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AI(인공지능)를 통한 디지털 대전환 가속화 흐름 속에서도 우리나라는 여전히 높은 규제로 공공데이터 활용이 어려워 산업 진흥이 저해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고학수 개인정보보호위원장이 20일 경기 성남시 판교 스타트업 캠퍼스에서 열린 산업계 신년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개인정보위)
한국인터넷기업협회(인기협) 등 7개 IT업계 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디지털경제연합은 최근 100쪽 분량의 정책제안서를 발표하고 데이터산업의 진흥을 저해하는 법 규정 개선을 촉구했습니다.
디경연은 “대량의 데이터 활용 가능 여부에 따라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지만 높은 규제로 인해 산업이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라며 데이터 법제를 개선해 기업이 데이터를 적극 활용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현재 개인정보, 가명정보, 익명정보의 정의와 범위 등 모호한 규정을 개선해 실제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을 가다듬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리걸테크 분야는 법률정보 데이터를 잘 활용할 수 있다면 발전 가능성이 높지만 과도한 규제로 성장하지 못하고 있는 대표적 공공데이터 기반 산업이라고 강조했는데요. 그러면서 ‘비실명화’ 조치 등 정부가 나서서 판결문 공개 제도를 개선하고 이를 통해 리걸테크 산업의 발전을 꾀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공공데이터 공개 확대에 대한 목소리는 의료 플랫폼 업계에서도 나옵니다. 지난 20일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진행한 산업계 신년 간담회에서 AI 기반 의료 플랫폼 기업 웨이센의 김경남 대표는 “우리나라는 건강검진을 포함해서 양질의 의료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어서 개인정보의 문제가 없도록 잘만 활용한다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라면서 “하지만 개인정보보호법에 위배되지 않도록 의료 데이터를 활용하려면 IRB(기관생명윤리위원회)와 DRB(데이터심의위원회) 심사 등 복잡한 절차와 수개월의 시간이 걸린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양질의 의료 데이터를 비식별화해 ‘데이터 댐’ 형태로 구축하고 개인정보 부분에서 문제가 없는 일부를 오픈해 준다면 산업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습니다.
이처럼 산업 현장에서 공공데이터 개방 확대의 목소리는 높지만 아직 갈 길은 먼 상황입니다. 개인정보 보호 이슈와 공개된 데이터의 재가공 허용 등 법령의 정비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개인정보·영업비밀·국가안보 등의 사항이 아닐 경우 모든 정부기관의 데이터가 공유·개방되도록 법령 정비를 추진 중인데요.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는 오는 2025년까지 법률 개정을 마친다는 계획을 세운 상태입니다.
개인정보위 역시 최근 산업 진흥 측면에서 데이터 활용에 대한 규제 완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미지·영상·음성 등 비정형데이터에 대한 가명처리 기준을 마련해 데이터를 보다 폭넓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현장의 어려움을 개선하기 위한 작업을 순차적으로 진행 중입니다.
개인정보위 관계자는 “의료 분야의 경우 IRB와 DRB는 오래 걸리기도 하고 절차도 복잡해서 실제 문제가 있는 것은 맞다”라며 “현재 복지부와 디지털헬스케어법 특별법을 제정해서 통합심의를 할 수 있도록 추진 중이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데이터의 안전한 활용과 모호성을 해소하기 위해 구체적인 방안과 안전한 기준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성엽 한국데이터법정책학회장(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은 22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공공데이터 개방은 산업계가 계속해서 요구하고 있지만 개인정보 이슈 등으로 인해 지지부진해 왔다”라며 “관련 법에 가명처리 조항을 넣는 등 개인정보의 허들이 없도록 한 후 공개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공공데이터를 개방할 경우 재가공하는 경우 등 형식이나 표준도 정해진 게 없는 것도 문제인데 그 부분도 정비해야 한다”라며 “생성형 AI 산업과 혁신 차원에서 정부의 과감한 결단이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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