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명 일색?…불만심리, '거수기' 거부
우상호부터 유인태까지…명심 단일화 "부적절" 비판
'당내 민주주의' '용산출장소 국힘' 차별화 명분 확보
2024-05-16 17:39:15 2024-05-16 17:39:15
[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 '명심(이재명 대표 의중) 거수기'를 거부한 민주당이 새로운 시험대에 오를 전망입니다.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경선에서 '이재명 친위대'를 비토함에 따라 민주당 내부 역학구도의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당 안팎에선 민주당이 '용산 출장소'로 전락한 국민의힘과의 차별화 명분을 확보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다만 강성 친명(친이재명) 지지층인 '개딸'(개혁의 딸)이 추미애 당선인 낙선에 강력 반발, 민주당은 당분간 소용돌이에 휩싸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재명(왼쪽 세 번째) 민주당 대표가 16일 국회에서 열린 당선자 총회에서 국회의장·부의장 후보로 선출된 우원식, 이학영 의원의 수락연설을 듣고 있다. (사진=뉴시스)
 
"모든 게 명심? 황제 모시나"…쏟아진 비판
 
우원식 의원은 16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당선인 총회에서 재적인원 169명 중 과반수 득표를 얻어 국회의장 후보로 선출됐습니다. 
 
당초 국회의장 후보에는 6선의 추미애 당선인과 조정식 의원, 5선의 우원식 의원과 정성호 의원이 등록했는데요. 지난 12일 추 당선인과 조 의원이 단일화에 합의하고, 정 의원이 사퇴하면서 차기 국회의장은 추 당선인이 될 거란 전망이 우세했습니다. 이 대표 측근인 박찬대 원내대표가 정 의원과 조 의원에게 직간접적으로 불출마를 요청한 걸로 전해졌기 때문입니다. 
 
이를 두고 이 대표의 의중이 담긴 행보라는 해석이 나왔습니다. 실제 박지원 당선인은 이날 오전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출마하려고 5월8일 등록 마감일에 맞춰 서류를 다 준비했는데, 이 대표와 얘기를 나눈 뒤 불출마를 결정하게 됐다"며 "'나가라 말라'는 직접적 언급은 없었지만, 대화 흐름상 알 수 있었다"고 밝혔는데요.
 
당 안팎에선 당내 민주주의가 실종했다는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더욱이 앞서 지난 3일 치러진 원내대표 선거에서도 '찐명'(진짜 친이재명계)으로 꼽히는 박 원내대표가 사실상 명심에 의해 '추대'된 상황이라 논란은 피하기 어려웠는데요. 이 대표가 박 원내대표를 낙점한 걸로 알려지면서 후보들이 줄줄이 출마를 포기했고, 같은 그림이 연출된 꼴이었습니다.
 
이에 우상호 의원은 지난 1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국회의장은 대한민국 권력 서열 2위"라며 "대표나 원내대표가 구도 정리에 관여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공개 발언했습니다. 민주당 원로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도 가세했는데요. 그는 "한 사람을 거의 황제로 모시고 있는 당"이라며 민주당의 이재명 대표 '일극 체제'를 직격했습니다. 
 
유 전 사무총장은 "국회의장 경선에 대표가 개입해선 정말 안 된다"이라며 "이 대표가 처음부터 자기 의중이 있었다면 밝히든 해야지, 사퇴한 사람은 얼마나 부끄럽겠냐"고 일갈했습니다.
 
당내 '역학 구도' 변화 불가피…'개딸 반발' 극복 과제
 
결국 이번 국회의장 경선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이재명의 민주당'과 '이재명 친위대' 같은 외부 시선에 분명한 거부 의사를 나타낸 건데요. 공천도 선거도 끝난 마당에 '이재명 눈치 보기' 필요성이 약화한 점도 한몫했습니다. 
 
친명계 내부에서마저 추 당선인에 대한 불안감을 끝내 떨치지 못했다는 분석도 제기됩니다. 추 당선인은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사태 당시 “노 대통령의 탄핵 사유는 줄이고 줄여도 책자로 만들 정도”라고 주장했는데요. 추 당선인은 이후 탄핵안이 기각돼 역풍이 불자, 삼보일배를 하며 속죄를 구했지만 총선에서 참패했습니다. 2009년 환경노동위원장 재임 시절엔 민주당을 배제한 채 한나라당(현 국민의힘)과 쟁점 법안을 의결하면서 '2개월 당원 자격정지 처분'을 받은 전례도 있습니다.
 
추 당선인이 국회의장이 되면, '추(미애)-윤(석열) 갈등' 당사자인 그가 윤석열 대통령과 번번이 충돌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주효했던 걸로 보입니다. 추·윤 갈등이 재현되면, 추 당선인은 부각되지만, 당 전반을 책임지고 있는 이 대표의 존재감은 옅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 대표와 강성 지지층의 지원을 등에 업은 추 당선인이 예상보다 큰 격차로 떨어지면서, 당내 역학 구도 변화와 갈등은 피할 수 없을 전망입니다. 이른바 '개딸'로 불리는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 반발을 감수해야 하는데요. 
 
다만 이를 효과적으로 극복한다면 총선 참패에도 비상대책위원회와 원내지도부를 '친윤'으로 채운 국민의힘과 차별화가 가능해집니다. 민주당은 여당의 수직적 당정관계를 지적해 왔지만, '친명 독주 체제'라는 면에서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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