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대성 기자]조각투자 플랫폼이 제도권으로 들어온지 2년이 됐지만 현실은 초라합니다. 그간 증권사 중심으로 조각투자 띄우기에 나서면서 장밋빛 전망을 내놨지만, 미술품 청약은 줄줄이 미달되고 부동산은 공모가를 한참 하회하고 있습니다. 음악 저작권 투자 등 일부 영역에서만 제한적인 성과가 있었다는 평가입니다.
투게더아트, 미술품 시장 둔화에 고군분투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지난 2022년 미술품 등 조각투자를 '자본시장법상 투자계약증권'으로 인정하며 제도권에 편입시켰습니다. 지난해 말 미술품 조각투자 업체 열매컴퍼니(플랫폼명 '아트앤가이드')와 서울옥션블루(소투), 투게더아트(아트투게더)가 연달아 투자계약증권을 발행하며 시장이 본격 형성됐지만, 흥행에 부진을 겪고 있습니다.
투게더아트는 지난달 26일 진행한 ‘2회차 미술품 투자 계약증권’이 16.6% 미달이 발생하며 청약 흥행에 실패했습니다. 미국 현대미술 거장 조지 콘도의 ‘더 호라이즌 오브 인새너티(The Horizon of Insanity)’를 공모를 했는데요. 일반청약 9252주 중 7715주만 청약됐습니다. 앞서 1호 조각투자 상품으로 선보인 쿠사마 야요이의 2002년 작 ‘호박(Pumpkin)’도 95.37%의 청약률을 기록하며 부진했습니다.
올해 1월 열매컴퍼니가 선보인 또다른 쿠사마 야요이의 2001년 작 호박은 청약 자체는 흥행했으나, 청약대금을 내지 않은 투자자들로 인해 20% 가까운 실권주가 발생했습니다. 서울옥션블루가 출시한 앤디 워홀의 '달러사인'도 일반청약 6300주 가운데 14.5%가 미달됐습니다.
증권가는 미술품 시장 둔화를 직접적 원인으로 보고 있습니다. 실제 문화체육관광부 등이 발표한 한국 미술시장 결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미술시장 거래 규모는 6675억원으로 전년대비 17% 감소했습니다.
하지만 미술품 투자에 대한 인식이 일반투자자들에 익숙하지 않고, 작품 처분 시점까지 장기간 소요될 가능성이 높아 회전율이 낮은 위험 부담이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적지 않습니다.
부동산 조각투자, 발행가 대비 반토막 사례도
미술품 뿐만 아니라 부동산 분야에서도 성과가 부진합니다. 한 증권사가 지배하는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의 경우 2022년 3월 상장한 여의도 빌딩의 가격이 액면가 대비 20% 하락했습니다. 같은해 4월 상장된 한 호텔도 이날 4130원을 기록하며 발행가(5000원) 대비 17% 떨어졌습니다. 지난해 9월 상장한 압구정 빌딩도 현재 8% 내렸습니다.
다른 중소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의 상황도 비슷합니다. 지난 2022년 공모한 서울시내 한 건물 증권형토큰(SOU) 가격은 발행 가격대비 51% 하락해습니다. 다른 곳들도 40%대 하락률을 기록 중입니다.
다만 부동산 조각투자의 경우 고객에 제공하는 수익적 가치가 시세 차익 뿐 아니라 월배당 등 다양한데다 당장 거래 가격이 떨어진다고 해서 건물 가치가 하락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시장에서는 부동산 조각투자의 경우에는 경쟁해야 하는 부동산 투자 수단이 많다는 약점과 함께 세제 지원이 없고, 담보대출도 불가능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매력적이지 못하단 평가가 나옵니다. 조각투자 시 시세차익과 배당소득에 대해 각각 15.4%의 배당소득세가 원천징수됩니다.
반면 부동산 관련 투자로 인기 있는 상장리츠의 경우 매매차익은 비과세입니다. 배당소득은 3년 이상 투자 시 9.9%의 저율 분리과세 혜택을 받습니다. 만약 IRP(개인형 퇴직연금)에서 투자한다면 추가 세제 혜택도 가능합니다.
음악저작권은 일부 상한가 흥행
음악 저작권의 경우 일부 성과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음악투자 플랫폼 뮤직카우가 최근 공모한 멜로망스의 '걸작품'은 옥션(청약)시작가 대비 30%가 오른 상한가 조기 마감을 달성했습니다. 이번 조기 마감으로 올해 완판된 7건의 옥션 중 총 4건이 조기마감했습니다.
올해 옥션 흥행이 이어지는 가운데 뮤직카우 MCPI(MUSIC COPYRIGHT PROPERTY INDEX)지수도 200선을 유지하며 안정적인 추이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MCPI는 뮤직카우 플랫폼 옥션 서비스에 공개된 음악수익증권을 구성종목으로 산출한 총 수익지수로, 코스콤(Koscom)과의 협의를 통해 개발됐습니다. 저작권료가 매월 발생하고, 분배금이 재투자되는 음악수익증권의 특성을 반영합니다.
뮤직카우 관계자는 "매월 저작권료 정산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 투자는 물론 문화적 만족도도 채울 수 있다는 점 등 음악저작권 자산의 다양한 특성으로 음악수익증권에 대해 관심이 많은 거 같다"고 말했습니다.
증권가에선 음악저작권의 경우 K-POP의 우수성과 함께 장기적인 현금흐름을 장점으로 꼽습니다. 이경자 삼성증권 연구원은 "음원 발매 후 저작권료는 대체로 6개월 뒤, 길어도 1년 이내에 정점을 찍지만, 장기적으로 저작권 수입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항목은 스트리밍"이라며 "발매 후 2~3년이 지나면 스트리밍·방송·공연 등 매체에서 꾸준히 현금이 유입된다"고 했습니다. 또한 기초자산인 K-POP 음원은 타 자산 대비 이해가 쉬운 데다, 한국 음악시장은 꾸준히 성장하고 매크로 영향이 낮다 분석입니다.
음악투자 플랫폼의 최근 진행된 옥션 현황.(사진=뮤직카우 홈페이지)
신대성 기자 ston947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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