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 ‘물가’ 심상치 않다…소비자·자영업 모두 시름만 깊어
'외식 물가' 3월 이어 4월에도 3%대 지속
냉면·김밥 등 외식 품종 8종, 모두 '상승'
햄버거 등 외식 프랜차이즈, 가격 올려
"지금이라도 '기후 변화 대응' 계획 짜야"
입력 : 2024-05-02 18:00:00 수정 : 2024-05-04 21:00:05
 
[뉴스토마토 임지윤 기자] # 주부 이모(61) 씨는 최근 시장가는 빈도수를 절반 이상 줄였습니다. 재래시장은 퇴근길 수시로 드나들었고 대형 마트는 최소 2주에 한 번꼴은 갔지만, 지금은 한 달에 한 번만 갑니다.
가족끼리 하는 외식이나 카페 드라이브 등도 특별한 기념일 아니면 하지 않습니다. 이씨는 "이번 달은 타지에 있는 자녀들이 가정의 달을 맞아 집에 온다. 마음은 뭐든지 먹이고 싶지만, 외식 물가가 고민"이라고 토로했습니다.
 
# 직장인 성모(35) 씨는 오는 8일 어버이날을 앞두고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다니던 직장을 관두고 6개월가량 쉬다가 다시 직장을 잡았지만 빠듯한 생활비로 부모 용돈은 엄두를 못 내고 있습니다. 그는 "부모님이 자영업을 하고 있는데, 경기가 안 좋아 용돈을 보태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매달 드리던 용돈이 30만원 정도인데, 어버이날 더 드리긴 힘들 것 같다"고 하소연했습니다.
 
다른 달보다 지출이 큰 5월 가정의 달, 소비자와 자영업자 모두 시름이 깊어질 전망입니다. 지난달 소비자 물가가 2% 후반대로 내려왔지만, 체감 물가의 고충은 여전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가정의 달을 맞았지만, 밖에서 외식 한 번 하기 부담스러운 시대가 됐습니다.
 
외식 품종 8종, 1년 전보다 '모두' 상승
 
통계청이 2일 발표한 '4월 소비자 물가'에 따르면 외식 물가는 1년 전보다 3%대 높은 상황을 이어갔습니다. 최근 한국소비자원 가격 정보 종합 포털 '참가격'을 보면 지난 3월 냉면, 김밥 등 대표 외식 품종 8종의 서울 지역 평균 가격은 모두 1년 전보다 상승했습니다.
 
가장 가격이 많이 오른 품목은 냉면이었습니다. 1년 전 1만692원 대비 7.9% 뛴 평균 1만1538원을 기록했습니다. 또 김밥 한 줄은 3323원으로 6.4%, 비빔밥 한 그릇은 1만769원으로 5.7% 뛰었습니다.
 
통계청이 2일 발표한 '4월 소비자 물가'에 따르면 외식 물가는 1년 전보다 3%대 높은 상황을 이어갔다. (사진=뉴시스)
 
현재 햄버거, 피자 등 주요 외식 프랜차이즈도 잇달아 가격 인상 소식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원재료비와 인건비, 임대료 등 제반 비용이 상승한다는 이유입니다.
 
햄버거 프랜차이즈인 맥도날드의 경우 이날부터 6개 메뉴 가격을 평균 2.8%씩 올립니다. 피자 프랜차이즈인 피자헛도 같은 날 갈릭버터쉬림프, 치즈킹 등 프리미엄 메뉴 가격을 높입니다. 치킨 프랜차이즈인 굽네는 지난달 15일 9개 메뉴 가격을 일제히 1900원씩 인상했습니다.
 
먹을거리 부담이 커지며 외식 소비는 전보다 얼어붙을 것으로 예측됩니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사회조사 결과'를 보면 가구의 재정 상황 악화 시 우선으로 줄일 지출 항목(복수 응답)에 19세 이상 가구주 66.1%가 '외식비'를 꼽았습니다. 이는 2011년 관련 조사 시작 이후 가장 높은 비중입니다.
 
집밥으로 눈을 돌리기에도 부담은 마찬가지입니다. 소금과 설탕 등 조미료를 비롯해 신선식품이 높은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달 신선식품 지수는 1년 전 대비 19.1% 치솟았습니다.
 
더군다나 식품업계가 원재료 부담을 호소하고 있어 1%대 물가를 지속 중인 가공식품은 추가 가격 인상 가능성까지 점쳐집니다. 
 
전 세계 덮친 '푸드플레이션', 장기간 지속될 듯
 
현재 먹거리 가격이 고공행진 하는 '푸드플레이션(푸드+인플레이션)'은 한국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집계를 보면 회원국 전체 먹거리 물가는 지난 2년간 10%대 상승률을 지속했습니다. 지난 2022년 13.2%에 이어 지난해에도 10.5%를 기록한 겁니다. 이러한 상승 폭은 회원국 한 자릿수인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근원물가 상승률을 뛰어넘은 수준입니다.
 
전문가들은 푸드플레이션이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김상봉 한성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농·축·수산물 가격이 오르게 되면 외식, 가공식품 물가 등까지 상승할 수밖에 없다"며 "당장 농·축·수산물 물가를 잡는다고 외식 등 물가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를 하긴 어렵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어 "한 번 오른 물가는 다시 내려오기엔 상당 시간 소요된다"며 "이번에 2% 후반을 기록했지만 환율, 유가 등 복합적인 문제가 있기에 당분간 2% 중반대까지 하락하는 건 기대하기 힘들어 보인다"고 전망했습니다.
 
우석훈 경제학자는 "앞으로 사과 등 과일은 지금처럼 싸게 먹을 수 있는 시대가 안 올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기후변화와 농업의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는 이유입니다.
 
그는 "농수산물 가격이 오르면 수입해서 먹으면 된다고 생각하는데 외국도 푸드플레이션을 똑같이 겪고 있다"며 "물가만 보고 불만 끄겠다는 대책이 아니라 품종 개발, 농어촌 지역 인센티브(보상) 정책 등을 정책적으로 다시 정비해야만 지금이라도 기후변화에 의한 농산물 가격 상승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통계청이 2일 발표한 '4월 소비자 물가'에 따르면 외식 물가는 1년 전보다 3%대 높은 상황을 이어갔다. (사진=뉴시스)
 
세종=임지윤·김소희 기자 dlawldbs2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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