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오랜 기간 지속돼온 인플레이션 압박에 최근 환율 및 유가까지 급등하면서 식품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입니다. 이른바 달러 초강세 흐름이 이어지며 원·달러 환율이 장중 1400원 구간에 진입하는가 하면,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로 유가까지 치솟으면서 이른 시일 내 원자재 가격 및 물류비 부담 폭등은 불가피할 전망인데요.
제품 가격 인상과 관련해 최근 수개월간 정부 및 여론으로부터 뭇매를 맞은 식품업계 입장에서는 또 다른 악재를 맞이한 셈입니다. 아울러 업계의 가격 릴레이 인상이 현실화할 경우 서민들의 고통도 그만큼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옵니다.
18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미국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이달 들어 연일 연고점을 높여왔는데요. 특히 지난 16일에는 전일 대비 무려 10.5원 오른 1394.5원에 거래를 마쳤고, 이날 장중 1400원까지 올랐습니다. 장중 1400원대 진입은 지난 2022년 11월 7일 1413.5원 이후 1년 5개월 만의 일입니다.
이 같은 기록적인 환율 급등은 미국 달러 강세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정책금리 인하 시점이 시장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졌고, 여기에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고조되면서 위험 회피 심리 발동으로 강달러 흐름이 확산한 것인데요.
문제는 환율 상승이 주요 원자재를 수입하는 식품업계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겁니다. 환율이 오르면 자연적으로 원맥과 원당 등 원자재 수입 가격이 상승하기 마련인데요.
원맥은 밀가루의 원료이며, 원당은 설탕 원료라는 점에서 사실상 가공식품 상당수의 베이스로 쓰입니다. 원재료 수입 유통 업체는 물론 식품 업계 전반에 걸쳐 제품 가격 상승 압력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원맥의 주요 원산지는 미국, 캐나다, 호주이며 원당의 경우 태국, 브라질 등으로 정형화돼 있어, 수입 업체 입장에서는 차선책으로 수입선을 다변화하기도 쉽지 않은 실정입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환율 쇼크에 대비해 수개월치의 물량 비축분을 두는 것이 보통이지만, 달러 강세가 계속 이어진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며 "정부의 가격 억제 가이드라인을 따르기 쉽지 않은 환경인데, 이미 고물가로 소비자들의 피로감이 누적돼 고민"이라고 말했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스라엘·이란 분쟁 여파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는 점도 식품 업계에 부담을 주고 있습니다. 지난달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84.18달러로 전월 80.88달러 대비 4.1% 상승했는데요. 분쟁 장기화는 수입 물가 상승과 운송 기간 지연에 따른 물류비 부담으로 직결됩니다. 역시 수입에 의존하는 식품 업계 입장에서는 가격 인상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고환율, 고유가라는 겹악재로 식품 업계 역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며 "이미 물가가 많이 오른 상황에 가격을 올리자니 비난을 받기 쉽고, 그렇다고 원가 상승을 가격에 반영하지 않을 수도 없는 실정이다. 무엇보다 이 같은 상황이 단기간 내 해결되기 어려워, 서민들의 고통도 그만큼 가중될 것"이라고 관측했습니다.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를 들어 보이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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