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택시노조가 완전월급제 전면 시행을 요구하며 현장의 편법 사납금제에 대한 관리 감독을 촉구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국회에서 택시발전법 개정안이 발의됐습니다. 민주당 의원들이 낸 개정안에는 택시노동자 임금기준인 소정근로시간을 노사 합의에 따라 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이에 대해 택시노조는 황당하다는 입장입니다. 2019년 택시발전법을 개정하면서 소정근로시간을 1주간 40시간 이상으로 하는 산정 특례를 민주당이 포함시켰기 때문입니다.
실제 일한 시간과 달리 소정근로시간을 줄여 고정급을 지급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택시노동자의 최저 생계를 보장하자는 취지였습니다. 그런데 다시 단서조항을 두고 소정근로시간을 노사 합의로 정할 수 있도록 한 겁니다.
지난 11월 서울 중구 서울시청 인근에서 열린 ‘방영환 열사 투쟁승리를 위한 공공운수노조 결의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서울고용노동청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12일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택시노조)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임금 체납을 규탄하고 편법적 사납금제 폐지 등을 요구하다 분신 사망한 고 방영환(55)씨 사건 이후, 노조는 완전월급제 전면 시행과 행정관청의 현장 감독 강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수입과 무관하게 일정 금액을 회사에 납부하는 사납금제는 2020년 폐지됐고, 이듬해부터 서울에서 완전월급제를 우선 시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택시노조는 방씨의 경우와 같이 현장에서 완전월급제가 대부분 지켜지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습니다. 서울시가 관련 여객법(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와 택시발전법(택시운송사업의 발전에 관한 법률) 위반에 대한 감시 감독 책임이 있지만, 2년이 넘도록 법 집행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입장입니다. 택시 완전월급제는 서울 외 지역에서도 올해 8월 시행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 와중에 최인호 의원 등 민주당 의원 10명이 소정근로시간을 노사 합의로 정할 수 있도록 한 택시발전법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총선 앞둔 포퓰리즘 법안”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번 개정안은 제안이유로 △택시운송사업이 저생산성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택시운송사업의 경영을 위태롭게 하고 △당초 입법취지와 달리 택시운수종사자의 실질소득이 감소해 이에 대한 불만이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택시노조 관계자는 “택시업의 위기는 택시노동자의 임금이 아니라 택시 공급과잉과 열악한 근로조건 때문이다. 낮은 임금과 고강도 노동에 지친 노동자들이 특히 코로나 시기에 배달업 등으로 빠져나가 택시 대란이 반복된 사실은 익히 알려진 일”이라며 “완전월급제로 실질소득이 줄어든 택시노동자들이 제도를 반대한다는 것도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습니다.
노조는 서울 지역의 완전월급제 시행에도 관리 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사납금 명칭만 기준금으로 바꾸는 등 편법·불법 사납금제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완전월급제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월급제가 지켜지지 않아 생긴 문제들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택시노조 관계자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최인호 의원실에 방문해 면담을 요청했지만, 국토교통부와 사업조합 등의 의견수렴을 거쳤다는 말만 듣고 거절당했다”며 “총선을 앞두고 택시사업주들을 위한 포퓰리즘 법안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민주당 국토교통위 소속 의원들에 항의하면서 법안 처리를 적극적으로 막기 위해 투쟁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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