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3월 18일 06:00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이조은 기자]
위메이드(112040)가 갑자기 사령탑을 교체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장현국 전 위메이드 대표가 취임 10년 만에 사임을 하면서 창업자인 박관호 회장이 대표이사로 경영 전면에 나서게 됐는데 교체 이유로 위믹스 관련 사법리스크가 꼽힌다. 지난해 1000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이 발생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는데 블록체인 사업이 득보다 실이 많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관호 위메이드 대표이사 (사진=위메이드)
장현국 전 대표에서 박관호 창업자로 대표 변경 배경은
18일 금융감독원 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위메이드는 최근 장현국 전 대표에서 박관호 대표로 대표이사 직을 변경했다. 박 대표는 위메이드의 최대주주로서 1335만주에 달하는 지분 39.39%를 보유하고 있다.
박 대표는 2000년에 위메이드를 설립한 창립자이자 대표 지식재산권(IP) ‘미르의전설’ 시리즈의 개발자이기도 하다. 그간 사내이사직을 수행하며 경영 일선에서는 물러나 있었지만, 올해 12년 만에 ‘책임 경영’을 표방하며 그 자리를 되돌려 받았다. 장현국 전 대표는 부회장직을 수행하며 박 대표를 돕기로 했다. 장 부회장은 위메이드맥스 대표이사직은 아직 겸임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블록체인 프로젝트 ‘위믹스(WEMIX)’의 선봉장이던 장현국 대표가 갑자기 사임하게 된 건에 대해 위믹스 관련 수사망이 좁혀지면서 꼬리 자르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앞서 위믹스는 2022년 10월 유통량 조작 혐의로 5대 원화거래소에서 상장 폐지를 당했다. 위메이드는 지난해 유통량 공시 투명성을 제고하고 1년 만에 업비트를 제외한 4대 원화거래소(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에 위믹스를 상장 혹은 재상장했지만, 지난 5일 검찰이 위믹스 발행량 사기 혐의로 위메이드 관련자를 소환조사했다.
여기에 가상자산사업자(VASP) 미신고 영업 의혹에 대한 조사도 더해지면서 수사 강도는 높아졌다. 닥사(DAXA: 5대 원화거래소 협의체)가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위믹스 지갑 서비스 플랫폼 ‘플레이월렛’과 ‘피닉스 덱스’가 VASP 미신고 상태로 영업한다는 의혹 조사 요청을 접수한 데 따른 것이다.
때문에 장 대표의 사임은 예견된 결과였다는 견해도 존재한다. 위정현 중앙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검찰이 지난달 수사팀 규모를 2배로 늘렸다고 하는데 박관호 입장에서는 블록체인 위믹스 사업이 망가지면 회사가 통으로 무너지겠다는 불안감이 있었을 것”이라며 “실적 면에서도 블록체인에 들어간 비용을 빼 버리면 영업이익이 흑자가 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현국 대표이사 10년째에 블록체인 성과는 '미미'
박 대표는 갑작스럽게 대표 이사직을 맡게 된 이유에 대해 ‘책임 경영’을 강조하고 있다. 장 부회장이 대표이사직을 수행한지 올해로 10년째가 됐는데 사법리스크 보다도 실적 부분에서 지난해 크게 손실을 낸 것이 더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위메이드는 지난해 매출은 6072억원, 영업손실은 1126억원을 냈다. 2022년 매출 4635억원, 영업손실 849억원과 비교하면 각각 31.0% 증가하고, 32.5% 감소한 수치다. 위메이드가 영업손실이 1000억원을 넘어선 것은 역대 처음이며 지난해 게임사들 중 가장 큰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2021년 잠깐 흑자를 냈다가 위메이드가 블록체인 자체 메인넷을 출시한 2022년부터 수직 낙하했다. 사업 확장으로 인건비가 늘어난 것이 주요했다.
매출 부분에서도 블록체인에 투자한 만큼 실질적인 수익을 가져왔는지에 대해서는 다소 의문이 제기된다. 위메이드가 블록체인 사업을 시작한 것은 2018년부터이지만 지난해 블록체인을 포함한 플랫폼 매출은 94억원으로 전체 매출에서 1.5%를 차지했다. 다만 블록체인 게임이 허용되는 해외에서는 지난해 4분기 블록체인 플랫폼 매출 비중이 2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매출은 2022년과 비교해 30% 이상 늘었지만, 블록체인이 아닌 본업인 게임 사업에서 활약이 두드러졌다. 지난해 3분기까지 나이트 크로우와 미르 IP를 활용한 다중역할수행게임(MMORPG)으로 인한 매출은 49.27%로 절반에 가깝다. 특히 ‘나이트 크로우’는 시장조사업체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 2055억원을 기록하며 매출의 3분의 1가량을 책임졌다. 또한 기존 위메이드의 대표 지식재산권(IP)인 ‘미르’에 대한 라이선스 계약금 1000억원이 반영됐다.
또한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증가한 것은 파생상품평가손실이 발생했기 때문인데 실질적인 현금 유출은 없다고 해도 재무 건전성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위메이드는 지난 2022년 말 발행한 전환사채가 주가 상승으로 전환가격 간 차이가 발생해 회계적으로 파생상품평가손실 358억원이 발생했다. 다만 이로 인해 파생상품 부채가 늘면서 부채비율이 2022년 167%에서 2023년 251%로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통상 부채비율은 200%를 넘어서면 위험 수준인 것으로 평가한다.
위메이드 관계자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영업 적자로 인한) 변경인지는 알기 어렵다. 가상자산 관련한 사법적인 이슈들은 추측성”이라며 “박관호 창업자께서 본인이 사업을 직접 앞에서 이끌겠다고 의지를 보이셨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조은 기자 joy8282@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