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현대차(005380)가 아이오닉 5 N을 통해 일본 공략에 속도를 높입니다. 아직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 비중이 낮은 일본인 만큼 마니아층이 선호할 고성능 모델로 전기차 기술력을 알리겠다는 전략인데요. 여기에 내년 초 소비자 접근성이 높은 엔트리급 전기차 캐스퍼 일렉트릭도 선보입니다. '수입차 무덤'으로 악명 높은 일본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만 판매하는 현대차가 존재감을 키울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3일 현대차모빌리티재팬에 따르면 현대차는 오는 5일 아이오닉 5 N을 공식 출시합니다.
현대차 아이오닉 5 N.(사진=현대차)
아이오닉 5 N은 지난해 9월 출시된 이후 독일, 영국 등 유럽, 미국에도 수출되고 있는데요. 아시아 시장에서는 일본이 처음입니다. 가격은 900만엔(약 7900만원)전후로 국내 가격 7600만원과 비슷한 수준으로 출시될 예정입니다.
현대차는 이날부터 오는 22일까지 일본 시부야 츠타야에서 SF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 SAC 2045'와 콜라보레이션 이벤트도 엽니다.
아이오닉 5 N은 현대차 N 브랜드 최초의 고성능 전기차입니다. 합산 448kW(609마력)의 최고 출력과 740Nm(75.5kgf·m)의 최대 토크를 발휘하는 전·후륜 모터가 탑재됐습니다. 'N 그린 부스트'를 사용하면 합산 최고출력이 478kW(650마력), 최대 토크가 770Nm(78.5kgf·m)로 증가해 3.4초 만에 시속 100km까지 도달할 수 있죠.
일본 수입 승용차 신규등록 순위.(그래픽=뉴스토마토)
현대차는 내년 초 일본에서 캐스퍼 일렉트릭도 출시할 계획입니다. 캐스퍼 일렉트릭은 개발 단계부터 경차와 소형차 선호도가 높은 일본 현지 판매를 고려했습니다. 캐스퍼 일렉트릭까지 출시되면 현대차의 일본 현지 판매 라인업은 아이오닉 5, 코나 EV, 넥쏘 등 3종에서 5종으로 확대됩니다.
현대차는 2022년 2월 "일본 시장은 배워 나가야 하는 장소임과 동시에 도전해야 하는 장소"라고 밝히며 일본 진출을 선언했습니다. 2009년 말 철수한 이후 12년 만이죠.
현대차가 일본에서 전기차만 판매하는 것은 일본의 전기차 판매비율이 전체의 2%대로 낮기 때문입니다. 10% 수준인 한국보다 낮죠. 고성능 모델과 엔트리 모델을 통해 다양한 수요에 대응하겠는 의도입니다.
사실 수입차 업체들에게 일본은 진입 장벽이 높은 시장으로 꼽힙니다. 일본 내수시장에서 자국 브랜드 판매 비중은 90%가 넘습니다. 상대적으로 국산차 점유율이 높은 한국(85)%보다도 높죠. 일본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는 수입차는 메르세데스-벤츠지만 판매량은 지난해 기준 5만대 수준에 불과합니다. 우리나라 벤츠 판매량 7만6000여대보다도 적죠.
그럼에도 현대차는 일본 시장 공략을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입니다. 향후 일본에서 전기차 시장이 본격 열렸을 때 판매량 확대를 기대한다는 전략인데요. 현대차는 이에 맞춰 '현대의 최신 기술, 차량들의 경험'을 제공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죠. 실제 현대차는 현재 일본에서 아이오닉 5와 코나 EV에 대해 무이자 할부 혜택을 제공하며 진입장벽을 낮추고 있습니다.
현대차의 올해 1~4월 일본 내 판매량도 290대로 전년동기대비 61.5% 늘며 확대 추세죠.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조급한 성과보다는 길게 보는 긴 호흡이 중요하다"며 "비용은 최소로 하면서 난공불락이라는 일본 시장을 확실히 개척하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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