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DS증권, PF펀드 설명의무 위반에도 ‘배상 지연’ 선례 되나
1심, ‘불완전판매’ 책임 인정하고도 ‘손해 미확정’ 이유로 증권사 손 들어줘
운용방식 변경이 배상 면책 근거로 작용…업계 사후 관리 체계 시험대
2026-04-14 14:59:54 2026-04-14 16:39:57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부동산 펀드 판매 과정에서 발생한 금융투자업자의 설명의무 위반 책임이 사후적인 운용 방식 변경에 의해 유예될 수 있다는 판결이 나와 주목됩니다. 증권사가 사업 지속을 명분으로 운용 구조를 변경할 경우 법적으로 ‘손해’가 확정되지 않았다고 간주될 수 있어, 향후 유사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사건에서 책임 범위를 산정하는 중요한 선례가 될 전망입니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고등법원에서 항소심이 진행 중인 월드마케팅앤컨설팅과 DS투자증권 간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은 대외 환경 변화에 따른 펀드 사후관리의 법적 한계를 보여줍니다.
 
이 사건의 발단은 세종시 내 '도시문화상업가로' 조성 사업입니다. 1심 재판부(서울남부지법)는 DS투자증권이 투자 당시 토지 매각을 통한 안전한 회수 가능성을 단정적으로 설명한 점에 대해 자본시장법상 ‘설명의무 위반’을 인정했습니다. 증권사 직원이 공매 제한 조항 등을 사전에 충분히 확인하지 않은 채 “토지 담보력이 충분해 원금 회수에 문제가 없다”고 안내한 점이 불법행위 요건을 구성한다고 본 것입니다.
 
하지만 법원은 최종적으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증권사가 2020년 6월 수익자 총회를 거쳐 ‘대출 상환 없이 본 PF 추진을 통한 원리금 상환’으로 운용 방식을 변경한 절차가 적법하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재판부는 사업이 여전히 진행 중이므로 투자자의 최종 손실액을 현재로선 확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잘못은 명백하지만, 배상 액수는 사업 종료 시까지 확정할 수 없다는 취지입니다.
 
 
원고는 정식 소송에 앞서 2020년 7월 금융감독원에 불완전판매 민원을 제기하며 행정적 구제 절차를 밟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원고가 민원을 넣기 전인 2019년 5월, 이미 피고 측으로부터 사업 부지 처분이 어렵다는 취지의 이메일을 받은 시점에 '착오'를 인지했다고 판단했습니다. 결과적으로 금감원 조정을 기다리며 4년 가까운 시간이 흐르는 사이 법률상 계약을 취소할 수 있는 제척 기간(3년)이 도과했다고 1심은 봤습니다. 금감원 민원은 작년 9월 정식 소송 제기를 이유로 실질적 판단 없이 각하됐습니다. 이는 금감원이 4년여의 조사 기간 동안 분쟁조정안조차 제시하지 못하면서, 원고가 법정에서 다툴 수 있는 계약 취소권의 행사 기한을 넘기게 방치했다는 지적으로도 이어집니다.
 
항소심에서는 손해의 확정 여부를 가를 ‘사업의 실체’를 놓고 공방이 벌어지는 중입니다. 원고인 월드마케팅 측은 시공사의 부도 등으로 인해 사실상 사업이 실패했으며, 이에 따라 투자 손실이 현실화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원고 측은 적법한 절차를 거친 계약 변경이었는지, 상환 재원이 실제 존재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재판부에 문서제출명령 등을 신청했습니다.
 
반면 DS투자증권 측은 본 PF가 계속되고 있으며 사업이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진행 중이라는 논리로 방어하고 있습니다. 1심과 마찬가지로 사업이 종료되지 않았기에 손해를 확정할 수 없다는 논리입니다. 결국 재판부가 시공사 부도 등 원고가 주장하는 사업 실패의 실체를 어디까지 인정하느냐가 이번 항소심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사건은 부동산 PF 부실 발생 시 증권사가 단행하는 사후 구조조정이 투자자 보호와 어떤 접점을 찾아야 하는지 화두를 던집니다. 증권사가 주기적으로 상환 의지를 밝히면서도 내부적으로는 담보 자산을 처분하거나 계약 구조를 변경하는 행위가 신의성실의 원칙에 부합하는지가 관건입니다.
 
DS투자증권의 작년 결산 자료에 따르면, 현재 회사가 우발채무로 관리 중인 피소 사건은 이 소송 1건입니다. 최근 자산운용사(디에스자산운용)를 인수하며 종합금융회사로 도약 중인 DS투자증권의 이번 소송 결과는 업계의 리스크 관리 관행과 사후 구조조정 절차의 투명성을 가늠하는 중요한 지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DS투자증권 관계자는 “월드마케팅앤컨설팅과의 소송 관련해서는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자세한 내용에 대해 설명이 제한적”이라고 했습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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