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한령 해제 기대…엔터업계 이른 축포 경계
FTA 수석대표회의 6월 개최…K콘텐츠 수혜 기대
중국 젊은층, 중화사상·혐한 강해
학계 "과거와 전혀 다른 태도 보일 것"
중국 자본, 한국시장 잠식 우려도
2024-05-28 14:10:41 2024-05-28 16:30:11
[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리창 중국 총리의 한중 정상회담 소식에 한한령(한류 콘텐츠 제한령) 해제 기대감이 커지면서 주가 부진을 이어가던 엔터주가 반짝 강세를 보였습니다. 27일 4대 기획사(하이브(352820)·에스엠(041510)·JYP Ent.(035900)·와이지엔터테인먼트(122870))의 주가가 전 거래일 대비 상승했는데요. 하지만 학계는 한한령이 해제되더라도 2016년 이전으로 돌아갈지 미지수라는 입장입니다. 오히려 자본을 앞세운 중국의 공격적 투자를 경계했습니다. 
 
NCT DREAM 세 번째 월드 투어.(사진=에스엠)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에스엠은 27일 전 거래일 대비 5.27%(4800원) 오른 9만5800원에 장을 마감했습니다. 와이지엔터테인먼트는 2.78%(1200원) 오른 4만4300원, 하이브와 JYP Ent.도 각각 1.50%(3000원), 1.51%(900원) 상승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는 지난 26일 정상회담을 열고 자유무역협정(FTA) 수석대표회의를 6월초 개최하기로 했습니다. 이에 K콘텐츠 대표 문화분야와 관광분야에 수혜가 기대되고 있습니다. 한중 FTA 2단계는 지난 2015년 양국간 상품 분야에 대한 1단계 협정 합의를 할 당시 2년 내 타결하기로 했었는데요. 하지만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 논란 등으로 8년 이상 교착상태입니다. 
 
최근 중국 당국 입장에 따라 변화의 조짐도 구체적으로 보이고 있습니다. 앞서 이달 초엔 중국 베이징 국가대극원 콘서트홀에서 소프라노 조수미의 공연이 8년 만에 재개된 바 있는데요. 조수미는 2017년 2월 베이징·상하이·광저우 등에서 순회 공연을 하려 했으나 중국 당국으로부터 공연 취소 통보를 받고 중국 무대에 서지 못했습니다. 인디밴드 세이수미도 7월 베이징 공연이 최근 승인됐습니다. 한한령 등으로 중단된 한국 대중가수 공연이 9년 만에 재개된 겁니다. 
 
유성만 리딩투자증권 연구원은 "엔터주 약세 상황에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중국 한한령 해제 분위기가 기대감을 높였다"며 "각 엔터사의 중국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이 못해도 30%는 됐기 때문에 주가가 더 빠르게 반응하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학계는 '이른 축포'라는 입장입니다. 한한령 이전과 달리 최근 중국의 젊은 층은 중화 사상이 강하고 최근까지도 혐한(한국 혐오) 감정 표현도 숨기지 않고 있다는 이유에섭니다.
 
블랙핑크(사진=YG엔터테인먼트)
 
실제로 지난해 6월 블랙핑크가 마카오에서 월드투어 '본 핑크'를 진행할 당시 이를 보러 간 중국 연예인들에게 중국 네티즌들의 악플 세례가 이어진 바 있습니다. 중국은 K팝을 아시안팝으로 부르자고 주장하고 한국 고유 문화를 중국 문화라고 억지를 부리고 있습니다. 
 
혐한 분위기뿐 아니라 검열이라는 산도 넘어야 합니다. 학계는 이런 부분에 대해서 한한령 해제라는 큰 덩어리가 아닌 세부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중국은 국가광파전시총국을 통해 미디어를 비롯한 콘텐츠에 대해 중화사상 위배 등을 관리감독 및 검열을 합니다. 이에 콘텐츠, 공연 등 각 문화 콘텐츠 분야별 관리감독 및 검열 편차가 예상됩니다. 
 
김기홍 한성대 문화 콘텐츠학과 교수는 "과거 중국이 문화 콘텐츠 시장을 키울 때와 전혀 다른 태도를 보일 것"이라며 "오히려 중국의 문화 콘텐츠를 한국 사람들이 소비해야 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너무 앞서서 샴페인을 터트릴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한한령이 해제된다고 하더라도 중국 자본의 한국시장 잠식에 대한 우려도 남아 있습니다. 한한령이 본격화되기 전인 2016년 중국기업의 한국기업 M&A(기업 인수·합병) 규모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중국 정부의 내수·문화산업 육성 기조에 맞춰 중국기업이 한국 문화콘텐츠 기업에 관심을 보이면서 2016년 중국기업의 한국 기업 M&A 전체 중 73%가 엔터테인먼트 등 서비스업에 집중됐습니다. 
 
무분별한 중국 자본 유입으로 논란이 된 대표적인 기획사가 판타지오입니다. 차은우가 소속된 판타지오는 창업자 나병준 대표가 중국계 대주주 JC그룹에 의해 해임되는 등의 사태를 겪었습니다. 2020년 최대주주 JC그룹이 손을 떼면서 다시 한국 자본으로 돌아왔습니다. 
 
김기홍 한성대 교수는 "중국은 문화 콘텐츠 내수 시장을 중화주의 중국 콘텐츠를 채워나가고 있다"며 "소프트 파워 확대를 위해 문화 콘텐츠를 수출하고 이를 연계해 자본력을 바탕으로 외국 콘텐츠 회사의 지배력을 높여가고자 하는 니즈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와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사진=대통령실)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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