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한솔 기자] 의정갈등이 답보 상태로 흐르는 가운데 의료계와 시민단체가 충돌하고 있습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논평을 통해 의료계에 대해 '유아독존적 사고의 극치'라는 표현으로 대한의사협회(의협)를 강도높게 비판하자, 임현택 의협회장 당선인이 '몰상식'이라고 맞받아치면서 갈등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시민단체, 의료계 맹비난
경실련은 지난 15일 '22대 총선, 의대증원 국민심판이라는 의료계 주장에 대한 입장'이라는 이름의 논평을 내고 "(총선 결과가) 의대 증원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라는 의료계의 해석은 특권을 지키려다 지금의 의료대란을 만든 당사자의 적반하장이자 후안무치한 발상"이라며 "오직 특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입장을 관철하려는 유아독존적 사고의 극치"라고 의협을 비판했습니다.
이어 전공의들에 대해서도 "사직 전공의들은 정부의 증원 정책으로 피해를 봤다며 복지부 차관을 직권 남용 등으로 고소한다고 한다"며 "이렇게 특권의식에 취해있는 의료계 행태를 국민이 얼마나 더 참고 기다려야 하나"고 몰아붙였습니다.
보건의료노조도 가세했습니다. 보건의료노조는 지난 16일 의사단체를 향해 "여당의 총선 참패를 두고 '의대 증원 추진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라 강변하는 의협의 주장은 얼토당토않다"며 "민심은 의대 증원이며 국민의 목소리를 아전인수식으로 왜곡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의협, 경실련에 '날선 반박'
이에 대해 의협을 비롯한 의사단체들은 시민단체를 향해 날선 반박을 이어갔습니다.
임현택 의협 회장 당선인은 16일 자신의 SNS에 논평을 낸 경실련에 보낸 항의 공문을 올렸습니다. 경실련의 비판에 대해 '몰상식'이라고 반박하며 공세를 높였습니다.
임 당선인은 "경실련이 주동이 돼 의사들을 온갖 비난과 매도를 하며 반드시 해야 한다고 했던 2000년 의약분업에 대한 경실련의 현재 평가는 어떤지 명확한 입장을 밝혀 주기 바란다"며 "국민 호주머니에서 엄청난 돈이 본인도 모른 채 나가고 있는, 경실련이 반드시 해야한다고 해서 실시된 의약분업으로 약사들에게 지급되고 있는 조제료, 복약지도료가 한 해 얼마인지 알고 있나"라고 되물었습니다.
이어 "경실련은 전공의들의 박민수 차관 경질 요구를 맹비난했는데, 의료현장의 상황을 모른 채 전공의들의 주장을 비난하는 것은 '몰상식'하기 그지없는 일"이라며 "경실련 임원들이 최소 6개월간 병원에서 전공의들과 생활해보고 목소리를 내야 한다. 전공의들과 같이 생활할 용의가 있는지 답변해주기를 바란다"고 덧붙였습니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 당선인이 14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제8차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임 당선인은 "경실련은 특정 당파나 이념에 얽매이지 않으며, 시민의 공익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비당파 순수 시민운동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경실련은 '순수 시민운동단체'가 맞느냐"며 "꿀빠는 자리에서 한자리 해보려는 야심가 꿈나무들 양성소인지 명확하게 답변하라"고 직격했습니다.
한편 의협 비대위는 의정갈등 답보상태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재차 해결책 마련을 촉구했습니다.
의협 비대위는 17일 "의대 정원 증원 정책으로 인한 의정 대치 상황이 지속되는 것은 안될 일"이라면서 "현재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분은 대통령이라고 생각하고, 의대 정원 증원을 멈추고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기구에서 새로 논의할 수 있도록 방침을 바꿔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말했습니다.
의대정원 확대로 정부와 의사 간 갈등이 장기화되고 있는 8일 서울시내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박한솔 기자 hs6966@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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