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디지털보험…온라인서 팔 만한 게 없다
자동차·여행자보험도 기존 손보사에 밀려
"텔레마케팅 등 비대면 영업 채널 확대해야"
2024-04-24 06:00:00 2024-04-24 08:03:03
 
[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디지털 손해보험사들이 '디지털' 타이틀이 무색하게 온라인 보험시장에서 기존 보험사들에 밀려 부침을 겪고 있습니다. 금융소비자들의 선택권과 접근성을 보장하기 위해 탄생한 디지털 보험사가 취지에 맞게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전화 영업 등 비대면 영업 방식을 늘리는 방향으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디지털 손보사들은 자동차보험, 여행자보험 등 주로 보장성 보험을 판매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적자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나·캐롯·카카오페이·신한EZ손해보험 등 디지털 손보사 4곳은 지난해 2090억원 순손실을 냈습니다. 생보사인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보험을 합하면 순손실 규모는 2304억원으로 늘어납니다. 지난해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후 손보사들이 31조원대 순이익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낸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IFRS17 도입에 따라 보험사들은 보험계약마진(CSM) 확보에 유리한 보장성 보험 판매율을 높여야 실적에 유리합니다. 디지털 손보사들은 비대면으로 간단하게 가입할 수 있는 단순·단기 보험 판매에 의존하고 있습니. 이러한 보험들은 보험료가 낮고 가입 기간이 짧아 중장기적인 수익을 보장해주지는 못합니다. 여행자보험이나 골프보험의 경우 일회성 보험이나 마찬가지로, 보험사의 미래 이익을 가늠하는 CSM에 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디지털 손보사들이 실적 고전을 면치 못하는 배경에는 태생적인 한계도 한몫을 하고 있습니다. 당초 디지털 보험사는 보험기간 1년 이내, 보험금 상한 5000만원의 미니보험을 취급하는 소액단기전문보험사로 출범했습니다.
 
또한 보험업법상 통신판매전문회사인 디지털 보험사는 보험 가입 건수와 수입보험료의 90% 이상을 온라인 등 비대면 채널에서 모집해야 합니다. 디지털 보험사의 영업 채널을 늘리는 것은 법을 손질해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간단하지 않습니다.
 
금융당국은 지난 2022년 디지털 영업 활성화 기조에 맞춰 기존 보험사들을 대상으로 모바일·홈페이지 등 온라인(CM) 채널 영업 제한을 풀어줬습니다. '1사 1라이선스' 규제가 기존의 보험사를 중심으로 완화된 겁니다. 1사 1라이선스는 모회사인 보험사와 자회사인 디지털 보험사 간 채널·상품이 중복될 수 없도록 하는 규제입니다. 예를 들어 캐롯손보는 모회사인 한화손보처럼 텔레마케팅(TM)으로 영업을 할 수 없습니다.
 
디지털 보험사들은 TM 채널을 통한 영업을 허용해 줘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디지털 보험 특성상 설계사와 고객이 직접 만나는 대면 영업은 불가능하더라도 TM은 일종의 비대면 마케팅으로 볼 수 있기 대문입니다. 일반적으로 보장성 보험은 담보 내용이나 가입 조건이 까다로워 영업 채널 강화가 필수적입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기존 보험사들에게 비대면 영업도 밀리는 상황에서 단순 보험 한계를 넘을 수 있도록 TM 채널 영업 등 보조적인 장치는 필요하다"며 "무인 주문 시스템을 운영하는 식당이나 카페도 디지털 취약계층을 위해 키오스크와 대면 주문을 받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설명했습니다.
  
온라인마케팅 채널 영업도 대형 손보사에 밀린 디지털 보험사들이 실적 타개를 위해 텔레마케팅 방식 등 비대면 영업 다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의 한 보험회사 텔레마케팅 사무실. (사진=뉴시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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