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의정 갈등이 한 달을 넘긴 가운데 간호인력을 비롯한 병원노동자들이 전공의가 떠난 공백에 따른 피해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의대 증원 2000명 발표가 강행된 가운데 의협 등 의사단체들의 반발도 사그러들지 않아 현장의 혼돈은 이어질 전망입니다.
의료연대본부는 21일 서울대병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9000여명에 달하는 전공의들이 의료현장에서 떠나 있는 상황이며, 병원 현장은 아수라장이 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의료연대본부는 21일 서울대병원에서 전공의 공백에 따른 현장 실태를 발표했습니다. (사진=의료연대본부)
10개 병원서 29개 병동 폐쇄·통합, 간호인력 피해
의료연대본부가 10개 병원을 조사한 결과, 전공의가 병원을 떠나면서 환자까지 덩달아 줄자 일부 병동을 통합하거나 폐쇄하는 식으로 대처하고 있습니다.
통합·폐쇄한 병동은 서울대병원 7개, 동아대병원 6개, 충북대병원 4개, 대구가톨릭대병원 3개, 제주대병원 2개, 보라매병원 2개, 경북대병원 2개, 강원대병원 1개, 동산의료원 1개, 칠곡경북대병원 1개 등 29개 병동입니다.
이들 병동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만 414명에 달하며, 이들은 인력 유연화 방침이란 명목 아래 타 병동으로 재배치되거나, 연차 소진 혹은 무급휴가를 강요받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과정에서 사전동의나 훈련·교육 과정을 생략한 채 낯선 병동에 배치되면서 간호인력들은 심적 부담감과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김동아 의료연대본부 정책부장은 “통합, 폐쇄된 병동의 인력들은 타병동으로 재배치 되거나 연차 소진을 강요받거나, 특별휴가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무급휴가 신청을 반강제로 권유받았다”며 “간호사들은 타 병동으로 가서 업무부담을 느낄 바엔 무급휴가를 가는 것이 낫겠다고 하는 경우도 있어 병원의 인력 유연화 방침은 강제적인 인력배치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의료연대본부는 21일 서울대병원에서 전공의 공백에 따른 현장 실태를 발표했습니다. (사진=의료연대본부)
간호사 의사 업무를...시범사업 비판 쏟아져
보건복지부가 대책으로 내놓은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에 대한 문제점도 쏟아졌습니다. 간호사가 의사를 대신해 할 업무범위가 병원마다 제각기 다르고 사업 지침이 모호해 현장 혼란만 가중될 뿐 아니라, 문제가 발생하면 간호사들이 법적 대응을 하기도 어렵다는 목소리입니다.
정유지 강원대학교병원분회 사무장은 “경력간호사라는 이유만으로 병동 간호사들을 경험이 전혀 없는 전담간호사로 전보 배치하고, 교육 및 훈련 적응 기간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PTBD irrigation, 침습적 시술 동의서, 조영제 사용 검사동의서, 상처드레싱 등을 지시받고 있다”며 “업무 범위기준을 의료기관마다 동일하게 하도록 하고, 교육 기간, 교육자 선정, 자격획득기준 등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세워 법적 보호 제도장치 안에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박나래 서울대학교병원분회 사무장도 “30분~1시간 정도 교육을 받고 환자들에게 불법의료를 시행하라고 정부와 병원이 하고 있는 것”이라며 “처치전담팀이라는 PA업무를 하는 간호사들에게 강제적으로 의사업무 이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진규 온라인뉴스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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