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수민 기자] 해병대 채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지난 1월 출국금지 조치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전격 소환조사했습니다.
호주대사로 임명된 이 전 장관에 대해 수사 협조를 전제로 출국금지를 해제하고, 사실상 면죄부를 주면서 향후 수사를 포기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 수사4부(이대환 부장검사)는 이날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등을 받는 이 전 장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습니다. 이 전 장관은 앞으로 진행될 수사에도 적극 협조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공수처 "결정기관 아니라 말하기 어려워"
공수처 관계자는 출국금지 문제와 관련해 "결정 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말하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공수처는 앞서 지난 1월 이 전 장관을 출국금지 조치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 전 장관이 호주 대사로 임명되기 전 시점입니다.
출국금지 대상에는 이 전 장관뿐 아니라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 유재은 법무관리관, 김동혁 검찰단장, 박경훈 조사본부장도 포함됐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지난 4일 대사로 임명된 이 전 장관은 현재 아그레망(주재국 동의)을 받고 부임 일자를 조율 중입니다.
이 전 장관은 지난해 집중호우 실종자를 수색하다 순직한 해병대 채모 상병 사건과 관련해 경찰에 이첩된 해병대 수사단 수사 기록을 회수하도록 지시하는 등 직권을 남용한 혐의로 같은 해 9월 공수처에 고발됐습니다.
협조 전제로 출금 해제 방안 거론
지난 1월 국방부를 압수수색하며 본격 수사에 돌입한 공수처는 애초 압수수색 대상자들을 불러 사실관계를 조사한 뒤 이 전 장관 수사에 나설 계획이었습니다.
이 전 장관은 핵심 수사대상으로, 그에 대한 조사 없이는 윗선으로까지 수사를 이어나갈 수 없을뿐만 아니라 사건 전모를 밝히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공수처 입장도 난감해졌습니다. 이 전 장관이 출국하게 되면 그 이후엔 소환조사도 어렵고 압수수색도 힘들어 수사에 차질이 생길 수 있습니다.
국가를 대표해 대사로 나가는 이 전 장관을 막아서는 모양새로 비칠 수 있는 것도 공수처로서는 걱정입니다.
공수처 관계자는 "정식 인사 발령이 나서 국가를 대표하는 인사로 출국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중요한 요소"라고 설명했습니다.
공수처는 수사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여러 조치와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지는 가운데 이날 소환조사를 시작으로 이 전 장관 출국 전 수사에 속도를 낼 전망입니다.
"사실상 수사 포기" 지적도
출국 이후 조사 협조를 전제로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를 해제하는 방안도 거론됩니다. 다만 수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는 이 시점에 최정점에 있는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를 풀어준다는 것에 부정적인 의견도 있습니다.
익명의 한 변호사는 "사실관계를 아는 관련자들이 모두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 수사가 얼마나 장기화할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협조를 잘 하겠다고 약속했다는 이유로만으로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를 해제한다면 사실상 공수처가 수사를 포기하는 것처럼 보일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종섭 호주 대사 (사진=연합뉴스)
김수민 기자 su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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