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보는 검수완박 ‘시즌1’
검경수사권 조정 입법, 시행령으로 무력화
2024-04-12 17:19:34 2024-04-12 17:55:15
 
 
[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공정과 상식을 외치던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을 지지했던 국민이 다시 공정과 상식을 되묻고 있습니다. 4·10 총선에서 국민이 범야권의 압승을 선택하면서 검찰개혁,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시즌2’도 예고되고 있습니다.
 
윤석열정부 들어 더 공고해진 검찰권 견제를 위해선 ‘시즌1’을 반면교사 삼아 타협과 양보 없는 수사·기소권 분리를 제도화하는 등 원칙적 검찰개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소속 이창민 검경개혁소위원장은 12일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문재인 정부에서 검찰개혁을 추진하는 데 여러 한계로 불완전한 측면이 많았다”며 “검수완박 입법도 ‘검찰은 기소권, 경찰은 수사권’이란 대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당시 형사사법체계가 갑자기 바뀌면 대내외적으로 혼란을 줄 수 있다는 명분이 있었고, 외형상 야당과 협상하면서 검찰개혁을 순차적으로 추진한다는 의도였다”면서 “하지만 적폐청산을 내세우며 정권이 스스로 검찰권력을 활용하며 검찰 눈치를 본 측면도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월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법무부, 공정거래위원회, 법제처 업무보고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검경수사권을 조정한 검수완박 입법은 2022년 민주당 주도로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이 개정되면서 이뤄졌습니다.
 
검찰청법 개정안에는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는 사건을 기존 6대 중요범죄(경제·부패·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에서 부패·경제범죄 2가지로 축소하고, 수사개시 검사가 공소제기를 할 수 없도록 했습니다. 또 검사의 보완수사 범위를 축소하고, 별건사건 수사 금지, 고발인의 이의신청권 배제 등의 내용을 포함해 형사소송법도 개정됐습니다.
 
윤 대통령은 2019년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검찰개혁에 찬성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때문에 문재인 정부 검찰총장으로 임명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여당의 검수완박 입법이 공론화되자 부패완판(부패를 완전히 판치게 하는 법)이라 비판하며 총장직에서 물러났습니다. 이후 대선주자로 발돋움하며 대통령까지 오르게 됩니다.
 
“검찰개혁 공감대 형성해야”
 
윤 정부 하에서는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검찰 수사를 제한한 규정들을 수정한 시행령과 수사준칙 개정을 통해 다시 수사권을 회복했습니다. 국가의 범죄 대응능력을 떨어뜨려 국민 피해를 초래한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시행령 개정으로 부패·경제범죄 범위를 확대하면서 사실상 대형참사를 제외한 공직·선거·방위사업까지 범죄수사가 가능해졌습니다. 이에 일각에서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 복구) 시행령이라 불렀습니다. 이후 검찰의 직접 보완수사와 경찰에 대한 재수사 요청 범위를 넓히는 수사준칙도 개정하면서 검찰의 수사 범위를 재차 넓혔습니다.
 
이에 대해 이창민 민변 검경개혁소위원장은 “현 정부의 시행령 개정은 검찰개혁 입법 취지를 훼손한 것으로 다시 복구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그동안 검수완박에 대한 피로도가 높았고 앞으로도 검찰개혁 입법에 대한 대통령 거부권이라는 난관이 있다”며 “총선을 통해 국민적 지지를 다시 얻은 만큼, 국회에서 검찰개혁의 공감대를 형성해 검찰청 본연의 기소기관으로서의 역할과 조직 분리가 논의돼야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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