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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 기업이 신약개발 이외에 잭팟을 터트리는 방법 중 하나로 '기술이전'이 꼽힌다. 기술성을 입증할 수 있으며, 계약금과 마일스톤 등으로 매출 확대에도 한몫한다. 이 가운데 1조원 규모의 빅딜을 성사시킨 3곳이 있다. 빅딜 이후 1년이 경과한 현재 기업들의 재무건전성과 파이프라인 연구개발 현황 등을 살펴보고자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김혜선 기자]
제넥신(095700)의 '신약 없는 기업' 꼬리표 떼기가 결실을 맺고 있다. 제넥신은 그동안 다수의 기업과 굵직한 기술이전(License Out, L/O) 계약을 체결하며 기술성은 입증받았지만, 자체 신약은 전무했다. 그러나 최근 GX-E4(빈혈치료제)의 국내 품목 허가 신청을 진행하면서 실적 개선 키를 획득했다. 제넥신은 GX-E4 상용화가 성공적으로 이뤄진다면 빅딜을 이뤄냈던 GX-I7(항암면역치료제·감염치료제)뿐만 아니라 신규 파이프라인 발굴 등 연구개발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제넥신 마곡 신사옥.(사진=네이버)
GX-I7 빅딜을 잇는 실적 반등 키워드 '에페사주'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GX-E4(에페사프리필드시린지주, 이하 에페사주)의 비투석 신장질환으로 인한 빈혈 적응증을 대상으로 국내 품목 허가를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술이전에 의존한 매출을 내던 제넥신이 설립 이래로 처음 일궈낸 상업화 신호다.
제넥신은 지금까지 GX-I7과 GX-E4를 중심으로 굵직한 기술이전 계약을 통해 매출을 내왔다. 먼저 GX-I7은 총 3건의 기술이전을 실행했다. 지난 2015년 미국 NeolmmuneTech를 대상으로 총 1250만달러(한화 약 167억원) 규모로 시작해 2017년에는 I-Mab과 5억6000만달러(약 7468억원)를 실행했다. 여기에 2021년에는 KG바이오와 11억달러(약 1조2185억원) 규모의 빅딜도 성사시켰다.
GX-E4로도 3건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제넥신은 지난 2016년 중국 CWB와 성사된 4450만달러(약 593억원) 계약에 이어 KG바이오와는 2015년과 2022년에 각각 300만달러(약 40억원), 1300만달러(약 159억원) 규모의 계약도 체결했다.
제넥신이 자체 의약품 부재에도 매출을 낼 수 있던 이유는 이 같은 기술이전과 연구용역서비스 덕분이다. 실제 제넥신의 매출액을 살펴보면 기술이전 계약이 성사되지 않았던 2020년 매출액은 185억원 수준이다. 그러나 KG바이오와의 빅딜로 계약금을 지급받은 해인 2021년에는 매출액 368억원을 기록했다.
수익 반등 키로 기대되는 GX-E4는 지속형 플랫폼 기술 hyFc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신성빈혈(만성신장질환으로 인한 빈혈증, CKD induced anemia) 치료제다. 적혈구 생성촉진 호르몬인 EPO(에리스로포이에틴)의 약 90%가 신장에서 생성되는 가운데, 신장기능이 저하되면 EPO 부족현상이 발생해 신성빈혈이 나타난다. GX-E4는 EPO의 체내 반감기를 늘린 바이오베터 제제로 2~3일에 한번 주사해야 하는 1세대 비지속형 EPO제품 대비 2주 1회~4주 1회 투약이 가능한 3세대 지속형 제품이다.
제넥신에 따르면 전 세계 만성신장질환 환자는 8억명 이상으로 환자 7명 중 1명이 신성빈혈 증상을 겪고 있다. 또한, 의약품 시장조사 연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한국, 호주 등 타깃 EPO시장규모는 약 3조5000억원이다.
제넥신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개발도상국에서는 1세대 제품들이 더 많은 시장 규모를 차지하고 있다"라며 "(제넥신이) 저렴한 가격으로 가격경쟁력을 갖추고 차세대 의약품을 처방받는 환자들에게 접근한다면 유리한 조건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풍부한 유동성으로 연구개발 집중할 넥스트 GX-E4 관심
제넥신은 영업손실의 늪과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대규모 유상증자도 진행했던 바 있다. 이에 에페사주의 상업화가 이변없이 완료된다면 수익 동력을 확보하게 되는 것이다. 제넥신은 향후 신규 파이프라인 발굴, GX-E4의 투석 신장질환으로 인한 빈혈 적응증에 대한 임상 3상, GX-I7의 공동연구 등을 이어갈 방침이다.
제넥신은 기술이전을 통한 매출 달성에도 자체 제품의 부재로 인해 수년간 영업손실이 지속돼 왔다. 지난 2020년 영업손실 392억원이 발생한 이후 2021년(194억원) 완화되는 듯했지만 2022년(337억원) 다시 악화됐다. 이어 지난해 3분기까지는 영업손실 378억원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제넥신 측은 기존 연구개발비를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2021년 8월부터 이어진 GX-E4의 비투석 신장질환으로 인한 빈혈 적응증에 대한 연구가 종료됐지만 투석 신정질환으로 인한 빈혈 적응증에 임상 3상을 지난해 11월 신청한 상황이다.
제넥신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GX-E4 국내 임상 3상을 진행했고, 이외 해외 임상시험은 파트너사인 KG바이오가 담당하고 있어 (연구개발비가) 높은 비중을 차지하진 않았다"라며 "비투석 신장질환으로 인한 빈혈 적응증 임상은 완료됐고 투석에 대한 연구개발은 이어가기 때문에 현수준이 유지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바이오 기업 특성상 매출보다 필연적으로 연구개발비가 커지면서 이로 인한 유동성 위기도 겪는다. 지난 2020년 제넥신이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유동성 금융자산 포함)은 67억원뿐이었다. 이후 제넥신은 상업화에 본격적인 속도를 내기 위해 대규모 유상증자를 진행했다. 제넥신은 지난해 초 총 852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실행했다. 이에 지난해 3분기말 기준 899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하게 됐다.
GX-E4의 비투석 신장질환으로 인한 빈혈 적응증에 대한 임상 3상이 종료되고 상업화를 목전에 두면서 마일스톤 수령에 용이한 GX-I7의 임상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된 것이다.
GX-I7은 면역 세포를 증폭시켜주는 사이토카인인 인터루킨-7과 hyFc를 융합한 항암면역치료제를 보유하고 있다. 최근 불응성 또는 재발성 삼중음성유방암(TNBC) 환자를 대상으로 펨브로리주맙과 병용한 임상 1b/2상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얻었다. 펨브롤리주맙을 단독 투여했을 때와 비교해 객관적 반응률(ORR)을 높였다.
GX-I7은 아세안지역·MENA·호주·뉴질랜드·기타 아프리카 등 지역을 대상으로 KG바이오에 기술 이전해 총 계약금액 1조2185억원으로 설정됐다. 계약금으로 299억원을 수령했으며, 향후 1조1886억원의 마일스톤을 임상단계·허가·상업화 등 단계별 일정에 따라 수령받게 된다. 또한, 미국과 유럽 지역으로는
네오이뮨텍(950220)이 판권을 갖고 GX-I7에 대한 매출과 영업이익의 35%를 제넥신이 받게 된다. 이에 제넥신은 에페사주의 상업화를 우선적으로 성공시킨 이후 GX-I7 임상과 신규 파이프라인 발굴에 힘쓰겠다는 입장이다.
제넥신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GX-I7이 다양한 적응증을 보유한 가운데, 네오이뮨텍과는 공동연구를 진행 중이며 KG바이오는 아프리카, 아세안 지역 등을 담당하고 있다"라며 "기존에 해오던 췌장암, 유방암 등 다양한 적응증에 대한 임상도 최대한 진행하고 있으며, 조만간 또 좋은 소식을 알릴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혜선 기자 hsun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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