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에 공사비 '폭등'…흔들리는 '공공 재건축'
최근 3년 동안 시멘트·골재 42%·36% 상승
서울 도심 복합사업 선도지구, 협의 지연
도심 복합사업 후보 57곳, 3년간 '착공 0'
박상우 "공급원 확대·다각화 방안 검토"
2024-05-15 12:00:00 2024-05-15 12:00:00
 
[뉴스토마토 임지윤 기자] 최근 고금리와 고물가 영향으로 건설 원가가 치솟자, 민간은 물론 공공 주도 정비 사업 역시 차질을 빚고 있습니다.
 
공공성과 사업성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챙겨야 하는데 자잿값이 오르는 등 공사비가 치솟으면서 진행에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건설공사비 지수, 3년 만에 30% 뛰어
 
'가파른 공사비 상승세'가 재개발·재건축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15일 국토교통부 따르면 2020년 118.9였던 건설공사비 지수는 2023년 153.3까지 높아진 상황입니다. 3년 만에 28.9% 뛰었습니다. 특히 주요 건설자재별로 가격을 보면, 최근 3년 동안 시멘트는 톤당 7만8800원에서 11만2000원으로 42.1%나 올랐습니다. 골재와 레미콘도 각각 36.5%, 32.0% 증가했습니다.
 
최근 건설경기 둔화로 공사 수요와 함께 자재 수요는 감소하고 있지만, 고금리·고물가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원자재 수급 문제가 발생한 탓입니다. 건설경기 선행지표인 건설 수주액은 2022년 229조7000억원에서 2023년 189조8000억원으로 약 20% 줄었습니다.
 
15일 국토교통부 따르면 2020년 118.9였던 건설공사비 지수는 2023년 153.3까지 높아졌다. 사진은 재건축 조합과 시공 사업단 간 공사비 갈등으로 공사가 전면 중단된 1둔촌주공 재건축 현장. (사진=뉴시스)
 
공사비가 치솟은 결과 지역 상당수 재개발·재건축 현장에서 조합과 시공사 간 힘겨루기를 하는 모습이 연출되고 있습니다. 건설 원가 상승에 따라 도급 공사비를 늘려달라고 요구하는 시공사와 그럴 수 없다는 조합이 맞붙고 있는 겁니다.
 
자재비와 공사비 상승으로 건설자재 수요자인 건설업계와 공급자인 자재업계 모두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이전 정부에서 도입된 도심 복합사업의 경우, 표정이 더 어둡습니다. 건설경기 부진이 지속되자 건설사들이 정비 사업 수주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는 상태입니다.
 
전국 정비 사업장에서 시공사 단독 입찰에 따른 수의계약 비율은 2022년 60%에 이르렀는데, 지난해 80%를 넘었습니다. 금리가 치솟고 시공비 조달 부담이 커지자 건설사들은 돈 되는 곳만 집중하는 이른바 '선별적 수주 전략'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습니다.
 
한 건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서울 도심 복합사업 선도지구로 지정된 방학역, 연신내역, 쌍문역 동측 등 3곳은 지난해 말 사업 계획 승인을 완료했지만, 연내 시공사 선정까지 마치기엔 쉽지 않아 보인다"며 "사업 방식과 관련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국토교통부 장관·승인권자(서울시) 협의가 늦어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임기 내 20만가구 공급 힘들 것"
 
전문가들은 현 정부 임기 동안 재개발 공급 목표치인 '2027년 기준 20만가구' 달성이 힘들 수 있다고 관측합니다. 정부가 발표한 도심 복합사업 후보지 57곳(9만1000가구) 중 사업 시행 3년이 넘도록 첫 삽을 뜬 곳이 하나도 없기 때문입니다.
 
도심 복합사업은 공공이 장기간 정비 사업 추진이 발 묶인 도심 내 노후·저층 주거지 소유권을 넘겨받아 신속하게 인허가를 내주고 용적률을 높이는 고밀개발 공급 모델입니다. '적정 공사비 책정'이 사업에서 중요합니다. 
 
하지만 공사비를 올리지도 내리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공사비가 건설사 눈높이보다 낮으면 사업자 공모에 돌입해도 유찰 가능성이 큽니다. 사업이 더 지연될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공사비를 올리면 공공성이 옅어집니다. 주민 분담금 부담도 늘어납니다. 주민 반발로 사업이 다시 암초에 부딪힐 수 있습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 연구소 소장은 "고물가와 고금리가 지속되는 데다 총선 이후 규제 완화 기대감도 줄었다"며 "공급자 측면에서 공사비가 계속 오르니 이윤 창출이 어려워져 민간에서도 어려운 공공의 경우엔 사업 지속성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게 됐다"고 우려했습니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4일 공사비 안정화를 위한 자재업계 간담회에서 "건설자재 수급관리 협의체 운영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사진=국토부)
 
국토교통부도 지난 14일 공사비 안정화를 위한 자재업계 간담회를 열었지만 진퇴양난의 형국입니다. 시멘트업계에선 최근 환경기준 강화로 겪는 어려움을 토로하고, 골재업계에선 가격 안정화를 위해 골재 채취량 확대를 건의하는 등 업계 애로사항이 쏟아졌습니다.
 
국토부는 산업통상지원부, 기획재정부 등 관계 부처 및 업계와의 협의체 운영을 통해 주요자재 수급 문제 발생 시 적기 대응하겠단 방침입니다. 추후 협의체 운영 근거를 마련하고자 건설산업기본법 개정도 추진할 예정입니다.
 
아울러 건설 분쟁 조정위원회를 통해 자재 가격 상승 등에 따른 공사비 분쟁 해결을 지원하고 현장 피해도 최소화할 계획입니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올해는 건설투자 전망도 하락세가 예상된다"며 "건설업계와 자재업계 고충을 해소하려면 자재 가격 안정화가 돼 공사현장에 원활하게 공급되고 이를 통해 건설경기를 촉진해 자재 수요가 다시 늘어나는 수요와 공급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골재, 시멘트를 비롯한 주요 자재의 안정적이고 원활한 수급을 위한 공급원 확대와 다각화 방안을 검토하겠다"며 "관계 부처와 함께 자재업계, 건설업계 등으로 구성된 건설자재 수급관리 협의체 운영을 확대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세종=임지윤 기자 dlawldbs2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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