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 지배구조 개혁 ‘외통수’ 걸린 양종희 KB 회장
2026-01-30 06:00:00 2026-01-30 06:00:00
금융지주사 지배구조 개혁이 한창이다. ‘제왕적 회장과 장기 집권, 거수기 이사회는 금융 선진화를 가로막는 고질적 병폐다. 금융당국과 국회가 추진하는 금융지주 회장 연임 제한과 이사회 개혁은 당위성 측면에서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최소한 모든 지주사가 동일한 출발선에 설 수 있게는 해야 한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빈대인 BNK금융 회장은 일찌감치 단독 회장 후보로 추천돼 주총 승인만 남겨두고 있다. 법안이 지금 당장 통과돼 서둘러 시행된다 하더라도 이들은 소급 적용 배제 원칙에 따라 규제의 칼날을 비껴간다.
 
이 개혁의 첫 시범 타자로 낙점된 이는 올해 11월 임기 만료를 앞둔 양종희 KB금융 회장이다. 현재로서 양 회장은 새로운 규제 환경 속에서 연임 여부를 심사받는 첫 사례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다른 경쟁 지주사 회장들이 누렸던 기존의 룰은 사라지고, 오직 양 회장에게만 엄격해진 잣대가 적용되는 셈이다.
 
금융당국이 지배구조 개선의 고삐를 죄는 배경에는 주인 없는 회사의 전횡을 막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하지만 개혁의 시계추가 특정인의 임기 일정에 맞춰 긴박하게 돌아가는 순간, 그것은 정책이 아니라 정치가 된다. 지배구조 선진화라는 명분은 빛이 바래고 권력의 금융 길들이기라는 구태의연한 프레임에 갇힐 수도 있다.
 
개혁은 시스템의 안착을 지향해야 한다. 사람을 바꾸기 위해 법을 서두르는 것이 아니라, 법을 통해 사람이 바뀌는 토양을 조성하는 게 원칙이다. 지금처럼 특정 시점을 기준으로 수혜자와 불이익을 받는 자가 갈리는 방식은 옳지 않다.
 
개혁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적용 시점을 넉넉히 유예하는 게 타당하다. 그래야만 이미 차기 임기를 확정한 회장들과 향후 연임을 준비할 인사들 사이의 형평성 논란을 최소화할 수 있다.
 
금융사의 자율적 정비 시간도 필요하다. 이사회 구조를 개편하고 승계 절차를 법령에 맞춰 재설계하는 과정은 물리적인 숙의 시간이 필수적이다. 각 지주사가 충분한 검토를 거쳐 내부 정관을 개정하고 조직을 정비할 수 있는 여유를 줘야 한다.
 
속도전만으로는 정의를 세울 수 없다. 우리는 과거 여러 정권에서 개혁적폐 청산이라는 미명하에 단행된 성급한 조치들이 얼마나 큰 혼란과 부작용을 초래했는지 목격해왔다. 지배구조 개선법도 예외일 수 없다.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벼락치기 법 집행으로 특정인이 규제의 불이익을 온전히 떠안는다면 그것은 반쪽 개혁일 뿐이다. 내용은 엄중하되 적용은 공정해야 한다. 지배구조 개선법 시행 시기를 내년 이후로 미루는 것은 금융사 개혁의 정당성을 완성하는 마지막 퍼즐이다
 
김의중 금융부 부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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