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범·신상민 기자] 전 세계 시장을 아우르는 K팝, 그리고 그 시장을 이끄는 국내 4대 메이저 엔터사. 한해 수천억원에서 ‘조’단위 매출을 올리는 이들 회사가 ‘7년 징크스’ 함정에 빠져 있습니다. 이름 그대로 7년마다 회사 명운이 ‘휘청’거리고 있습니다. 2000년대 이전 ‘기획사’ 시절 이른바 ‘노예 계약’ 문제가 터지면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고, 2009년 표준거래계약서가 채택돼 ‘7년 계약’ 효력이 시작됐습니다. 아이러니한 점은 이때부터 국내 엔터 산업의 어두운 면이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그 이면을 <뉴스토마토>가 들춰봤습니다.
국내 엔터사 중 시가총액 1위인
하이브(352820)의 소속사 이탈율은 국내 4대 엔터사 중 최저 수준으로 나타납니다. 이탈 이후 1인 기획사를 설립한 비율은 '제로(0)'입니다. 아티스트 이탈을 저지한 원동력은
하이브가 독자적으로 구축한 멀티 레이블 시스템이 큰 부분을 차지했습니다
.
‘멀티 레이블’ 최고 강점
7일 <뉴스토마토>가 자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2009년 6월말 공정거래위원회가 표준거래계약서를 채택한 후 하이브에서 ‘7년 징크스’로 ‘탈 소속사’를 선택한 아티스트는 공식적으로 없습니다. ‘탈 하이브’ 인원이 존재하지만 공식적으로는 존재한다고 볼 수 없는 이유는 멀티 레이블 시스템 덕분입니다.
하이브는 그동안 멀티 레이블 시스템 구축을 위해 현재 소속된 산하 레이블을 인수해 왔습니다. 현재 하이브 국내 레이블은 ‘빅히트 뮤직’ ‘빌리프랩’ ‘쏘스뮤직’ ‘플레디스’ ‘KOZ’ ‘ADOR’ 등 총 6개입니다.
6개 레이블 가운데 ‘탈 하이브’ 아티스트가 소속된 레이블은 ‘쏘스뮤직’과 ‘플레디스’입니다. 2019년 하이브에 인수된 ‘쏘스뮤직’ 소속 걸그룹 ‘여자친구’ 멤버 6명 전원은 2021년 말 계약 종료로 떠났습니다.
2020년 하이브에 인수된 ‘플레디스’에서도 ‘탈 하이브’가 있었습니다. ‘뉴이스트’ 멤버 5인 가운데 JR, 렌, 아론이 2년 뒤인 2022년 소속사를 떠났습니다. 하지만 ‘뉴이스트’는 그보다 앞선 2012년 ‘플레디스’에서 데뷔 후 2019년 맴버 5인 전원이 재계약을 하며 ‘7년 징크스’를 깼습니다. 3년 뒤 ‘플레디스’가 ‘뉴이스트’ 해체를 발표하면서 자연스럽게 멤버 5인 중 3인이 떠난 케이스입니다.
종합해 보면
2009년부터
2016년까지 하이브 소속으로 활동한 아티스트는 총
4개팀
(BTS, 여자친구
, 뉴이스트
, 세븐틴
) 인원수는 31명입니다
. 이 가운데 하이브 인수 이전 소속사에서 데뷔한
‘여자친구
’ 멤버
6명과
‘뉴이스트
’ 멤버
3명 등 총
9명만 하이브를 떠났습니다
. 이 기간
‘탈 소속사
’ 이탈율은
29%로
, 같은 기간
와이지엔터테인먼트(122870)의
68.4%, JYP Ent.(035900) 50%의 절반 수준입니다
. 에스엠(041510) 만이 하이브보다 근소하게 적은
27.1%를 기록했습니다
.
2009년 7월부터 올해 2월 6일까지로 기준을 확대해 ‘탈 하이브’ 인원을 살펴보면 2명이 추가됩니다. ‘쏘스뮤직’ 소속 걸그룹 ‘르세라핌’ 전 멤버 김가람과 ‘플레디스’ 소속 ‘프로미스나인’ 전 멤버 장규리 뿐입니다. 두 멤버는 각각 ‘학폭 이슈’로 계약 해지, 배우 전업에 따른 팀 탈퇴로 ‘하이브’와 결별했습니다. 소속사와의 갈등이 아닌 아티스트 개별 이슈인 셈이죠.
이들 두 명을 더해도 2009년 7월 표준거래계약서 채택 이후 15년 동안 하이브를 떠난 인력은 11명에 불과합니다. 하이브에 소속된 아티스트는 총 81명으로 전체 대비 ‘탈 소속사’ 이탈율은 4대 엔터사 중 가장 적은 13.6%입니다. 같은 기준에서 가장 이탈율이 높은 YG엔터(39.5%)의 3분의1에 불과합니다. JYP엔터는 22.1%, SM엔터는 22.0%입니다.
(좌)방시혁 하이브 의장 (우)하이브 사옥. 사진=뉴시스
방시혁 의장 마인드에 공감
‘탈 소속사’ 이탈율이 눈에 띄게 적은 이유에 대해 업계는 방시혁 하이브 의장 마인드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아티스트 위에 제왕적으로 군림하는 게 아닌 스스로를 매니저로 낮추면서 멀티 레이블을 통해 아티스트만의 색깔이 발현될 수 있도록 지원하기 때문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무엇보다 아티스트를 우선시하는 방시혁 의장 마인드가 회사 전체 방향성을 잡아주고 그 방향성에 소속 아티스트들도 공감하는 게 아닐까 싶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도 “멀티 레이블은 하이브 최고 강점”이라며 “방 의장부터 자신을 음악인이 아닌 매니저라고 공공연하게 소개하는 것, 그게 바로 하이브의 멀티 레이블이 뿌리내릴 수 있었던 힘”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를 증명하듯 하이브를 상징하는 K팝 글로벌 메가IP BTS는 2013년 데뷔 후 7년 단위가 아닌 5년 단위로 완전체 재계약을 체결 중입니다. 이미 작년 말 두 번째 완전체 재계약을 완료하며 멤버 7명의 군백기가 마무리되는 2025년 활동 재개를 예고했습니다. 방 의장은 두 번째 재계약 이후 여러 채널을 통해 “매니저로 인정 받아 기쁘다”는 소감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하이브 측은 ‘탈 소속사’ 이탈율이 낮은 것과 관련, “소속 아티스트들과의 연이은 재계약은 깊은 신뢰도 있지만 탄탄한 멀티 레이블 구축도 큰 장점으로 작용했다”고 말했습니다.
이탈한 아티스트 가운데 1인 기획사를 설립한 사례가 없는 회사도 하이브가 유일합니다. 활동을 접거나 활동을 이어갈 경우 다른 기획사에 소속되는 길을 택했습니다. 하이브에서 활동하는 동안 거대 기획사에 대한 불신보단 신뢰를 쌓았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을 듯 합니다.
김재범·신상민 기자 kjb51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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