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정은 기자] 치솟는 공사비로 인해 서울 내 재건축과 재개발 단지 분양가격이 요동치고 있습니다. 공사비가 오르면서 조합과 시공사 갈등은 심화하고 있고 정비사업이 그대로 진행되더라도 높아진 일반분양가가 서울에서도 미분양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서울의 경우 주택 수요가 많기 때문에 당장 미분양 리스크가 발생하지는 않겠지만, 여전히 주택거래가 적은 상황에서 분양가 상승이 초래할 부정적 연쇄작용을 경계해야한다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서울 정비사업 공사비 급등…분양가 상승 '불가피'
30일 국토교통부의 '3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미분양 주택은 6만4904가구로 전월 대비 0.1%(90가구) 상승했습니다.
서울 강남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도 1만2194호로 전월 대비 2.8% 늘었습니다. 지난해 8월부터 8개월 연속 증가세입니다.
서울의 경우 미분양 가구 수는 490호로 전월 503가구보다 소폭 감소했습니다. 다만 서울 내 정비사업지의 공사비가 상승하고 이로 인해 분양가가 치솟았다는 점이 우려스럽습니다.
분양가 상승은 서울 강남과 강북을 가리지 않고 발생하고 있습니다. 강남의 신반포 22차 재건축 사업의 경우 지난 16일 조합과 시공사 현대엔지니어링이 3.3㎡ 당 1300만원으로 올리는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2017년 당시 560만원 수준이었던 공사비가 2배 이상 오른겁니다.
공사비가 오르면서 추후 일반분양가도 상당히 높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신반포 22차 단지는 서초구에 위치해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지만 일반분양 가구수가 28가구에 불과해 분상제 적용을 받지 않습니다. 시공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은 조합에 3.3㎡ 당 8500만원 수준이 일반 분양가를 제안한 바 있습니다.
강북 정비사업지에서도 일반분양가 상승이 예상됩니다. 서대문구 홍제3구역 재건축 조합은 시공사인 현대건설과 공사비를 3.3㎡당 784만원으로 합의했습니다. 2020년 당시 계약금액보다 50% 가량 인상된 금액입니다.
공사비 상승은 서울 내 정비사업 조합과 시공사 간의 갈등도 촉발하고 있습니다. 노원구 상계주공5단지나 성남지 중원 은행아파트 재건축, 은평 대조1구역 재개발 등이 대표적입니다.
정비업계는 서울 정비사업지의 공사비 상승과 이로 인한 일반분양가 급등이 부정적인 연쇄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최근 부동산 시장은 관망세가 대세로 자리잡았기에 높아진 일반분양가를 수요자들이 감당하기 힘들어 진다는 겁니다.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공사비가 지난 3년에서 5년 사이에 30% 이상 증가했다. 공사비 현실화 후 분양가로 전이시킨다면 이 부분을 사람들이 얼마나 받아들일 수 있을 지 의문"이라며 "서울은 토지 가격 자체가 워낙 높고, 분양가나 아파트 평단가가 서울 내에서도 지역 별로 차이가 난다. 아무래도 평단가가 낮은 지역에서는 높아진 분양가를 받아들이기 힘들 수 있고 이로 인해 미분양 우려가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공사비 상승·분쟁 조정 위한 공공 역할 강화 필요
공사비 상승으로 인한 갈등과 이로 인해 발생할 부정적 연쇄작용을 대비하기 위해 정부와 공공기관의 역할을 강화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국토교통부는 연초 정비조합과 시공사가 공사계약을 체결할 때 활용하는 '정비사업 표준공사계약서'를 지방자치단체와 관련 협회 등에 배포한 바 있습니다. 이에 따라 표준공사계약서로 계약하는 시공사는 조합에 공사비 세부 내역을 밝혀야 하며, 설계 변동과 물가 상승으로 공사비를 증액할 때는 표준계약서 기준을 활용해야 합니다.
서울 강북 지역 아파트 공사 현장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정부와 공공기관이 안정적 주택공급을 위해 공공지원을 강화해야한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국토연구원은 지난 23일 '주택공급 상황 분석과 안정적 주택공급전략' 보고서를 통해 정비사업 공사비 분쟁 등을 예방하기 위해 공공에서 조정 전문가들을 파견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민간 계약을 바탕으로 둔 정비사업 특성 상 정부와 공공기관 역할에는 한계가 뚜렷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박 연구위원은 "공사비 상승과 관련해 정부나 공공에서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은 사실 많지 않다. 민간끼리의 계약사항이다보니 정부에서 강제하기 힘들기 때문"이라며 "다만 공사비 관련 법적 분쟁이 발생할 경우 정부나 공공이 판례를 자세히 분석해 분쟁 해결에 이용하는 선례를 남기려는 노력들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송정은 기자 johnnys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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