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감 된 미디어젠)⑤앨터스·키맥스 반대에 해외투자 유치 무산
김창고 회장 등 중국 미팅 돌연 취소
앨터스는 투자 반대 의사 직접 전달
"최대주주 지위 상실 우려한 듯"
2024-06-12 06:00:00 2024-06-12 08:46:59
 
[뉴스토마토 이종용, 박준형 기자] 미디어젠(279600)의 해외투자 유치가 무산된 배경에는 최대주주가 지위를 유지하기 위한 사심이 숨어 있었다는 평가입니다. 미디어젠 경영진이 1여년 간 준비한 중국 기업 투자 유치는 앨터스투자자문을 내세운 최대주주가 해외투자 유치 건에 대해 반대표를 행사하면서 수포로 돌아갔는데요. 미디어젠의 손해가 막심하다는 분석입니다. 
 
글로벌 AI기업 투자 유치 무산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아이플라이텍의 최고재무책임자(CFO) 돤 따웨이(Duan Dawei)는 지난달 20일 미디어젠과의 파트너쉽 체결 및 실사 등을 위해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아이플라이텍은 시가총액 20조원 규모의 중국 음성인식 AI 전문기업입니다.
 
아이플라이텍은 한국 시장 진출을 위해 지난해부터 미디어젠과 협업을 추진해왔습니다. 아이플라이텍은 벨기에 아카펠라, 영국 스피치매틱스, 일본 AI 톡 등 글로벌 AI 기업들과 ‘오픈 AI 플랫폼’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해당 사업의 국내 사업은 미디어젠이 담당할 계획이었고, 지난해 7월부터 지분투자 등 파트너십에 대한 실질적인 이야기가 오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아이플라이텍의 합작은 결국 무산됐습니다. 현재 미디어젠의 최대주주인 앨터스투자자문과 앨터스의 주요고객인 김창고 키맥스 회장 등이 아이플라이텍에 반대 의사를 전달했기 때문입니다.
 
미디어젠 관계자는 "앨터스 측에서 아이플라이텍을 만나 미디어젠 투자를 강하게 반대했다"며 "앨터스와 투자일임 계약을 체결한 김창고 회장은 아이플라이텍과 미팅 전날 약속을 취소하기도 했다"고 말했습니다.
 
앨터스 측은 아이플라이텍보다는 강남베드로병원과의 협업이 미디어젠의 성장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는 입장입니다. 앞서 미디어젠의 적대적 M&A의 ‘키맨’이자 실질적 자금책으로 윤강준 강남베드로병원장이 지목된 바 있습니다. 관련기사 : (사냥감 된 미디어젠)④적대적 M&A '키맨' 윤강준 강남베드로병원장]
 
유영근 앨터스투자자문 회장은 "아이플라이텍이 미국의 제재를 받는 기업이다 보니 리스크가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면서 "의료사업을 하려면 인프라가 필요한데 베드로병원과 연계하는 비즈니스가 더욱 좋다고 판단했다"고 밝혔습니다.
 
최대주주 지위 보전 '급급'
 
앨터스와 키맥스가 미디어젠의 해외 투자 유치 반대의 배경에는 최대주주 지위를 보전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미디어젠에 따르면 아이플라이텍과의 오픈 AI 플랫폼 협업에서 아이플라이텍은 미디어젠의 지분 투자만 진행한 예정이었습니다. 보안 규정을 위배하지 않기 위해 시스템의 컨트롤 자체를 미디어젠에 넘기는 식의 파트너십을 준비 중이었습니다.
 
미디어젠이 해외투자를 받게되면 3자 배정 등의 방식으로 신주를 발행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해당 지분은 현 최대주주인 앨터스 측이 아닌 고훈 전 미디어젠 대표 등 현 경영진의 우호지분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앨터스 입장에서는 아이플라이텍의 지분 투자를 계기로 최대주주 지위를 상실할 수 있게 되는 셈입니다.
 
실제 앨터스 측은 아이플라이텍의 지분투자 등이 들어올 경우 신주발행 가처분 등 소송하겠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적대적 M&A의 목적은 회사의 성장보다는 단순 시세차익일 가능성이 크다"면서 "경영권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최대주주 지위까지 불안해질 경우 지분 매각을 통한 경영권 프리미엄은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미디어젠 기업 껍데기만 남을 판"
 
미디어젠 적대적 M&A를 둘러싼 잡음이 계속되고 있지만, 앨터스와 윤강준 병원장의 미디어젠 M&A 의지는 여전히 확고합니다. 앨터스투자자문은 지난 7일 이티홀딩스와의 미이어젠 경영권 및 지분 매각 계약종료일을 '2025년 정기주주총회일'까지로 연장했다고 공시했습니다.
 
당초 3월31일이던 계약은 앨터스가 지분 매각의 선행조건인 미디어젠의 이사회 장악에 실패하면서 8월31일까지로 연장했다가 또 다시 연장한 것입니다. 오는 2025년 3월 최호현 미디어젠 부사장의 임기가 종료되는 만큼 앨터스는 2025년 정기주주총회에서 이사회를 장악(5인 중 3인)한 이후 경영권을 매각하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됩니다.
 
일각에서는 미디어젠이 '껍데기)로 남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앨터스는 베드로병원과 연계한 비즈니스계획이 경영권 매각의 이유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다만 지분인수 주체인 이티홀딩스는 사실상 베드로병원의 장부상 회사에 불과한 데다 인수 자금력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익명의 M&A 전문가는 "일부 투기세력 등은 '조개껍데기'를 정하고 호재성 공시 등 주가부양을 위한 '진주'를 내놓는다"며 "만약 경영권이 작전세력에 넘어간다면 본업보단 시장 관심을 받는 테마에 오르는 데 집중할 것이고 이 과정에서 회사도 망가지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미디어젠과 아이플라이텍의 AI 사업 파트너십 체결이 앨터스투자자문의 반대에 무산됐다. 사진은 아이플라이텍 파트너 출범식.(사진= 미디어젠)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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