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 이스라엘군이 하마스 '최후의 보루'인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에서 민간인 대피 작업에 돌입했습니다. 휴전과 인질 교환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라파 공격을 감행하겠다는 의지로 읽힙니다.
피란민을 수용하는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의 텐트촌. (사진=연합뉴스)
이스라엘군은 6일 "라파 동부에 있는 알마와시 일대에 '인도주의 구역'을 확대했다"며 "정부 승인에 따라 이스라엘군은 라파 동부에 머무는 주민의 임시 대피를 촉구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스라엘 현지 매체 <타임오브이스라엘>은 "이스라엘군이 전단, 문자메시지, 전화 등으로 대피 지역과 이동 경로 관련 지침을 전파했다"고 보도했는데요. 일부 전단에는 "이스라엘군이 현재 거주 지역에 있는 테러 조직에 맞서 무력 작전을 펼칠 것"이라며 "이곳에 남으면 본인과 가족을 위험에 빠뜨리게 된다"고 경고한 걸로 전해집니다.
이스라엘 지상군 투입은 초읽기에 들어갔습니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의 협상이 틀어진 데다, 전날 하마스의 로켓 공격으로 이스라엘 군인 3명이 숨진 사태도 결정적이었습니다. 이스라엘군은 라파 주거지역에 11차례 보복 공습을 퍼부어 사상자가 속출했습니다.
이스라엘은 곧바로 '라파 진격'으로 태세를 전환하고, 하마스의 휴전 거부로 라파를 공격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미국에 통보했습니다.
이집트 국경과 접한 라파는 가자지구 전체 인구(230만명) 중 절반 이상(140만명)이 몰려 있어 '최후의 피란처'로 불립니다. 전원 대피 전에 지상전이 본격화하면 대규모 민간인 희생이 불가피합니다. <알자지라>와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이 지정한 모든 대피 구역은 피란민에게 안전하지 않았습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대피령 발령을 두고 "협상 결렬로 이어질 것"이라며 반발했습니다. 앞서 지난 4~5일 미국·이집트·카타르가 중재한 휴전 협상에서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철군 약속과 '종전 논의'를 요구했습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인질·수감자 맞교환 등 상당수 조건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때 협상 타결 기대감이 커졌지만, 종전 문제를 두고 팽팽히 맞서면서 협상은 잠정 중단됐습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5일 "전쟁 목표(하마스 섬멸) 달성 때까지 싸울 것"이라고 공언하며 사실상 종전을 거부했습니다.
한편,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라파에서 본격적인 지상전이 시작될 경우 대규모 인명 피해가 우려된다며 이스라엘군 공격을 만류해 왔습니다.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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