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의무공개매수 제도화를 앞둔 상황에서 OCI-한미 통합은 일반주주 및 국민연금의 기회비용을 야기할 전망입니다. 이에 대주주인 국민연금이 통합에 반대하는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을 시 배임 이슈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11일 정부 및 재계에 따르면 정부는 의무공개매수 제도를 추진해왔으며 최근 발표한 밸류업 프로그램 지원 방안에서도 ‘자본시장 선진화 추진 기본 방향’으로 의무공개매수를 명시했습니다. 의무공개매수는 상장사 지배권을 확보할 정도의 주식 취득 시 주식의 일정비율 이상을 공개매수하도록 의무화하는 제도입니다. M&A 과정에서 이를 찬성하지 않는 주주에게 자신이 보유한 주식을 매각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합니다. 이를 통해 일반주주를 보호하는 목적이 있습니다.
상법은 M&A(합병, 영업양수도) 관련해 주주총회 결의, 주식매수청구권 등 다양한 주주보호 장치를 규정합니다. 그러나 이번에 OCI와 한미간 주식양수도 방식의 경우 경영권이 이전된다는 점에서 다른 유형과 경제적 실질이 동일하지만 주주보호장치가 미비하다는 지적입니다. 특히 주식양수도식 M&A에 반대하는 일반주주는 자금회수 기회가 없고 지배주주와의 경영권 프리미엄 공유도 불가능합니다.
의무공개매수 제도는 1997년 1월 구 증권거래법 개정을 통해 도입됐으나 1998년 기업 구조조정을 지연시킨다는 IMF 요구 등에 따라 1년만에 폐지됐습니다. 그러다 2022년 5월 현정부 120대 국정과제에서 M&A시 일반주주 보호방안에 포함됐습니다. 그해 정부는 연구용역과 전문가 간담회 등 시장 의견을 취합한 뒤 12월 제도 도입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올 들어 2월초 자본시장 정책과제 추진방향에도 의무공개매수를 적시했으며, 2월26일 기업 밸류업 방안을 발표할 때 자본시장 선진화 추진 기본방향에도 명시해 연내 도입이 예상됩니다.
정부가 정한 제도 설계는 상장사 주식 25% 이상을 보유한 최대주주가 되는 경우 지배주주와 동일가격(경영권 프리미엄 포함)으로 일반주주가 보유한 잔여지분의 일정부분을 공개매수합니다. 전체주식 50%+1주 이상을 공개매수하고 응한 주식이 50% 초과 시 비율대로 안분계산, 미달 시 청약물량만 매수하는 내용입니다. 위반 시 의결권 제한, 처분명령 및 행정조치, 형벌 등 제재도 마련합니다.
이번 주식양도 및 제3자유증 등이 이뤄지면 OCI홀딩스는 한미사이언스 지분 27%를 가진 최대주주로 올라섭니다. 따라서 규정 대상이지만, 현재 진행 중인 신주발행금지(제3자배정) 가처분 소송 또는 한미사이언스 정기주주총회 표대결 등을 통과하면 사실상 막차를 타게 됩니다.
소액주주에선 이번 합병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국민연금에도 마찬가지 기회비용이 발생합니다. 당연히 가처분 소송을 낸 임종윤, 임종훈 한미약품 사장 측도 불이익이 생깁니다. 임종윤 사장측은 가처분 소송 심문에서 “합병이 이뤄진다면 기존 지주회사였던 한미사이언스는 OCI그룹 중간지주회사로 위상이 추락된다”며 “주식시장에 상장된 중간 지주회사들의 기업가치는 평균 PBR 1배 미만으로, 한미사이언스에 적용되면 주가가 반토막 날 우려가 높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임종윤 사장측은 제3자 배정 유상증자가 주주평등 원칙을 위배해 기업경영상 목적에 한해서만 허용되는 상법에 근거, 절차적 문제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이런 논란을 주지한 상황에서 국민연금이 수탁자책임 원칙에 따라 의결권을 행사해야 할 의무도 제기됩니다. 주식취득을 통한 기금운용 과정에서 손해가 발생할 위험을 방치할 경우 배임 이슈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연금이 반대하는 게 타당하고 찬성하면 배임이 될 수도 있을 듯하다”고 논평했습니다.
이번 주식양수도는 직접적 주총 의결사항이 없으나 3월29일 OCI홀딩스 정기주총 안건에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전략기획실 실장의 사내이사 선임안이 오릅니다. 또 한미사이언스 정기주주총회(일정 미정)에선 통합에 반대하는 임종윤, 임종훈 사장이 3% 이상 주주제안권을 행사해 본인들이 사내이사에 오르는 안건을 상정시켰습니다. 표대결이 예상되는 가운데 국민연금은 OCI홀딩스 주식 10.1%를, 한미사이언스 7.38%를 보유했습니다. 특히 한미사이언스 내 경영권 분쟁이 붙은 임종윤 사장 측과 모녀 지분이 30% 내외로 비슷한 수준으로 추정돼, 소액주주와 국민연금이 캐스팅보트를 쥐었습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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