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지윤 기자] 지방을 중심으로 빈집이 늘고 있습니다. 도시는 점차 생기를 잃어갑니다. 흔히 말하는 '정해진 미래, 예고된 재앙'이 현실화하고 있는 겁니다.
이유는 역시 '저출산·고령화'입니다. 전문가들은 우리보다 저출산·고령화를 먼저 겪은 일본의 현 상황을 참고해야 한다고 제언합니다. 대안으론 기존 도심을 고밀도로 개발하는 '콤팩트시티(기능 집약 도시) 조성' 등을 꼽고 있습니다.
"2040년부터 빈집 늘고 집값 하락"
6일 <뉴스토마토>가 전문가 의견을 종합한 결과, 2040년부터 빈집이 늘어나는 등 국내 집값이 하락 전환할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특히 지방 변두리일수록 하락 시기가 더 빨리 찾아올 수 있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습니다.
지난달 통계청의 노인인구 추계 조사를 보면 2040년은 인구 3명 중 1명이 노인인 시대를 맞이합니다. 고령화에 따라 빈집도 함께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셈입니다.
최근 한미글로벌과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이 개최한 '인구구조 변화가 가져올 새로운 부동산 시장, 위기인가 기회인가' 세미나에서도 빈집 문제가 지목된 바 있습니다.
당시 이용만 한성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2040년 총 주택수요량이 정점에 도달한 뒤 빈집이 급증하면서 주택가격은 하락 추세가 예상된다"고 언급했습니다.
이 교수는 "수도권은 주택가격 하락 시기가 다소 늦어지겠지만, 지방은 하락세가 더 일찍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며 "2050년에는 전체 재고의 13%가 빈집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국토교통부가 최근 발표한 3월 주택 통계를 보면 지방 미분양은 5만2987가구로, 전체 미분양 주택의 81.5%를 차지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현재 지방은 쌓여가는 미분양 물량으로 벌써부터 어두운 공기가 맴돕니다. 주택 경기가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으며 준공 뒤 한 가구도 계약하지 못한 단지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대구 서구 내당동 '반고개역 푸르지오'는 3월 기준 240가구 모두 미분양 물량으로 남은 바 있습니다. 지난달 입주 예정이던 경북 경주시 진현동 엘크루 헤리파크도 3월까지 전체 가구가 미분양 사태를 맞았습니다.
국토교통부가 최근 발표한 3월 주택 통계를 보면 지방 미분양은 5만2987가구로 전체 미분양 주택의 81.5%를 차지했습니다. '악성 미분양'이라고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수도권의 경우 전월 대비 줄었으나 지방은 9933가구로 3.7%(351가구) 늘었습니다.
'미분양 무덤'이라 불리는 대구와 이웃인 경상북도는 준공 후 미분양이 한 달 새 각각 20.4%, 27.6% 급증했습니다.
문제는 지방 분양 물량이 아직도 많이 남아있다는 점입니다. 청약홈 개편으로 분양하지 못한 단지가 이달 청약시장에 가세하면서 공급 물량이 확대됐습니다.
부동산R114에 의하면 이달 분양 물량은 임대를 포함해 총 3만6235가구로 올해 들어 가장 많습니다. 청약 후 입주까지 기간이 짧은 만큼 청약에서 미분양 물량 발생 시 단기간에 준공 뒤 미분양으로 전환될 위험이 큽니다.
국토부는 올해 1월 지방의 준공 뒤 미분양 주택 구입 시 세제 혜택을 주겠다고 밝힌 데다, 10년 만에 기업구조조정(CR) 리츠를 도입하겠다고 선언했지만,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모양새입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고금리가 이어지면서 수요자들의 선별 청약 기조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며 "사업성이 불충분하거나 지역 수요가 충분치 못한 지역을 중심으로 미분양 발생은 점점 더 가시화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일본도 빈집 '사상 최다'
이웃 나라 일본도 저출산·고령화 현상이 주택 시장에서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현재 일본 인구는 2010년 1억2800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감소세가 이어지는 단계입니다.
인구감소와 더불어 빈집은 '사상 최다' 수준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30일 일본 총무성이 발표한 2023년 10월 1일 기준 주택·토지 통계조사에 따르면, 전국 빈집 수는 지난 5년간 51만채 증가한 900만호로 집계됐습니다.
총주택 수에서 빈집이 차지하는 비율도 13.8%로 역대 최고치를 나타냈습니다. 지난 2018년 조사보다 0.2%포인트 늘었습니다.
빈집 가운데 임대·매각용이나 별장 등을 뺀 장기간 부재로 사용 목적이 없는 '방치된 빈집' 비율은 0.3%포인트 오른 5.9%로, 36만채 증가한 385만채가 됐습니다. 지난 2003년부터 20년간 1.8배 많아진 셈입니다.
일본 언론들은 이를 저출산·고령화의 결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지방을 중심으로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지게 확인된다고 보도했습니다.
우토 마사아키 도쿄도시대 도시 생활 학부 교수는 "2045년 일본 도쿄권 주택자산 가치는 2019년 대비 30% 하락하면서 94조엔(약 840조원)이 증발할 텐데 한국도 일본과 같은 문제를 겪을 것"이라며 "도심 고가 매물은 가격이 견고하지만, 지방은 그렇지 못해 도심 바깥에 거주하는 고령자는 집값 하락에 따른 자산 감소로 노후 생활자금도 부족해질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이어 "인구 감소는 주택 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며 "기존 도심을 고밀도로 개발하는 '콤팩트시티'가 필요하다"고 제언했습니다.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신도시를 건설하는 것보다 기존 도심을 고밀 개발하는 콤팩트시티가 주택자산 가치 방어와 고령화 대비에 유리하다는 설명입니다.
지난달 30일 일본 총무성이 발표한 2023년 10월 1일 기준 주택·토지 통계조사에 따르면, 전국 빈집 수는 지난 5년간 51만채 증가한 900만호를 기록했다. (사진=뉴시스)
세종=임지윤 기자 dlawldbs2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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