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정은 기자] 공사비 상승으로 정비사업장에서 사업주체 간 갈등이 빗발치자 공사비 검증을 수행할 수 있는 공공기관의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습니다.
먼저 움직인 곳은 서울주택도시공사(SH)입니다. SH는 지난주 서울시내 두 개 도시정비 사업장을 공사비검증 시범사업장으로 선정하고 검증체계 구축에 나섭니다.
반면 전국단위 임대·분양 사업을 담당하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이러한 공사비 분쟁과 갈등 해결을 전담할 수 있는 별도의 부서가 없는 상황입니다. LH가 올해 공적 기능을 대폭 확대하겠다는 연간 업무계획을 밝힌 만큼, 첨예한 갈등으로 치닫는 공사비 상승 중재를 위해 더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공사비 중재 나서는 SH공사…신반포22차·행당7 시범사업 운영
20일 SH에 따르면 SH는 지난 18일 서울 시내 재건축, 재개발 사업지 각 1곳씩 선정해 공사비 검증 시범사업을 진행합니다. SH 측은 이번 시범사업에 대해 공사비 검증기관으로 사업을 본격 시행하기 전 검증체계 구축을 위해 시범사업을 우선 시행하려는 목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신반포22차 아파트 재건축 조감도(사진=서울시 정비몽땅)
선정된 사업장은 지난해 12월 20일부터 올해 1월 31일까지 각 자치구가 서울시에 신청한 현장 중 서울 서초구 잠원동의 신반포22차 아파트(재건축), 서울 성동구 행당동의 행당제7구역(재개발)입니다.
이번 시범사업지 선정에 앞서 서울시는 주택·정비 사업 경험이 많은 SH공사가 공사비 검증에 참여해 관련 갈등을 줄여나가게 하겠다고 지난해 3월 밝힌 바 있습니다. 이에 SH공사가 지난해 10월 공사비 검증 전담 부서인 공사비검증부를 설치하고, 관련 세부계획을 실행해 왔습니다.
SH공사는 시범사업을 통해 구축한 공사비 검증체계를 바탕으로 올 하반기부터는 서울시내 정비 사업 현장을 대상으로 공사비 검증을 전면 시행할 방침입니다.
김헌동 SH공사 사장은 “공사는 주택 건설 및 정비 사업에 대한 전문성을 갖춘 공공기관으로, 공사비 검증 사업을 새롭게 추진해 공정하고 투명한 정비 사업 추진에 기여할 것”이라며 “조합-시공자 간 갈등을 중재·해소하고 신속한 정비 사업 추진을 유도해 서울시내 주택 공급 확대에 이바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LH, 검증보다 컨설팅 주력…향후 조직개편도 검토
최근 정부가 공사비 갈등 예방을 위해 '표준공사비 계약서'를 배포하는 등 중재에 나서고 있지만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커진 상황입니다. 이 표준공사비 계약서에는 시공사가 공사비 세부산출내역서를 첨부해 조합에 제출해야 하는데, 내용이 전문적이고 복잡한 산출내역서의 적정성을 조합이 따지기는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서울 시내 한 도시정비사업장 공사 현장(사진=뉴스토마토)
그래서 주택·부동산 관련 공기업들의 공사비 검증 수행 여부가 중요해졌습니다. 도시정비법에 따르면 이 같은 공사비 검증 수행 업무는 한국부동산원을 비롯해 SH공사, 그리고 LH가 있습니다. 다만 감정평가업무를 바탕으로 공사비 검증 업무를 수행하는 한국부동산원과 최근 시범사업계획을 밝힌 SH공사와 달리 LH에 현재 공사비 검증 업무를 전담하는 부서는 없는 실정입니다.
LH에는 도시정비처 내 공공정비계획팀에서 해당 공사비 검증 업무를 담당할 수 있지만, 그보다는 정비사업 관련 컨설팅에 치중하고 있으며 공사비 검증 관련 실적은 부족하다는 겁니다.
무엇보다 LH가 올해 사업계획 방향을 '공적기능 대폭 확대'로 잡았기 때문에 공상비 상승으로 인한 정비사업 현장의 첨예한 갈등 해결을 위해 전담부서 배치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LH는 향후 주무기관인 국토교통부와 협의해 공사비 검증 업무수행을 위한 조직개편 등을 검토해 본다는 입장입니다.
LH 관계자는 "LH는 도시정비법에서 정한 정비사업 지원기구 역할 수행을 위해 전담조직을 마련하여 운영 중이며, 그 동안 사업시행 경험을 살려 정부정책 지원 및 정비사업 사업화 등 상담, 컨설팅 업무에 주력하고 있다"며 "최근 민간 정비사업 추진 과정에서 공사비 분쟁이 증가하는 상황을 감안해 공사비 검증 지원 업무에도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국토부와 지원기구 운영 관련 조직개편 등을 건의하는 등 지속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송정은 기자 johnnys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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