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HMM(011200) 매각을 두고 KDB산업은행(산은)·한국해양진흥공사(해진공)와 우선협상대상자인 하림의 본계약 협상이 지연되고 있습니다. 협상 마감 시한이 하루남은 상황에서 양측이 잔여 영구채 처리 문제를 두고 발생한 이견차를 좁힐 수 있을 지 주목됩니다.
5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HMM 매각 협상 기한은 오는 6일입니다. 당초 지난달 23일로 예정됐지만 양측은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협상 기한을 2주 연장했습니다. 쟁점이 되는 것은 영구채 처리 문제입니다. 하림그룹은 산은과 해진공이 보유한 1조6800억원의 영구채 주식 전환을 3년간 유예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산은과 해진공은 중도상환일이 순차적으로 돌아오는 2025년까지 이를 주식으로 전환하겠다는 입장입니다.
하림측이 영구채 주식 전환을 미뤄달라는 까닭은 배당금과 경영권 방어에 있습니다. 영구채 전환이 유예되면 하림그룹 지분이 57.9%로 유지돼 HMM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배당이 커집니다. 그러나 산은과 해진공이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면 하림의 HMM 지분은 38.9%로 줄어듭니다. 상대적으로 배당금이 줄어드는 만큼 하림그룹이 부담해야 할 인수비용이 많아지는 겁니다.
하림지주 CI. (사진=뉴시스)
또 영구채가 주식으로 전환되면 하림이 지분 38.9%로 HMM의 최대주주로 올라서더라도, 산은과 해진공이 지분 32.78%를 보유하게 돼 경영권이 위협받을 수 있습니다.
양측은 주주 간 계약 유효성 만료 시점을 두고도 평행선을 달리고 있습니다. 하림은 본입찰 과정에서 주주 간 계약 내용의 유효 기간을 5년으로 제한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 계약기간이 5년으로 제한되면 HMM의 현금 배당 제한과 일정 기간 지분 매각 금지, 정부 측 사외이사 지명 권한 등의 조항이 5년 뒤 해지됩니다.
이같이 HMM 매각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HMM 노조가 하림의 인수를 강력히 반대하는 점도 큰 부담입니다. HMM해원연합노조(해원노조)는 지난달 24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하고 사상 첫 파업 수순에 돌입했습니다. 해원노조는 HMM 매각 협상이 어떻게 결정되는지에 따라 쟁의권 행사 여부를 구체적으로 결정할 예정입니다.
해원노조는 파업뿐 아니라 감사원 감사 청구, 총궐기대회 등을 통해서라도 하림의 HMM 인수를 저지할 방침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 HMM이 소속된 해운동맹이 개편되고 노조가 파업을 앞세워 매각을 반대하는 점도 매각측에서 부담으로 느낄 것"이라며 "산은과 해진공이 손해를 보는 방향으로 협상이 계속 진행된다면 매각이 결렬될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오는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1만1000TEU급 컨테이너선 HMM 블레싱호의 모습. (사진=HMM)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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