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국회가 '채상병 특검법'(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외압 의혹 특별검사법) 재표결을 앞둔 가운데 국민 10명 중 6명 이상이 재의결을 압박했습니다. 보수 텃밭인 영남마저 "찬성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해, 국민의힘으로선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게 됐습니다. 국민의힘 내에선 공개적으로 찬성 의사를 밝힌 5명 의원 외에 추가적인 이탈표도 점쳐지는 상황입니다.
28일 공표된 <미디어토마토> 134차 정기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63.7%는 '국회가 채상병 특검법 재표결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묻는 질문에 "특검법 통과에 찬성해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특검법 통과에 반대해야 한다"는 응답은 25.5%에 불과했습니다. 두 배 이상이 '찬성'으로 의견이 쏠렸습니다. "잘 모르겠다"며 응답을 유보한 층은 10.8%였습니다.
이번 조사는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25일부터 26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17명을 대상으로 실시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입니다. 휴대전화 가상번호(안심번호)를 활용한 무선 ARS(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5.8%로 집계됐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속속 드러나는 'VIP 격노' 정황…민심은 '특검'
'채상병 특검법'은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재표결이 이뤄집니다. 지난 2일 국회를 통과한 특검법은 7일 정부로 이송됐고,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다시 국회로 공이 넘어갔습니다. 21대 국회에서 최종 부결되더라도 국민의힘 부담은 이어질 것이 유력합니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192석)이 22대 국회에서 재발의를 예고한 상황으로, 국민의힘에서 8석만 이탈해도 대통령 거부권이 무력화됩니다. 특히 'VIP 격노설'을 뒷받침하는 추가 물증이 속속 드러나면서 민심의 압박도 한층 거세질 것으로 분석됩니다. 의혹의 정점에는 윤 대통령을 비롯한 대통령실이 있습니다.
특검법은 지난해 7월 해병대 채모 상병이 실종자 수색 작전 중 사망한 사건에 대해 국방부와 대통령실이 수사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규명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수사 경위를 보고받은 윤 대통령이 격노했다는 주장과 함께, 수사를 책임졌던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항명죄로 입건되는 이해 못할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4·10 총선을 앞두고선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주호주 대사로 임명, 출국하면서 의혹을 더욱 키웠습니다.
현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수사 중인 외압 의혹의 주된 쟁점은 수사방해·이첩철회 지시가 이뤄진 구체적인 경위와 그에 따른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성립 여부입니다. 공수처는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 휴대전화에서 그가 참모들에게 '수사 결과를 보고받은 윤 대통령이 격노했다'는 취지로 말한 녹취파일을 확보했습니다. 윤 대통령이 역정을 냈다는 회의 참석자의 목격 전언도 뒤따르는 등 박정훈 전 대령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들이 등장했습니다. 다만 공수처가 윤 대통령의 '격노'를 확인하더라도, 범죄 소명은 불충분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윤 대통령이 실제로 격노했는지는 진실 규명의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지만, 구체적 지시가 있었는지를 밝혀내야 책임 소재를 물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특검법이 정하는 내용에도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특검 후보자 추천권을 야당에만 독점적으로 부여해 대통령의 특검 임명권을 박탈했고, 실시간 언론브리핑을 통해 피의사실 공표를 허용하도록 한 점을 독소 조항으로 꼽았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윤 대통령은 지난 21일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 취임 후 10번째(법안 기준), 4·10 총선 참패 후 첫 거부권을 행사했습니다. 자신과 이해충돌 소지가 있는 사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윤 대통령은 '셀프 방탄' 비판에 직면했습니다. 민주당을 비롯해 조국혁신당과 개혁신당 일각에선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사유까지 따져보는 상황입니다.
지난 2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채상병 특검법이 가결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20~50대, 10명 중 7명 "찬성"…중도층도 64.9% "찬성"
민심은 세대와 지역을 가리지 않고 '특검'으로 기울었습니다. 조사 결과를 먼저 연령별로 보면 50대 이하까지 "국회가 채상병 특검법 재표결에 찬성해야 한다"는 응답이 70%를 넘나들었습니다. 60대도 "찬성해야 한다"는 응답이 절반을 넘었습니다. 20대 찬성 69.9% 대 반대 15.0%, 30대 찬성 76.7% 대 반대 18.0%, 40대 찬성 76.9% 대 반대 16.3%, 50대 찬성 70.6% 대 반대 22.5%였습니다. 60대도 찬성 50.2% 대 반대 40.0%로, 절반이 특검법 재의결에 찬성했습니다. 반면 70세 이상에선 찬성 34.4% 대 반대 42.8%로, 반대 응답이 다소 높았지만, '잘 모르겠다'는 응답도 22.8%나 됐습니다.
지역별로도 모든 지역에서 "채상병 특검법 재표결에 찬성해야 한다"는 응답이 높았습니다. 보수의 심장부인 영남마저 찬성해야 한다는 응답이 우세했습니다. 대구·경북(TK) 찬성 47.1% 대 반대 39.1%, 부산·울산·경남(PK) 찬성 59.6% 대 반대 28.1%였습니다. 국민의힘으로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대목입니다. 이외 수도권과 충청, 호남 등에선 60% 이상이 찬성을 요구했습니다. 서울 찬성 62.6% 대 반대 26.8%, 경기·인천 찬성 66.7% 대 반대 25.7%, 대전·충청·세종 찬성 60.4% 대 반대 30.0%, 광주·전라 찬성 78.8% 대 반대 6.1%, 강원·제주 찬성 72.9% 대 반대 11.4%였습니다.
정치성향별로 보면 민심의 풍향계로 읽히는 중도층에서도 60% 이상이 채상병 특검법 재의결에 찬성했습니다. 중도층 찬성 64.9% 대 반대 20.4%였습니다. 진보층 찬성 86.2% 대 반대 8.3%로, 찬성 응답이 압도적이었습니다. 보수층의 경우 찬성 39.1% 대 반대 50.7%로, 반대 응답이 절반을 넘었습니다. 다만 보수층이 여권의 핵심 지지층임을 감안하면 40%가량이 재의결을 찬성했다는 대목은 분명 이례적 결과로 분석됩니다. 지지 정당별로 보면 국민의힘 지지층 찬성 17.0% 대 반대 66.4%, 민주당 지지층 찬성 92.9% 대 반대 2.4%로, 의견이 명확하게 엇갈렸습니다.
한편 이번 조사는 2024년 4월 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를 기준으로 성별·연령별·지역별 가중값을 산출했고 셀가중을 적용했습니다. 그 밖의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나 서치통 홈페이지(www.searchtong.com/Home)를 참조하면 됩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