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호반건설, 현금이 방패였다…PF 충격 흡수한 재무 구조
대구 황금동 등 PF 리스크 현실화에도 부채비율 45.1%
김포·대치동 토지 매입 병행…유동성 자산 기반 자산화
자체분양 수익이 PF 우발채무 삼키는 '재무 완충력' 입증
2026-01-30 06:00:00 2026-01-30 06:00:00
이 기사는 2026년 01월 28일 15:33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김소윤 기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여파로 건설업계 전반의 유동성 부담이 이어지는 가운데, 호반건설이 대규모 대위변제와 신규 토지 매입이라는 이른바 '이중 지출' 국면 속에서도 재무 안정성을 지켜냈다. PF 리스크 현실화와 자산 매입이 동시에 진행됐지만 레버리지(재무 부담) 지표는 오히려 개선됐다. 시장에서는 과거 자체분양사업을 통해 축적한 현금 흐름과 유동성 자산이 위기 국면에서 완충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호반건설 서초 신사옥.(사진=호반건설 홈페이지)
 
PF 충격 흡수한 재무 구조…지표는 오히려 개선
 
2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대구 황금동 주상복합 사업장에서 공정 지연과 분양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약 4000억원 규모의 PF 차입금이 회수되지 못했고, 이에 따라 호반건설은 연대보증인 지위에서 해당 차입금을 직접 상환하는 방식으로 대위변제를 단행했다. 이어 최근에는 영천고경 산업단지 사업장에서도 약 345억원 규모의 PF 차입금에 대해 동일한 구조의 대위변제가 이뤄지며 PF 우발채무가 현실화됐다.
 
대위변제는 채무자가 금융기관에 대한 상환 의무를 이행하지 못할 경우, 보증을 제공한 제3자가 해당 채무를 대신 변제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경우 금융기관이 보유하던 채권은 변제자에게 이전되며, 변제자는 채무자에게 상환을 요구할 수 있는 구상권을 갖게 된다. 건설사 PF에서는 시공사가 연대보증이나 책임준공 약정을 제공한 경우, 사업장이 채무불이행(EOD)에 빠질 때 우발채무가 실제 현금 유출로 전환되는 대표적인 방식으로 작동한다.
 
대위변제 이후에도 호반건설의 PF 관련 우발채무는 일정 규모 남아 있다. 지난 2024년 말 기준 호반건설의 우발부채 PF 보증 금액은 9528억원이었는데 최근 사업장 두 곳을 대위변제함에 따라 현재(지난해 말 기준) 약 4482억원인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는 연대보증·채무인수·자금보충 약정 등이 포함된 수치다. 이 가운데 경산 상방공원 사업장이 약 2188억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김포 학운5 산업단지(385억원), 광주 일곡공원(1165억원), 김포 풍무역세권(744억원) 등도 주요 PF 보증 사업장으로 분류된다. 다만 일부 사업장은 회사 지분율이 20~49% 수준에 그쳐, 지분율을 반영한 실질 부담 규모는 약 3580억원 수준으로 축소될 전망이다.
 
이 같은 대위변제와 PF 리스크 현실화에도 호반건설의 재무 체력은 크게 흔들리지 않은 점이 눈에 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호반건설의 총차입금은 2024년 말 6900억원 수준에서 지난해 3분기 말 1조 500억원으로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부채비율은 53.5%에서 45.1%로 오히려 하락했다. 차입금의존도 역시 10% 안팎 수준에 머물렀다. 현재 현금 및 장·단기금융상품도 7400억원 이상을 유지하며 단기 유동성 여력을 확보한 모습이다.
 
더불어, 최근 토지 매입 등으로 일시적인 자금 부담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재무 전반의 안정성 지표는 업계 평균 대비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PF 리스크가 현실화된 시점에서도 호반건설은 대규모 토지 매입을 병행했다. 지난해 말 김포 풍무 복합시설용지와 서울 강남구 대치동 부동산을 잇달아 매입하며 약 5000억원 규모의 추가 자금 소요가 발생했다. 시장에서는 PF 리스크가 현실화된 국면에서 이 같은 대규모 자산 투자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중장기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과 향후 공급 파이프라인 확보를 위한 선제적 투자 성격으로 풀이된다.
 
 
자체분양이 만든 현금 체력…정비사업으로 전략 선회
 
PF 보증 부담과 대규모 토지 매입 자금이 동시에 소요되는 이른바 '이중 지출' 국면 속에서도, 공공택지 중심의 자체분양사업을 통해 축적한 현금 체력이 재무 안정성을 뒷받침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호반건설은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에서 공급된 공공택지를 대거 확보한 뒤 직접 시행·분양하는 자체사업 비중이 높았으며, 분양 개시 단계부터 계약금과 중도금이 선유입되는 사업 방식을 구축해 왔다. 공사 착수 이전부터 분양대금이 선유입되는 특성 덕분에, 도급 위주 건설사와 달리 외부 차입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핵심 재무 완충 장치로 작동해 왔다는 설명이다.
 
실제 호반건설의 자체분양수익은 지난 2020년 2984억원에서 2021년 1조 3701억원으로 급증했고, 2022년에는 2조 505억원으로 정점을 기록했다. 이후 분양시장 둔화로 2023년 1조 5820억원, 2024년 1조 1476억원으로 감소했지만, 이 기간 유입된 분양대금은 현금과 금융자산 확대의 핵심 재원으로 작용했다. 같은 기간 도급공사수익은 연 8000억~9000억원 수준을 유지하며 외형 변동성을 보완했다.
 
자체분양 확대 국면에서는 선수금(계약부채) 증가 흐름도 뚜렷했다. 2020년 말 약 950억원 수준이던 건축공사 선수금은 2021년 말 1100억원을 넘어섰고, 2022년 자체분양 매출이 정점을 기록하면서 계약부채는 단기간에 5000억원대까지 확대됐다. 이후 분양시장이 급격히 식은 2023~2024년에도 도급·자체공사를 합산한 계약부채 규모는 5000억원 안팎을 유지했다. 선수금은 회계상 부채로 분류되지만, 실제 현금 흐름 측면에서는 차입이 아닌 무이자성 운전자금에 가까워 재무 유연성을 높이는 요소로 평가된다.
 
현금 지표에서도 이 같은 모습이 포착되고 있다. 호반건설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2021년 2526억원에서 2024년 9711억원으로 크게 늘었고, 영업활동현금흐름 역시 2021년 일시적 유출 이후 빠르게 개선돼 2024년에는 4959억원의 순유입을 기록했다. 지난해 선수금, 현금성자산과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아직 연간 기준 집계가 완료되지 않았지만, 기존 사업 구조와 분양대금 유입 흐름을 감안할 때 유사한 수준의 현금 창출력이 이어졌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최근에는 이러한 자체분양 중심 모델 역시 한계에 직면하는 모습이다. 지방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며 분양 리스크가 확대됐고, 토지 매입·PF 조달·분양 성패를 모두 건설사가 부담해야 하는 변동성도 커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호반건설은 자체분양에 편중된 사업 구조를 조정하고, 도급 사업을 병행하는 방식으로 수익원 다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은 토지 매입 부담이 없고 PF와 분양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낮아 불확실성이 커진 주택시장 환경에서 대안적 사업군으로 평가된다. 실제로 서울사업소 신설과 전담 조직 구축을 통해 정비사업 체계를 강화했으며, 최근 수주한 정비사업 물량의 80% 이상이 서울에서 발생하며 수주 축 역시 수도권으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호반건설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풍부한 유동성을 기반으로 자체 재원을 활용해 사업을 추진해 왔다"며 "외부 차입 확대나 만기 리스크에 따른 무리한 사업을 지양하면서 재무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자체분양사업 비중이 높은 구조는 차입 의존도를 낮추고 사업 시기 조절이 가능해 PF 관련 리스크 대응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며 "향후에도 시장 상황에 맞춰 공급 시기와 물량을 탄력적으로 조정해 안정적인 사업 운영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소윤 기자 syoon13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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