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실손보험금 지급 여부를 두고 암 환자들과 DB손해보험 간 갈등이 커지고 있습니다. DB손보는 의료자문 없이도 주치의 소견서를 제출하면 보험금 지급이 가능하다고 주장했으나, 실제로는 의료자문에 동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았습니다. 암 환자들이 제출한 주치의 소견서 출처가 요양병원이라는 이유로 심사 서류로 인정하지 않은 것입니다. 당초 DB손보는 의료자문을 요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사실이 아니었던 셈입니다.
의료자문 동의 안했다고 지급 보류
10일 DB손해보험 실손의료비 부지급 피해자 모임(디피모)에 따르면 DB손보는 의료자문 동의에 응하지 않았던 보험수익자(암 환자)들에게 보험금 청구 심사 보류 안내서를 발송했습니다.
앞서 DB손보 실손보험 종합보험에 가입한 한 보험수익자는 암 진단을 받고 요양병원에서 비급여 면역치료를 받은 뒤 관련 보험금을 청구했습니다. 그러나 DB손보는 이들에게 객관적인 의학적 판단을 위해 외부 의료기관의 전문의에게 자문을 구하는 '의료자문 동의'를 요청했습니다. 그러나 보험수익자가 이를 동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보험금 청구 심사를 보류했습니다.
DB손보 실손보험 건강보험에 가입한 또다른 보험수익자도 암 진단을 받은 후 관련 보험금을 청구했지만, DB손보 측이 요청한 의료자문 동의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역시나 보험금 지급 심사가 미뤄졌습니다.
디피모 관계자는 "암환자는 수술, 요양병원 주치의가 각각 있는데 요양병원 주치의 소견은 인정하지 않고 수술한 대형병원에서 요양이나 치료가 더 필요하다는 추가 진단을 받아오라며 진료비를 지급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수술한 병원의 주치의가 치료를 진행한 요양병원 의사 소견을 무시한 채 추가 소견을 줄 수 있겠나"라고 지적했습니다.
DB손보가 보험수익자들에게 의료자문 동의 요청서를 문서로 발송한 건 아닙니다. DB손보 측은 지난 3일 디피모가 DB손보 본사 앞에서 집회를 한 직후 <뉴스토마토> 질의에 '의료자문을 요구하지 않았고 담당 주치의 소견만 제출해도 된다'고 답변을 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디피모 측에 따르면 보험수익자들은 보험금 청구 후 보험사가 보낸 손해사정사와 의료자문 동의 여부를 결정합니다. 실제로 DB손보가 보낸 보험금 지급 심사 보류 안내서를 보면 보험수익자가 외부 의료기관 전문의 자문에 동의할 수 없다는 의사를 표시했다고 나와있습니다.
게다가 요양 등 보존적 치료가 필요하다는 종합병원 소속 전문의 소견서를 제출한 보험수익자 또한 보험금 청구 심사 보류 판정을 받은 경우도 있었습니다. DB손보는 최초 수술과 치료를 해왔던 주치의 소견이 더 중요하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디피모 측은 "기본적으로 보험 청구 필수 서류인 소견서, 영수증 내역서, 입퇴원 확인서, 진료비 세부 내역서를 모두 제출한다"며 "장기 입원을 탓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3년 후부터 부지급"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요양병원 소견서 거부는 법 위반"
보험수익자들은 요양병원 주치의 소견서가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을 두고 의료법 위반도 주장하고 있습니다. 의료법 제12조 1항에 따르면 '의료인이 하는 의료·조산·간호 등 의료기술의 시행에 대하여는 이 법이나 다른 법령에 따로 규정된 경우 외에는 누구든지 간섭하지 못한다'고 나와 있습니다. 즉 요양병원 의사들도 의료행위를 하기 때문에 다른 병원과 다른 소견으로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들은 "약관에도 없는 '비요양병원 비진료 의사'의 추가 소견서는 보험금 지급 거절의 또 다른 수단"이라며 "입원진료 기간에 해당하는 의료기관의 진료 담당 의사가 '주치의'라면 당장 그 주치의 소견을 얻겠다"고 강조했습니다.
DB손보는 이러한 분쟁의 배경으로 '요양병원 이용 암환자의 일인당 의료비가 매우 높은 의료비용을 지출하는 것으로 확인됐다'는 연구 결과를 차용했습니다. 국립암센터의 '암환자 의료기관 이용 및 의료비 부담 현황 파악과 실태조사 기획 연구'에 따르면 요양병원 이용 여부에 따른 의료비 지출의 비교 결과 암환자의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논리입니다.
그러나 디피모 측은 "보험금은 수술하고 요양병원에서 진료받는 것까지 한도가 정해져 있다"며 "국민건강보험법상 요양급여는 진료비를 뜻하지만 치료비만 인정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DB손보 측은 "요양병원은 거의 다 완치돼 장기 입원을 하고 있는 분들"이라며 "최초로 수술하고 완치될 때까지 치료했던 주치의 소견이 중요하다"고 반박했습니다.
DB 실손의료비 부지급 피해자 모임(디피모) 회원들이 3일 서울 강남구 DB손해보험 본사에서 실손보험금 부지급을 규탄하며 의료자문 제도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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