 때문인데요. 올리패스는 3거래일만에 주가가 64%급락했습니다. 
 
FSN의 경우 지난 7월31일 신창균 전 대표의 환매조건부계약 68만1659주(2.05%)가 해지된 이후 현 경영진이 35만91주를 장내매수 했으나 전일까지 주가가 26.14%하락했습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환매조건부 담보대출은 국내에서 생소할 수 있지만 해외에선 많이 사용되는 방식 증 하나”라면서도 “종목과 대출 지분에 따라 주가에 영향을 줄 여지가 있고 지분이 넘어갈 수도 있어 주의할 필요가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현재 환매조건부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한 상장 기업의 계약 주식 비중은 알에프세미 11.25%, 롯데관관개발 9.84%, 셀리버리 6.56%, 한미사이언스 5.97% 푸드나무 2.96%, 브릿지바이오 2.23%, 바이오다인 1.94%, 씨티케이 1.71%, 엔케이맥스 1.57%, 신테카바이오 1.18% 순으로 확인됩니다. 
 
(사진=뉴시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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